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과 2월에 하는 텃밭 생각–무기물과 유기물

이근우 시민, 농부 / 기사승인 : 2022-01-10 0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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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철학
▲ 부엽토와 낙엽, 그리고 오줌

 

어떤 농민이 진딧물 때문에 농사 못 지어 먹겠다고 하소연하는 경우를 가정해보겠습니다. 듣는 다른 농민들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다양한 처방이 나옵니다. 심지어 그깟 진딧물 하나에도 쩔쩔매냐는 핀잔도 심심찮게 듣습니다. 농사를 짓자면 병충해는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천형과도 같습니다. 자연 생태계에 견줘 편협하기 짝이 없는 식물의 군락이 곧 밭이고 논이기에 그렇습니다. 생태계는 바다의 파도와도 같이 넘실대며 자연과 같은 상태로 만들어 균형을 이루기 위해 첨병으로 병과 충을 파견하는 것입니다. 이 균형감각을 동적 평형이라고 부르는데, 농민으로서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재앙으로 느낍니다. 이처럼 지구 생태계는 너무나 복잡해 여전히 그 전모를 파악되지 않는 생명체들의 역동적인 파도를 통해 동적 평형을 유지해왔습니다. 농업의 이해관계와는 전혀 무관하게 말입니다.


진딧물 피해를 이기는 가장 간단하고, 신속하며, 효과 높은 방법은 농약 살포입니다. 화학농약뿐 아니라 친환경 농약을 포함하여 그렇습니다. 위에 예를 든 농민이 그걸 모를 리 없습니다. 문제는 예년과 다르게 일시적으로, 그리고 폭발적으로 진딧물이 증가하는 경우 속수무책의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해당 농경지의 환경이 진딧물의 폭증에 이바지한 것입니다. 이러한 ‘알 수 없는 이유’에 대한 고민이 깊을수록 장기적으로 진딧물의 심각한 피해를 덜 수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텃밭이더라도 딱 그만한 생태계에 맞닥뜨렸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가 경작하는 모든 농경지는 저마다 생태계의 한 단위이며, 이를 농업 생태계라고 부릅니다. 농약 살포는 당장에는 효과가 있으나 ‘알 수 없는’ 진딧물의 번성 이유를 묻어두는 결과여서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나아가 농약은 ‘예상치 못한’ 악영향을 끼쳐 농업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진딧물에서 비롯된 ‘알 수 없는’ 문제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해 ‘감당할 수 없는’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 것입니다.(병충해에 대해서는 4월에 다루겠습니다.)

병충해보다 무서운 영양분

앞에서 생태계는 파도와 같은 것으로 동적 균형을 추구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동력의 한 축이 영양, 무기물입니다. 질소, 인산, 칼륨 등을 말합니다. 이러한 무기물의 가장 큰 특성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연 생태계에서 그렇습니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거의 모든 무기물을 자신의 구성성분으로 삼고 있습니다. 무기물이 없으면 생명도 없는 것입니다. 영양결핍은 진딧물에 견줄 수 없는 극심한 피해를 줍니다.
산과 숲의 나무와 풀은 어떤 식으로 영양결핍을 피해 살아갈까요? 단순화하면 자기 자신을 양분으로 삼습니다. 붙박이로 사는 식물은 그 자리에 있는 양분만으로 살아야 합니다. 뿌리가 퍼진다 해도 한계가 있으므로 자기 자신과 주변의 영양만으로 살아야 합니다. 자기 자신의 양분이라는 것은 나고 죽는 그 자리에 대대로 물려 내려온 것을 말합니다.
우리의 텃밭은 자연의 나무와 풀과 사정이 다릅니다. 자기 자신을 고스란히 양분으로 삼을 수 없을뿐더러 식물 전체를 수확하는 경우가 많아 토양에서의 양분 이탈이 극심합니다. 따라서 밭에는 일상적으로 양분을 공급해야 합니다. 식물은 거의 모든 종류의 무기물을 영양분으로 삼는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텃밭에 도대체 어떻게, 얼마나 많이 종류별로 양분을 공급해야 할까요?
 

