식목보다 집목할 때

이승재 (주)나무와 에너지 대표 / 기사승인 : 2019-04-24 11:41:30
  • -
  • +
  • 인쇄
나무와 에너지 이야기

울주군 상북면에 바이오매스센터 세우자

강원도가 산불로 또 한 번 큰 피해를 입었다. 산불로 수십 년간 잘 자란 나무들이 하룻밤 사이에 재로 변하는 모습을 확인하는 일은 여전히 고통스럽다. 이번 산불은 인명피해뿐 아니라 지역 생태계 전체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살아남은 나무도 제대로 자랄 수 없다. 화염의 영향을 받은 나무들은 얼마 못 가 고사되므로 타버린 숲뿐 아니라 인접한 나무들도 베어내야 한다. 이번 산불은 하필 식목일을 하루 앞둔 4월 4일 발화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전신주에서 튄 스파크가 강원도의 강한 봄바람을 타고 빠르게 번졌고 단 24시간 동안 축구장 735개 면적에 피해를 입혔다. 식목일 아침에 우리 국민들은 산림녹화 성공을 축하하고 숲의 중요성을 돌아보는 대신, 흐느끼는 이재민과 숲의 비극을 목격해야 했다.


산불은 봄철 건조기에 주로 발생하지만 자연발화되는 것은 아니다. 불씨는 부주의와 실수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인화물질과 바람이 없다면 대형 산불로 번지지는 않는다. 이번 재난처럼 초속 25미터의 강한 바람이 불면 인화물질이 연소되는데 충분한 산소가 공급되고 나무 전체로 키워진 불은 바람을 타고 가지에서 가지로 옮겨 간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을 인간의 의지로 막을 수 없다. 그렇다면 숲의 인화물질은 어떤가? 소방청은 화염을 키우는 산불 연소확대물질로 ‘잔가지나 마른풀’을 든다. 원목을 수확하고 숲에 남긴 가지와 이파리, 숲 가꾸기 후 산에 쌓아둔 나무 등 ‘미이용재’가 산불을 대형화시킬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사용하지 않고 산에 버려진 나무들의 피해는 생각보다 크다. 봄철 건조기엔 산불 확대의 원인이 되고 집중호우 때는 쏟아져 내려 댐을 막는다.


피해가 지속되자 산림청은 산에 버려지는 나무를 지난해 ‘미이용산림바이오매스’로 규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찾고 있다. 쉽게 말해서 그간 폐기물로 구분되던 것에 국산 목재의 지위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산림청의 미이용산림바이오매스 활용 계획은 세심하지 못한 정책이라 할 만하다. 버려진 나무를 에너지로 사용하자는 취지만 살렸을 뿐 나무자원의 특성을 살린 정책으로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전라남도에서 생산된 미이용재가 충북으로 가서 목재 펠릿으로 만들어져 강원도의 화력발전소에서 태워지는 일이 재생에너지 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벌어진다. 정부는 19일 발표한 3차 에너지기본계획(안)을 통해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우리나라의 바이오매스 산업은 대형화, 중앙집중화된 화력발전설비에 편승해 보조 연료로 활용되고 있을 뿐이다.버려지는 나무를 활용하려면 지역 단위에서 이를 연료로 만들어내는 연료공급시설이 필요하다. 일본과 유럽은 이를 ‘바이오매스센터’라고 부른다. 바이오매스센터는 지역의 숲에서 원목 생산 후 남은 부산물이나 제재소 등에서 목재를 가공하고 남은 제재부산물, 그리고 도심 가로수나 방풍림 전지목,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발생하는 크리스마스트리 등 화학처리하지 않은 나무들이 모이는 집하장이다.


이렇게 모여진 나무는 다시 크기와 상태별로 구분하고 장비를 사용해 장작을 만들거나 파쇄해 우드칩으로 만든다. 만들어진 장작은 바이오매스센터의 폐열을 이용해 충분히 건조시켜 판매하고 우드칩은 등급별로 구분해 판매한다. 가정용 소형 보일러에는 좋은 품질의 우드칩이 사용되고 열공급사업에는 수피가 섞인 칩을 그리고 대형 설비에는 이파리와 잔가지 등으로 만들어진 칩을 공급한다. 파쇄 과정에서 발생한 톱밥 형태의 미세분은 퇴비공장으로 보낸다. 바이오매스센터는 펠릿의 수급을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비수기인 여름에 펠릿을 대량 구매하고 겨울철에 지역에 공급하는 것이다.


바이오매스센터는 이렇게 한 지역의 바이오매스 연료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거점이 되므로 센터 인근에서는 연료 걱정 없이 나무를 활용한 다양한 재생에너지사업이 펼쳐진다. 바이오매스센터의 역할은 연료공급 이상이다. 운송과 저장 등의 특성상 바이오매스를 활용한 설비는 지역분산형 에너지 공급설비이므로 이를 관리하고 유지보수 하는 일도 바이오매스센터에 위탁하는 일이 많다. 또 바이오매스센터 인근 주민들을 위해 직접 분산형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고 열 공급 사업을 벌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독일 아헨탈(Achental) 바이오매스센터다. 아헨탈 바이오매스센터는 인근 50km 이내 지역에서 원료를 수급하고 이를 가공해 반경 70km 이내에 연료를 공급한다. 마을주민들과 자치단체가 직접 투자한 조합이 운영하므로 생산된 연료의 품질이 우수하다. 직접 운영하는 열공급사업은 12km 열배관을 통해 마을 대부분의 건물에 열을 공급한다. 열배관에 연결된 건물이 늘어나 경제성 면에서도 우수해 지금 아헨탈 바이오매스센터가 있는 그라싸우 마을은 굴뚝이 사라진 ‘공기 좋은 마을’이 되었다. 이 마을 바이오매스센터에서 생산하는 우드칩만 연간 10만 톤에 이른다. 최근 울주군의 시민사회는 영남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바이오매스사업을 활성화하자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지난해에 출범한 울산산촌임업단은 사업 범위가 넓어지면서 지역산림조합과 공동영림단을 구성했다는 소식도 있다. 바이오매스산업이 활성화돼야 임업의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보는 것이다. 울주의 바이오매스산업이 갈피를 잡기 위해서도 바이오매스센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들의 고민처럼 상북면 산업단지에 바이오매스센터가 들어서면 안정적인 연료공급은 물론 바이오매스사업 중간지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연료공급이 안정화되면 영남알프스형 바이오매스산업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독일 아헨탈바이오매스센터 전경. 생산한 목재칩을 품질별로 저장하고 건조시킨다. 출처: www.biomassehof-achental.de


대표적인 조림 성공국인 독일은 식목일을 더 이상 기념하지 않는다. 지역마다 바이오매스의 날이 있을 뿐이다. 산에 버려진 나무들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일로 봄철 산불 대형화도 막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지금 우리는 잘 가꾼 숲을 지켜내기 위해서도 나무를 심는 일보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 나무를 잘 모으는 일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은 식목(植木)보다 집목(集木)할 때다.


이승재 ㈜나무와에너지 대표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승재 (주)나무와 에너지 대표

오늘의 울산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