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노무현’이 바로 시대정신이다

최병문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5-22 11: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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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문 정치칼럼 ‘사람세상’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아 5월 한 달 내내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그를 추모하는 각종 행사가 열리고 있다. ‘새로운 노무현’을 슬로건으로 그의 삶을 재조명하는 작업도 각계각층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001년 12월, 대선후보 국민경선 출마 선언 때 그가 행한 연설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우리의 정의감을 자극하며 격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꾸어 보지 못했고,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다.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 주었던 제 가훈은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 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의 사자후에 공감한 국민들의 선택으로 그는 마침내 대한민국 16대 대통령이 되었다. 오랜 독재를 거치면서 보통 국민들이 경험한 일반적인 정치의 목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을 잡아 자신과 패거리들이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매우 특별한 사람이었다. 대한민국을 ‘사람사는 세상’으로 변혁시키기 위해 대통령이라는 정치권력을 필요로 했다. 그의 당선 자체가 대한민국의 빛나는 역사가 된 이유이다.


그가 꿈꾼 ‘사람사는 세상’은 착한 사람이 반칙과 특권 없이도 성공할 수 있는 세상, 한번 실패해도 또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 공정한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도 부당한 특권을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패자를 배려하는 그런 세상이다. 그는 ‘사람사는 세상’을 앞당기기 위해 국민의 참여를 바탕으로 온 힘을 다해 대통령으로 복무했다.


그러나 검찰 언론 보수정치권 등 기득권 세력은 노무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국민의 촛불로 기사회생했지만 심지어 국회 탄핵 의결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도록 했다. 참여정부 내내 ‘경제성적 최악의 빨갱이정부’라는 ‘좌파정부 경제폭망 프레임’을 가동시켰다. 세계 경제를 지배하던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점점 심각해진 빈부격차, 일자리 문제 등을 스스로 만족하는 수준으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은 심한 자괴감에 시달렸다. 사실 통계지표상으로는 준수한 경제 성적이었다. 참여정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5%로서 3.2%의 이명박, 2.9%의 박근혜 정부보다 높았고, 수출 증가율은 18.16%로서 이명박 9.14%, 박근혜 -2.375%보다 월등히 높았다.


성공했다고 자부할 정도는 아니라 하더라도 참여정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평화를 만끽했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정책도 본격화했다. 특히 ‘비전 2030’은 2030년까지 복지수요를 확대하는 방향을 가진 장기 국가발전 전략으로서, ‘사람사는 세상’을 구현할 구체적 수단이었으나 이후 정권에 의해 무참히 폐기되고 말았다. ‘정치를 외면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플라톤의 경고는 유효했다.


“여러분은 왜 모였습니까?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세상을 사랑합니다.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불의에 대해서 분노할 줄 알고 저항합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탐구해서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방도를 찾고 뜻을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행동합니다. 사람들을 모으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권력과 싸우고 권력을 잡고 그리고 정책을 실행하고 정치를 합니다.” 노무현의 삶과 정치 지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연설이다. 권력을 잡고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는 게 아니라 ‘정책을 실행한다’는 그의 말은 그가 왜 대통령이라는 지위와 권한을 필요로 했는지를 보여준다. 자신과 패거리들의 사적 이익을 위해 공적인 지위와 권한을 함부로 이용하다가 촛불시민의 분노를 자극한 적폐세력들과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국민은 나쁜 국가권력을 응징하고 교체할 수 있다’는 혁명 정신으로 세워진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유산을 잘 관리해야 한다. 그의 유산인 촛불의 힘은 대부분의 지방 권력까지 교체하는 위력을 보였다. 내년 총선에서도 ‘새로운 노무현’이 힘을 발휘해야 한다. 노무현의 꿈이 실현되지 못한 것은 짧은 임기 때문이었다. 5년은 너무 짧았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을 발휘해서 앞으로 최소한 20년은 ‘새로운 노무현’이 정권을 유지하게 해야 한다. ‘새로운 노무현’이 바로 시대정신이다.


최병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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