▲ 숙성한 퇴비

영양과 영양제

우리가 밭에 주는 비료는 영양이라기보다 영양제에 가깝습니다. 사람에게 영양제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만, 영양제만으로는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밭에는 영양제만 듬뿍 줍니다. 특히 질소 성분을 애용하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병충해의 극성이 과다한 질소에서 비롯되는 예가 많습니다. 그리고 작물의 건강한 생장에는 토양의 무기물 성분비가 무척 중요한데 이에 맞춰 관리하기가 무척 까다롭습니다.


예를 들어 누가 묻습니다. “고추를 심어야겠는데 밑거름으로 어떤 비료를 얼마큼 주어야 하나요?” 어떤 사람이 자신 있게 무엇, 무엇, 무엇을 이러저러한 비율로 주면 될 거라고 답한다면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곤란합니다. 내 텃밭의 현재 무기물 구성을 기준으로 한 처방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내 텃밭의 토양상태를 정확히 어떻게 측정해야 합니까?”하고 묻게 됩니다. 방법은 무료로 해주는 토양검정을 농업기술센터에 의뢰하는 것입니다만, 제가 말씀드릴 방법론은 화학비료와는 무관한 영양공급에 관한 것이기에 그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그러나 토양의 무기물 구성비는 농사의 관건이 될 만큼 중요한 주제입니다. 온갖 텃밭 지침서에 등장하는 작물별 비료 사용에 관한 팁들은 그대로 하지 않을지언정 반드시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특정 무기물의 과잉이나 결핍에 관한 훌륭한 지침이기 때문입니다.
 


유기물에 대한 오해

유기농은 유기물만으로 농사를 짓는 농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화학비료의 발명 이전에는 모든 농민의 농사는 유기농이었습니다. 문제는 유기물에 함유된 무기물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농민은 동물의 배설물과 식물을 혼합해 비료로 삼았습니다. 퇴비와 거름입니다. 핵심은 동물의 똥과 오줌입니다. 식물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무기물이 거기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동물성 유기물이라는 말씀입니다.


이를 오해하여 식물을 원자재로 하는 퇴비만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심지어 필수적인 무기물 공급을 부정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론은 자연 생태계의 식물이 살아가는 방식을 오해한 결과입니다. 우선 자연 생태계의 식물은 스스로 생산자일 뿐 소비를 염두에 두지 않습니다. 따라서 살아갈 만큼의 영양만 있으면 됩니다. 외부 조건의 변화로 사멸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객체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사위었다가 조건이 맞으면 다시 번성할 기회를 얻습니다. 농사는 그러한 원리에 반하는 목적에서 생긴 사람의 일입니다. 요컨대 유기물을 활용하는 비료는 반드시 동물의 배설물이나 심지어 사체마저도 이용해야 충분한 무기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 퇴비 터잡기


식물성 유기물의 진실


제가 이글을 덮개와 덮개작물에 대한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토양의 유기물 함량에 대해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토양의 무기물 성분비와 함께 매우 중요한 것이 토양 유기물 함량이기 때문입니다. 토양 유기물은 흙을 더욱 흙답게 만들어줍니다. 농사에 더욱 유리한 것은 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부스러지고 썩은 낙엽은 유기물일까요? 그렇습니다. 그러나 아닙니다. 흙의 입장에서 아닙니다. 농사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진정한 토양 유기물은 유기물의 최소단위인 부식입니다. 말하자면 유기물의 최후 모습입니다. 흙과 거의 같은 형태이며 흙의 역할에 추진력을 더해주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동물성 유기물을 식물에 섞어주면 미생물이 왕성하게 활동해 부식으로 진행되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동물성 유기물과 식물성 유기물을 일정한 비율로 섞어 만든 퇴비가 소중한 이유입니다. 거의 부식 상태가 되어가는 유기물을 토양에 넣어주면 농사는 더욱 잘 됩니다. 유기물과 무기물이 조화롭게 어울려진 최고의 비료인 셈입니다.


그런데 식물성 유기물은 종류에 따라 부식의 생성량에 차이가 있습니다. 부식의 양을 가장 많이 내놓는 것은 나무의 껍질입니다. 다음으로는 억새 같은 풀이고, 그다음이 이끼류입니다. 농작물도 이 세 가지 종류에 대비해 유추해볼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나누는 기준은 분해 속도가 빠르면서도 부식량이 많을 뿐 아니라 거기서 비롯된 부식이 비교적 오래간다는 것입니다.


이근우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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