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배송이라는 필요가 낳은 콜드체인의 고도화

이영두 울산대학교 전기공학부 연구교수 / 기사승인 : 2021-08-17 00: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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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자연과학
▲ 백신 유통 관련 체계(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 백신유통관리팀)

 

코로나19 백신의 안전한 배송을 위해 콜드체인(cold-chain) 시스템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백신은 반드시 적정한 온도에 보관돼야 하는데 그 이유는 백신 항원의 주요성분이 단백질이기 때문이다. 단백질은 온도 변화에 민감해 주어진 상태에서 온도 변화가 발생하면 변질되거나 파괴될 수 있다. 제품으로 유통되는 백신은 많은 경우 소형 유리용기에 대상 바이러스 단백질의 일부를 생리식염수와 함께 동봉한 액체 상태의 제품이다. 따라서 백신에 적용되는 단백질의 종류가 제조사별로 차이가 날지라도 모두 단백질을 포함하므로 온도 변화에 취약하다. 그러므로 정상적인 백신의 접종을 위해서는 백신 배송에 있어 적정한 온도를 유지해 주는 콜드체인 시스템이 필수다. 


유통분야에서 신선물류라 불리기도 하는 콜드체인은 온도에 민감한 화물의 유통 전 과정을 통칭하는 용어다. 즉, 어떤 특정 단계에서의 독립적 저온 유지가 아닌 제조에서부터 소비자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저온(cold)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연계(chain) 체계인 것이다. 따라서 저온을 위한 냉장·냉동 시스템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된 단계별 상호체계, 규약, 규정 등을 포괄한다. 콜드체인은 크게 일반과 슈퍼(super)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일반 콜드체인은 –20℃~10℃의 온도 구간에 대한 저온유통체계로 채소, 어류, 화장품 등이 이에 속하며, 슈퍼 콜드체인은 –180℃~–20℃를 대상 구간으로 의약품, 백신 등이 이에 속한다. 온도 구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슈퍼 콜드체인이 더 낮은 저온(초저온)을 요구하므로 더 진보된 단계별 규정과 기술을 요구한다.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보관과 유통에 따라 요구되는 온도가 다르긴 하나 화이자는 –70℃가 요구되며, 모더나는 –20℃,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는 2℃~8℃의 저온 유지가 요구된다. 따라서 모든 백신이 슈퍼 콜드체인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백신의 종류에 따라 적정한 콜드체인 수준이 적용된다. 


슈퍼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들은 초저온을 위한 냉동, 용기, 냉매, 모니터링 등의 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고장 및 돌발 상황을 지원하는 보조기술과 보안기술 등을 추가로 고려할 수 있다. 초저온 냉동기술로는 LNG(액화천연가스) 냉열 기술이 냉동 창고에 적용되는데 –160℃ 이하에서 액체 상태인 LNG가 기화될 때 주변 열을 흡수함으로써 –100℃ 이하로 온도를 낮추는 방식이다. 초저온 용기로는 골판지 등에 고분자화합물을 코팅하거나 단열 및 수분 특성이 뛰어난 플라스틱 신소재를 재료로 만든 상자(용기) 등이 사용된다. 이 특수상자는 보통 이중으로 구성되며 내부에는 초저온용 냉매가 사용된다. 일반 콜드체인에서는 아이스팩이 주로 냉매로 사용되지만 슈퍼 콜드체인에서는 이산화탄소 얼음인 드라이아이스가 사용된다. 고체 이산화탄소는 기체로 변하는 승화점이 –78℃로 초저온 유지에 적합하다. 특수한 경우 –196℃에서 액체 상태인 액화질소가 냉매로 사용되기도 한다. 모니터링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이하 IoT) 기술이 핵심이다. IoT는 물건에 센서와 통신 모듈을 부착해 센서로부터 측정되는 물리값을 인터넷을 통해 서버(server)로 전달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추론해 물건의 상태 추적 및 조건에 따른 특정한 동작이 이뤄지도록 하는 지능형 통합 플랫폼이다. IoT를 적용함으로써 백신 보관 또는 유통 시 온도, 습도, 충격, 위치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관리자 또는 운반자에게 이를 통지해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슈퍼 콜드체인의 보조기술로는 전원 고장으로 냉동장치에 이상이 생겼을 때 액체질소를 투입하는 비상 냉매 시스템 등이 있다. 


살펴본 바와 같이 콜드체인은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은 아니다. 이미 유통 분야에서 사용돼 온 기존 기술의 영역에 있던 것이다. 하지만 백신 배송이라는 새로운 필요가 콜드체인을 고도화시켰다. 기술은 그것이 잠재된 필요이든 노출된 필요이든 상관없이 필요라는 못자리판에서 자라는 씨앗과도 같다. 이 필요는 때론 개인에게서부터 시작되기도 하고 공동체에서 요구되기도 한다. 콜드체인의 경우를 살펴보면 백신 배송이라는 필요는 안전한 배송이라는 갈망이 채워질 때까지 계속해서 LNG 냉열기술, 초저온 특수상자, 드라이아이스 및 액화질소, IoT 등 “다른 것”들을 흡수하고 융합시켰다. 안전한 백신 배송은 현재 우리 사회의 간절한 바람이기에 융합은 아주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실례지만, 이 강렬한 경험으로부터 우리는 기술이 삶의 필요를 투영하는 도구가 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사용되는 기술, 곧 필요를 투영하도록 선택받은 기술은 삶의 변화 그 자체가 된다. 그렇기에 만약 우리 삶의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필요라는 욕망, 갈망, 바람 등이 변화가 요구하는 크기보다 작은 이유 때문이거나 아니면 필요라고 느꼈던 것이 실제 원하는 필요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영두 울산대 전기공학부 연구교수 leeyd10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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