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자의 겸애사상(2)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기사승인 : 2019-08-23 12:02:37
  • -
  • +
  • 인쇄
경제학자의 묵자 읽기

묵자사상의 상징처럼 알려진 겸애는 추상적인 숭고한 도덕적인 사랑이 아니라, 혼란을 잘 다스리고 천하의 해로움을 제거하려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사랑이다. 그런 의미에서 겸애는 합목적적이며, 따라서 개인의 윤리적 도덕률이라기보다는 통치 원리에 해당한다.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서로 사랑하면 강자는 약자를 억누르지 않고, 다수가 소수를 겁박하지 않으며,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모욕하지 않으며, 귀한 사람이 천한 사람을 업신여기지 않고, 영악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 천하의 재앙과 찬탈, 원망과 한탄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서로 사랑해야한다.”[천하지인개상애(天下之人皆相愛), 강불집약(強不執弱), 중불겁과(眾不劫寡), 부불모빈(富不侮貧), 귀불오천(貴不敖賤), 사불기우(詐不欺愚). 범천하화찬원한가사무기자(凡天下禍篡怨恨可使毋起者), 이상애생야(以相愛生也).]


이리하여 부인과 아이가 없는 늙은이는 부양받아 수명을 다할 수 있고, 부모가 없는 어리고 약한 고아는 기대고 의지할 바가 있어 성장할 수 있다. 이제 두루 아우름[겸(兼)]을 올바름으로 삼으면 이와 같은 이로움이 생긴다.[시이로이무처자자(是以老而無妻子者), 유소시양이종기수(有所侍養以終其壽); 유약고동지무부모자(幼弱孤童之無父母者), 유소방의이장기신(有所放依以長其身). 금유무이겸위정(今唯毋以兼為正), 즉약기리야(即若其利也).]


묵자의 겸애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에서 ‘만인에 대한 만인의 사랑’으로 전환하는 매개이지만, 그 목적은 천하의 해로움을 제거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이익을 증가시키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모든 사람이 노동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노동력을 상실한 노인과 과부, 고아에 대해서도 배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면에서 항상 하층민에 대한 배려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구성원이 소외되지 않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묵자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묵자 사후에 맹자(孟子)와 순자(荀子) 같은 유학자들이 겸애에 대해 비판했지만, 그가 살았던 당시에 두 가지 점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첫째, 모두를 두루 사랑해야 한다면 도둑마저 사랑해야 하는가? 이에 대해 묵자는 “이 세상에 도둑이 있음을 알지만 세상 사람들을 사랑해야 한다[지시지세유도야(智是之世有盜也), 진애시세(盡愛是世)]”고 말하면서 “도둑의 행위를 미워하는 일은 세상에 보탬이 되지만, 도둑을 미워하는 일은 세상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오도지위가어천하(惡盜之爲加於天下), 이오도불가어천하(而惡盜不加於天下)]”고 함으로써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둘째, 겸애는 과연 가능한가? 이에 대해 묵자는 역사적 사실을 열거하면서 겸애는 어렵지도 않으면 지배자가 원하면 모든 사람이 자연스럽게 따라간다고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제 두루 서로 사랑하고[겸상애(兼相愛)], 서로 이롭게 하는[교상리(交相利)] 것은 이로움이 있고, 게다가 하기 쉬우며, (이로움은) 이루 다 계산할 수 없다. 내가 생각하기에 임금[상(上)]이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진실로 임금이 그것을 좋아해 상과 칭찬으로 그것을 권장하고 형벌로써 두려워하게 하면, 내 생각에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서로 이롭게 하는 일에 매진할 것이다. 비유해 말하면 불은 위로 올라가고, 물은 아래로 흘러가듯이 천하에 막을 수 없다.”[금약부겸상애(今若夫兼相愛), 교상리(交相利), 차기유리차역위야(此其有利且易為也), 불가승계야(不可勝計也), 아이위(我以為) 즉무유상설지자이이의(則無有上說之者而已矣). 구유상설지자(苟有上說之者), 권지이상예(勸之以賞譽), 위지이형벌(威之以刑罰), 아이위(我以為) 인지어취겸상애교상리야(人之於就兼相愛交相利也). 비지유화지취상(譬之猶火之就上), 수지취하야(水之就下也), 부가방지어천하(不可防止於天下).]


겸애는 목적이나 대가가 없는 무조건적 사랑이 아니라 공정하고 공평한 이익의 분배를 조정하는 통치의 기본원리다. 그런 면에서 상동(尙同)이 국가구성의 기본원리이며 겸애(兼愛)가 통치의 기본원리라는 면에서 양자(兩者)는 동전의 앞면과 뒷면에 해당한다. 겸애의 주체는 모든 사람이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사람이 겸애할 수 없다면 현명한 지도자가 겸애를 솔선수범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강약(强弱), 중과(衆寡), 빈부(貧富), 귀천(貴賤), 사우(詐愚)의 관계에서 전자가 후자를 사랑해야 한다. 이를 실천하는 지도자를 묵자는 별군(別君)·별사(別士)와 대비해 겸군(兼君)·겸사(兼士)라고 불렀다. 즉 겸애는 위로, 아래로, 그리고 옆으로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되지만 ‘상동(尙同)’에서와는 반대방향으로 ‘내리사랑’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력에 한정해 보면 윗사람에 대한 복종과 아랫사람에 대한 겸애가 서로 약속(通約)돼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묵자에 있어 겸애의 최종 행위자는 최고 통치자인 천자가 상동(尙同)해야 하는 하늘[천(天)]이다.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승석 울산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오늘의 울산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