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평] <사내맞선> 매우 뻔한 재벌 로맨스 드라마의 회귀는 왜? - 로맨틱 코미디 부활로 엿보는 레트로 문화 소비

배문석 / 기사승인 : 2022-04-05 00: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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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 또는 ‘레트로’(Retrospect). 대중문화의 한 유형으로 과거에 유행했던 상품이나 현상이 시대를 넘어 다시 유행하는 것을 말한다. 원래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 젊은 세대를 관통하며 그렇게 과거 문화가 되돌아오고 있다.


그 예로 25년 전 인기를 끌다 단종됐던 ‘포켓몬 빵’이 되살아나 매진된 것을 들 수 있다. 물론 이 현상은 전 세대를 넘어서는 유행은 아니다. ‘MZ세대’라고 통칭하는 젊은 세대 모두가 빠졌다고 볼 수도 없다.
다만 ‘레트로’라는 말처럼 과거의 추억을 다시 소비하는 이들이 있고, 지금의 어린이들은 그 유행에 맞춰 새로운 문화 소비를 시작하는 중이다. 결국 하나로 완전히 쏠리는 문화가 아니라, 다양한 가치와 다양한 문화 안에 과거의 유행 역시 새로운 영역을 확보하고 있다.


SBS 드라마 <사내맞선>도 그런 ‘레트로’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한물갔던 ‘재벌주인공’과 ‘로맨틱코미디’ 작품이 다시 떠오른 것이다. 이 드라마는 같은 이름의 웹소설과 웹툰이 원작이다. 그런데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원작까지 역주행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 <사내맞선> 1회는 전국 기준 4.9%(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이었지만, 10회에 이르러 11,9%로 두 배 이상을 기록하면서 가파르게 인기를 얻고 있다. 심지어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에 공개된 후 38개국에서 10위 안에 드는 인기작이 됐다.

 


이야기는 매우 진부하다. 평범한 직장인 신하리(김세정)가 친구 대신 맞선에 나가 진상을 부리며 퇴짜를 맞기로 한다. 그런데 상대가 자신의 회사 CEO 강태무(안효섭)였고 오히려 관심을 끌어버린다. 결국 신분을 속이고 옥신각신하다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신하리의 친구 진영서(설인아)는 강태무의 비서 차성훈(김민규)과 연결되는 러브 판타지다.


이렇게 재벌주인공을 중심에 둔 사랑 놀음은 10년 전 드라마의 단골 소재였다. 화려한 상류층과 가난한 여성이 연결되는 신데렐라 이야기처럼. 하지만 2015년 <상류사회>나 <풍문으로 들었소> 이후 최근까지 상류사회를 다룬 드라마들은 ‘환상’보다 신랄한 비판을 담았다. 아니면 욕망의 민낯을 드러내는 쪽이어서 <스카이캐슬>이나 <마인> 같이 참혹한 결말를 보여줬다.

 


그런데 이번 <사내맞선>은 로맨틱코미디로 2010년대 초까지 유행했던 재벌의 로맨스를 웃음으로 강화시키면서 또 하나의 ‘레트로’가 된 것이다. <갯마을 차차차>가 로맨틱코미디가 여전히 사랑받는 장르임을 확인해줬다면, <원 더 우먼>은 상류층의 풍자와 로맨틱코미디를 섞었다. 거기에 <사내맞선>은 아예 만화기법과 웃음으로 ‘재벌’에 대한 거부감을 희석시키면서 사랑의 밀당과 키스씬에 집중한다.

 


결국 현실로는 불가능한 재벌과 평사원의 러브 판타지를 즐기는 젊은 시청자들이 늘어난 셈이다. 그리고 과거의 인기가 돌고 돌아 화려한 로맨틱코미디로 재탄생한 것이다. 더구나 작년 전 세계에 충격을 줬던 <오징어게임>과 완전히 다른 결을 지닌 인기 K드라마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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