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곳도 갈 곳도 없는 청년, 다시 울산에 발붙이고 살다”

조강래 인턴 / 기사승인 : 2021-09-08 00: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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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청년
▲ 제2기 울산청년네트워크 발대식 ©조강래 인턴기자

무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아침과 저녁으로 찬 바람이 부는 9월이 오면 청년에게 특별한 기념일이 찾아온다. 9월 셋째 주 토요일은 ‘청년의 날’이다. 청년의 날은 청년의 권리 보장과 청년 발전의 중요성을 알리고,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2020년 1월 제정된 청년기본법 제7조에 명시된 사항으로 2020년 9월 19일 제1회를 맞이했다. 이제는 청년의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청년 당사자를 포함한 지자체, 정부, 기업 등이 나서야 한다는 것은 모두 동의한다. 언제부터 청년 문제, 청년 정책 같은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걸까?

삼포세대, 사포세대, 그리고 N포세대

2007년에 나온 ‘88만원세대’는 21세기를 사는 청년 세대의 어려움을 소개한 책이다. 88만원세대를 시작으로 청년의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을 일컫는 용어들이 등장하는데 대표적으로 삼포세대다. 삼포세대란 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일컫는 말로 2011년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의 기획 시리즈인 ‘복지국가를 말한다’에서 처음 사용된 신조어다. 기성세대의 시각으로는 한 사람이 인생을 살면서 당연히 갖춰야 할 것들이 청년에게 사치라는 생각은 사회적으로 적잖은 충격을 줬다. 이후 인간관계까지 포기하는 사포세대, 모든 것을 포기하는 N포세대까지 청년의 삶이 무너져가는 이상 신호가 용어로서 등장하기 시작했다.

청년 정책은 청년으로부터

청년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하자, 몇몇 청년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청년이 목소리를 내고 청년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청년 정책을 청년으로부터 만들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서울을 시작으로 각 광역, 기초 단위별로 ‘청년정책네트워크’가 생겨났다. 청년정책네트워크는 청년 거버넌스로서 만 18세부터 만 34세까지(청년기본법 제정 이전에는 지자체별로 상이하다.) 청년 나이에 해당하는 청년이 직접 청년정책네트워크에 일원으로 참여해 지역의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책을 수립, 제언, 제안하거나 정책연구를 비롯한 각종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이다. 지역별로 인원, 운영방식, 명칭이 조금씩 다르지만 청년의 권리를 보호하고 청년 정책을 청년 스스로 수립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은 대부분 같다. 울산의 경우 2017년 청년기본조례가 만들어지면서 청년기본조례에 의거 울산광역시 대표 청년 거버넌스인 울산청년네트워크가 출범했고, 2021년 조례개정을 통해 울산청년정책네트워크로 이름이 바뀌었다. 지금은 울산광역시뿐만 아니라 5개 구·군 모두 청년 거버넌스가 설립됐다.

청년 문제의 근본은 일자리?

문재인 정부 들어서 청년 일자리에 대한 중요성이 정부의 주요 정책으로 계속 강조되고 있다. 청와대에는 대통령이 실시간으로 일자리 현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일자리 상황판까지 만들어졌다. 그만큼 현 정부가 청년 일자리에 대한 심각성과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많은 전문가가 현재의 청년 문제는 청년 일자리 부족,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 그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많은 청년이 취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취업하더라도 불안정적인 일자리와 근무 환경 때문에 늘 시달리며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청년에게 일자리 문제는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청년에게는 일자리 문제 말고도 주거, 교육, 육아, 결혼, 문화, 참여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이에 청년기본법은 “청년 개개인의 자질 향상과 능동적 삶의 실현, 청년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 대한 참여 촉진 교육, 고용, 직업훈련 등에서 청년의 평등한 기회 제공, 청년이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적 환경 마련”이 명시돼 있으며, 청년이 한 인간으로서 당당히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다.

울산을 떠나가는 청년들

대한민국의 공장, 산업도시 울산의 청년 유출의 심각성은 몇 년 전부터 대두되었다. 2015년 조선업 위기가 시작된 후 청년의 순유출률은 꾸준히 올랐다. 그 원인으로는 조선업 위기를 포함해 양질의 일자리 부족, 여성 일자리 부족, 교육시설, 문화 콘텐츠 시설 부족 등 다양한 원인이 지목됐다. 울산상공회의소 울산지역인적자원개발위원회의 <울산지역 청년층 유출 방지를 위한 실태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울산지역 인구에서 청년(만 15∼39세)이 차지하는 비율이 10년 만에 6.7%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청년정책네트워크 일자리팀 소속의 한 회원은 “울산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보다, 일자리, 교육, 환경 등 도시 전체를 바꿔야 청년들이 더 이상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또 “청년을 포함한 시민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도시가 돼야 비로소 도시의 건강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 방식대로 울산에서 살아가는 청년들

많은 청년이 울산을 떠나가는 동안 울산을 떠나 공부를 마치고 울산에 돌아오기를 자처한 청년들이 있다. 그들은 주거, 일자리 문제에 부딪혀 고향으로 돌아왔거나, 타향살이에 지쳐 울산으로 돌아오길 선택한 청년들이다. 그런 청년 중에 몇몇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청년문화예술공동체 님’은 대안학교 출신 졸업생이 모여 만든 단체다. 울주군 소호에 발붙이고 살 것을 결심하고 함께 거주하며 6명의 청년이 즐거운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구 학산동에 있는 ‘영감영감이’라는 공간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 지역 청년이 만남을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음악 공연, 비건 모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청년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지역 청년의 거점 공간이다. 공간 주인인 이소영 대표는 “서울에서 음악을 하다 울산으로 내려왔는데 울산에 있는 내가 마치 섬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이곳에서 어떻게 하면 즐거울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조금씩 재밌는 일을 벌이기 시작해서 지금은 다양한 사람이 찾아오고 함께하는 숲 같은 공간이 됐다”고 말한다. 많은 청년이 떠나가는 도시 울산에서 어떤 청년들은 도시의 다양성을 더하기 위해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나 자신’이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색을 뿜으며 살아가고 있다.


조강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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