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치는 통일부장관을 기대한다

김창현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남북교류협력 특별위원 / 기사승인 : 2019-05-22 1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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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요즘 필자는 작년 판문점 선언 이후 하노이회담의 결렬에 이르기까지 그 영화 같은 장면을 자주 되짚어 보며 한 가지 의문에 빠진다. 왜 우리는 너무나 중요한 시기, 스스로 발목을 잡고있는 족쇄를 없애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7.4 남북공동성명은 1972년, 전후 남북이 최초로 만나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조국통일 원칙을 합의, 발표한 역사적 선언이다. 이후 2000년 6.15 공동선언,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 공동선언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역사적 합의 때마다 늘 첫 항은 ‘자주’였다. 외세의 간섭과 억압에 굴하지 말고 남과 북 우리 민족의 자주적 힘으로 반드시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다. 필자는 남과 북이 ‘자주’를 가장 먼저 내세운 것은 전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한과 억울함과 분노가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식민지 36년을 끝내고 해방이 되자마자 우리 민족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세에 의해 강점, 분단되고 전쟁을 겪고 오늘까지 서로 총부리를 대고 으르릉대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수천 년 함께 살아온 같은 민족이 말이다.


동북아 정세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어느 나라도 우리 민족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쉽게 발견하게 된다. 강력한 통일코리아를 원치 않는 일본은 특히 그럴 것이고 중국 또한 마찬가지다. 미국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중국의 코밑에 있는 한반도 남쪽의 군사기지를 포기할 마음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역사적 고비마다 민족의 운명에 개입하고 간섭하고 압박하는 미국 때문에 실제 그 무엇도 할 수 없음을 우리는 너무 뼈저리게 배워왔다.


작년 판문점 선언은 전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우리 민족의 저력을 충분히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가을 유럽순방과 교황 면담 등을 통해 보여준 모습은 정말 능라도 연설만큼이나 멋있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풍계리 핵 실험장 파괴, 미군 유해 송환 등 북이 보여 준 성의만큼 상응하는 대가를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과감하게 제재를 해제하고 경제협력을 펼쳐 공동번영의 대담한 길을 걷자’고 주장했다. 필자는 그때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우리 정부가 최소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처럼 돌아가지 않았다. 작년 말 소위 워킹그룹이 형성된 이후 사사건건 미국의 개입 속에서 서서히 꼬이기 시작하더니 하노이회담 이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황당해져 버렸다.


필자는 지금이야말로 뭔가 자주적으로 ‘사고’를 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은 올 신년사를 통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의 조건 없는 재개’를 제안한 바 있다. 실제 유엔제재나 미국제재에 관광품목은 들어 있지 않다. 지금도 대한민국 국민을 제외하고 전 세계 누구나 북한 관광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물론 한미동맹의 기치를 더욱 굳건히 하는 가운데 북미관계 개선에 있어 남의 역할을 제고하는 방식으로 차분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문 대통령과 현 정부의 기조를 모르는 바 아니다. 문제는 그 미국과 손발을 잘 맞춰가며 한다는 것이 자주적으로 아무 결정도 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는 데 있다. 뭔가 같은 민족끼리 손을 잡고 해보자는 것에 대해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북의 식량난을 이유로 인도적 지원을 선심 쓰듯 자꾸 떠들어 대는 것은 누가 봐도 참 모양이 좋지 않다. 자부심 높은 북을 자꾸 자극할 뿐 관계개선에 어떤 도움이 될까.


진심으로 진전된 관계회복을 원한다면 북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 실제 북은 오랜 기간 관광을 준비해 왔고 또 그럴만한 아름다운 자연을 갖고 있다. 남측 내부에는 사시사철 전 세계로 떠나는 수많은 관광수요가 있다. 그렇다. 지금이야말로 북한지역 관광을 열어야 한다. 금강산을 비롯한 백두산, 묘향산 등 명산에 오르고 싶어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보수진영의 격렬한 반대 속에 어렵게 임명된 김연철 장관의 결단을 바란다. 북한 전 지역 관광을 허용하라. ‘미군철수’ 같은 어려운 주장을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사고를 한번 치자. 야당에서 해임건의안이 나오고 와글와글하는 가운데 쫓겨나듯 걸어 나오는 통일부 장관을 보고 싶다.


김창현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 남북교류협력 특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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