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주군 긴급 군민지원금과 기본소득, 그리고 사회적 자본

이승진 울산공익법률원 설립 준비위원회 위원장 / 기사승인 : 2020-04-01 11:5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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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한민국의 민생 경제가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울주군이 모든 주민들에게 1인당 10만 원씩 ‘긴급 군민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에서 처음, 조건 없이 지급하는 보편적 재난수당으로 기본소득의 성격을 강하게 지녔다. 발표대로라면 울주군 주민들은 무조건 10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4인 가족이면 40만 원이다. 다음 날 경기도에서도 모든 도민들에게 10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발표가 이어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원 대상은 울주군 등록 주민 22만2256명이다(2월 말 기준). 총 222억2560만 원을 지급한다. 당장 집행되지 않은 예산에서 70~80억 원, PWA윈드서핑과 작천정벚꽃축제 등 코로나19로 취소된 행사 등에서 10억 원, 지난해 편성된 예산 가운데 집행되지 않은 순세계잉여금과 세입증가분으로 130~140억 원을 각각 충당하기로 했다. 이 예산들은 세간의 추측처럼 원전에 의한 수입금이 아니다. 


일각에서 고소득자와 미성년자를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고소득자를 제외하는 것은 납세자에 대한 이중차별이다. 세금 많이 내는 사람을 정책에서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내가 내는 세금이 나에게 돌아온다’는 정책적 신뢰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미성년자를 제외하는 것 역시 옳지 않다. 미성년자도 소비자이고, 소비를 하는 만큼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당당하게 세금을 내는 울주군민이다. 


코로나19 때문에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노동,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재난 확산에 따른 피해 속도가 정책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 기존 복지정책 논리대로 저소득층이나 사각지대 주민을 따로 선별하는 것은 재난 상황에서 매우 비효율적이다. 가난함을 증명해야 하는 낙인감과 정책 대상에서 배제되는 상대적 박탈감이 동시에 나타나게 된다, 어딘가에서 선을 그어버리면 경계선에 있는 사람들은 또 다른 복지 사각지대에 처하게 된다.


그렇다면 울주군의 긴급 군민지원금은 기본소득일까? 기본소득의 원칙은 다섯 가지다. ①모두에게 지급하는 ‘보편성’ ②자산 심사와 노동을 요구하지 않는 ‘무조건성’ ③개인에게 각각 지급하는 ‘개별성’ ④일회성이 아니라 매월 또는 매주 지급하는 ‘정기성’ ⑤사용처를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 가능한 ‘현금지급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울주군의 긴급 군민지원금은 ‘정기성’을 제외하고 모든 원칙을 만족시키는 기본소득 성격이 강하다. 


전 세계 인구가 보편적으로 감염병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상황적 보편성’이 존재하고 있고,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은 불특정 다수 모두에게 열려 있다. 그러므로 사전적, 예방적,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보편적 지원’이 타당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재난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찬성 여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인식 이면에는 의료진들의 헌신적인 모습과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진정성이 있다. 이른바 ‘사회적 자본’이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자본은 인간관계 속에서 개인과 집단, 사회, 국가의 목표를 달성하는 무형적 수단을 가리킨다. 상호 신뢰와 사회적 규범, 공동체 의식들을 말한다. 자본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코로나19 사태에 대입해보면 마스크와 손소독제, 생필품은 물적 자본이다. 공직자와 의료진, 자원봉사자들은 인적 자본이다. 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농협과 신협, 노동조합,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도 사회적 자본을 토대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혈연과 지연, 학연처럼 자생적인 사회관계망도 사회적 자본과 상호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농업을 기반으로 공동체 의식이 높은 사회였다. 그러나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구 이동이 가파르게 나타나면서 공동체 문화가 대부분 붕괴됐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는 사회적 자본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신뢰도’가 평균치에도 못 미치는 23위다. 선진국이나 강대국은 대개 사회적 자본의 축적비율이 높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경험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내재된 사회적 자본이 터져 나오고 있다.


사회적 자본이 발달한 지역은 경제발전과 복지증대, 정치민주화, 범죄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만큼 공동체 내부의 상호관계가 활발해져서 개인의 행복감도 높아진다. 사회적 거래 비용을 최소화시켜서 경제발전 속도를 높인다. 정책과 제도의 지역사회 이전 효과를 높여서 정치적 효율성도 높아진다. 그런 의미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재난 기본소득을 사회적 자본의 구체적인 형태로 인식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자본을 경험한 시민들이 보편적 기본소득 도입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것이다. 


울주군의 이번 결정은 ‘모두의 세금을 모두에게 지급하는 플랫폼’으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줬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은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변곡점을 찍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울주군 긴급 군민지원금이 대한민국 사회적 자본의 축적을 증명하고 기본소득 도입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선호 울주군수와 담당부서장, 이에 협력하는 울주군 지역 시의원과 군의원에게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이승진 울산공익법률원 설립 준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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