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실’에서 ‘산업사(史)실’로의 전환을 기대하며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2-01-10 00: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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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PPL이라는 것이 있다. 영화,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협찬하는 기업의 제품이나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인데 요즘에는 딱히 의식하지 않고 보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센스 있게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극의 흐름, 맥을 끊거나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하는 일이 많다. 그럴 때는 빈축을 사는 것은 물론이고 개그 프로그램이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조롱거리가 되기도 한다. 


울산박물관 2층에는 역사실과 산업사1, 2실이 있다. 역사실은 선사시대부터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전까지 울산의 역사와 관련된 유물 등을 전시해둔 곳이다. 산업사1, 2실은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산업수도를 자처해 온 울산의 산업과 관련된 전시공간이다. 하지만 산업사실에 산업사는 빠져있다. 1관 진입로에 간략한 소개글이 있지만 그게 전부다. 진입로를 조금 지나면서부터는 기업홍보관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각 산업에 대한 연혁이 있지 않느냐?”하며 반박할 수도 있지만 그 정도 내용은 관련 기업홍보관에 가면 볼 수 있는 내용들이다. 거기에 사실상 산업화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없다. 출구에 아주 짧게 서술돼 있지만 눈에 띄지는 않는다. 


울산박물관 건립이 시작되고 얼마 뒤 ‘시립박물관 추진상황 보고회’에서 산업사관에 대한 구상이 나왔다.

(전략) 시는 ‘산업사관’에는 전통시대의 울산산업(울산의 철기산업, 도자기산업, 조선시대 개운포의 조선(배), 마정산업(울산목장 등)은 물론 60년대 이후 조국 근대화를 견인한 현대의 울산산업(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을 항공지도와 영상, 모형도 등으로 보여줄 예정이다.(후략)-“시립박물관에 명품 ‘산업사관’ 들어선다”, 경상일보, 2009년 8월 17일.

지금의 모습과 비교했을 때 실현된 것은 1960년대 이후 울산의 산업 정도다. 개관을 2011년 6월 22일에 했으니 그 사이에 변화가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계획은 여러 상황에 따라서 수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기존의 계획과 비교했을 때 좋지 않은 방향, 마치 드라마에서 노골적으로 PPL을 하는 것처럼 바뀌었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이 남는다. 박물관이 설립되고 현재까지 운영되면서 여러 가지 이해관계와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관람객들이 그런 것까지 이해해가면서 전시를 관람할 이유는 없다.


울산박물관에서는 2012년 “울산공업센터지정 50주년 기념특별전 ‘땀, 노력, 그리고 비상(飛上)’”, 2015년에는 “별 보고 출근하고 달 보고 퇴근하고”라는 특별전시를 진행했다. 산업도시 울산의 시립박물관에서 진행할 수 있는 독보적인 주제의 전시였지만 특별전시였기 때문에 기간의 한정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특정공업지구 지정 60주년을 맞이했다. 박물관에서 상설전시관 리뉴얼을 자주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하지만 60주년 정도면 꽤 괜찮은 명분이 아닐까. 이제는 울산박물관 산업사 1, 2실에서 기업홍보가 아닌 울산의 산업사, 노동자들의 삶을 보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김유신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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