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이후의 회복은 원상복구가 아니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 기사승인 : 2020-07-08 11:5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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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진정될 것처럼 보였던 코로나19가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다. 소규모 지역사회 감염이 확산되면서 수도권을 넘어 대전과 광주에서조차 확진자수가 두 자리 수에 육박한다. 급기야 광주와 전남지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을 예고했다. 일부 언론에는 무증상 확진자가 4만여 명에 이른다는 주장마저 등장했다. 잠시 느슨해졌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다시 강화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들에 조금씩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미국 4만5천, 브라질 3만7천, 인도 1만8천, 러시아 6천 등 하루 발생 코로나19 확신자 수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의 위세가 꺾이기는커녕 여전히 강력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미 일국의 국가 보건의료체계에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 한다. 백신도 치료제도 마련되지 않은 질병 앞에서 우리의 선택은 결국 최대한 감염되지 않게 조심하고 감염된 사람을 조기에 격리하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이 더욱 당혹스럽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간 이런 엄청난 지구적 재난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21세기 인류에게 닥쳐온 바이러스의 공격 앞에 우리는 고작 마스크를 쓰는 원초적 대책 이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뿐이다. 


어찌 됐든 WHO의 팬데믹 선언과 함께 상반기를 강타했던 코로나19 사태는 피크를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예측한 바와 같이 이 사태는 끝끝내 멈추지 않을지도 모른다. 당장에 기온이 내려가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하반기에 2차 팬데믹이 온다는 예측이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다. 이미 세상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말하는 전문가들의 믿고 싶지 않은 진단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뉴노멀을 요구하는 ‘코로나19 사태’는 이제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의 종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방역지침은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에 대체로 동의하는 모양새다. 어떻게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관리를 할 것인가와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 사회의 준비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이유다. 돌이켜보면 코로나19 앞에 우리 사회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제대로 된 가이드라인조차 없이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시민사회 역시 코로나19의 광풍 속에서 어떠한 대응도 하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상반기를 보냈다. 


다가올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분명 달라져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했던 상황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고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미증유의 사태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말로 넘어가기에는 상흔이 너무 깊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갑작스레 닥친 재난상황과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은 또 다른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다. ‘K-방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선제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사회구조적 불평등으로 인한 배제와 또 다른 소외는 오늘도 진행되고 있다. 최대한 확산을 막기 위해 선제적 방역을 했고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고 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인권이 아무렇지도 않게 침해되는 상황이 속출했다. 확산을 부추기는 불평등구조를 살펴보기보다는 혐오와 배제의 시선이 우선됐다. 공포와 불안은 희생양을 찾아 혐오의 덫을 씌었지만 우리 사회는 무감각했다. 


또한 기존에 존재했던 사회구조적 문제가 특정한 위험요소와 결합할 때 위험은 더 큰 재난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실감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빈약한 공공의료의 문제, 장애인시설의 문제, 취약한 사회복지 시스템의 문제,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 공백인 안전망의 문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심지어 재난지원 과정에서 드러난 국가정책의 문제점은 그동안 정부가 묵인했던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제 코로나19 시기 우리 사회는 안전과 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전개했는지, 모두가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무엇을 놓쳤는지, 긴급할 때일수록 배제되는 누군가가 없는지,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었을까 살펴봤는지 냉철하게 돌아보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불평등한 사회구조적 문제를 방치하거나 확대시켜온 국가의 책임을 ‘제대로’ 묻고 제기해야 한다. 재난의 발생, 해결과정, 그 이후 대안을 마련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국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개최되는 울산시민연대의 집담회와 울산인권운동연대의 ‘코로나19와 지역사회 대응 토론회’는 그래서 더욱 반갑다. 재난시기 위기상황 속에서 드러났던 울산지역의 각 영역별·부문별 문제들을 확인하고 시민사회 대응방안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 한두 차례의 토론으로 끝날 수 없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모두가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재난 이후의 회복은 원상복구가 아니라 재난 이후의 사회를 재조직하는 일이라는 말을 새겨본다. 


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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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철 울산인권운동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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