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책임, ‘노동인권부터 챙겨야’

김재인 한국노총 울산본부 정책실장 / 기사승인 : 2020-07-08 11: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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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사회연대

“국내 노동문제도 해결 못하면서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겠다는 것은 어불성설 아닌가요?” 지난 6월 24일 울산인권운동연대 등이 주관한 ‘2020 기업과 인권 울산컨퍼런스’에서 한 참석자의 발언이다. 


UN 등 국제사회는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속에서 기업들에게 국내외 경영활동으로 파생되는 사회, 환경, 노동, 인권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와의 문제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규범화하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는 2011년 UN 인권위원회에서 결의되고 현 정부에서 제도화하고 있는 기업의 인권경영에 대한 개념과 공공기관 도입 현황, 이를 민간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이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다. 


한국동서발전 노사를 비롯 공공기관들은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지만 인권경영을 통한 글로벌 수준의 사회적 책임을 선도하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인권경영에 대한 생소함은 차치하더라도 산업도시·노동도시 울산에서 그것도 전국에서 처음 개최된 행사라 더욱 의미 있는 자리였다. 


문제는 인권경영을 포함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제대로 민간에 확산되고 실천되기 위해서는 상당부분 왜곡되고 잘못된 인식들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기업의 경영활동과 이윤추구 과정에 의해 발생하는 노동, 고용, 안전 등 사회적 문제와 환경이슈 등을 해결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 즉 사회에 대한 책무를 의미한다. 


여기에 1980년대 이후 세계화 촉진으로 다국적 기업들의 성장 속에 공급망인 하청기업과 해당 국가에서 발생하는 노동인권 문제, 고용의 질, 임금·노동조건을 비롯 환경오염 등의 문제가 NGO단체로부터 집중적인 공격을 받으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이로 인해 기업들에게는 사회적 책무를 추구하도록 하는 이해당사자들의 압력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2016년 가습기살균제 사고가 잇따르면서 환경운동연합과 소비자단체 등에서 옥시 불매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다국적 글로벌 기업인 나이키는 제3세계 국가에서 현지 아동 노동으로 인해 불매운동에까지 몰리자 1998년 하청업체와 계약 시 지배구조, 인권, 노동, 환경 등에 관한 사회적 책임 기준을 수립하고 주기적인 감사체계와 모니터링을 하고 나섰다.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거래중단이라는 강력한 조치를 취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근 갑질문제, 미투운동 등 사회적 문제 또한 대부분 기업 경영과 관련한 인권문제로 집결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앞다퉈 인권침해와 노동탄압에 연루된 기업들의 활동을 제한하는 각종 국제협약과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으며 주요 선진국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을 앞다퉈 만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민간기업들의 사회적 책임 활동 콘텐츠를 보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보다는 사회공헌활동 등이 대부분이다. 대기업과 사회적 영향이 있는 기업들은 자사의 윤리강령이나 사회공헌활동을 기업의 이미지 홍보와 브랜드 가치에 활용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그렇다 보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경영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기부하거나 봉사활동 등을 열심히 하는 것으로 대부분 인식되고 있다. 마치 기업경영 마케팅의 일종으로 매출 신장이나 지속적 성장의 조건으로 언급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여기에는 기업의 1차 이해당사자인 노동조합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제대로 견인하는 데 소극적이었고 사업장 중심의 단체협상에만 머물렀던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이런 성향들이 경영활동의 과정에서 자행된 실질적인 환경파괴와 원하청 불공정거래, 부당노동행위, 중대재해 등에 대해 기업에게 면죄부를 주는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아직도 현장에서는 임금과 고용을 위협받는 노동자들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위험업무 외주화로 중대재해 사고는 끊이질 않고 반복되고 있다. 반면 기업에 대한 책임과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사회안전망은커녕 노동기본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삶은 우리 사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이며 어디서 출발해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1차적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들의 노동인권조차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엄격히 요구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자격과 성장을 기대한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이날 컨퍼런스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을 이해하고 소비자, 노동조합, 시민사회 등 이해당사자들의 제 역할을 인식시키는 출발점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재인 한국노총울산지역본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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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인 한국노총 울산본부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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