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언제까지 아름다운 지구 산책자로 남을 수 있을까?

이소정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연구원 / 기사승인 : 2019-08-23 1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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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공동기획

바다쓰레기 ‘줌(ZOOM, 주움)’ 프로젝트 ④음식포장지

-음식물 포장지, 두 번째로 많은 해양쓰레기
-어린 알바트로스의 배에 가득한 쓰레기들
-지금은 많은 생명들과 함께 흐르는 바다를 살리는 시간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나는 아이들과 가끔 솔숲과 몽돌이 있는 울산 바다를 산책한다. 아무리 더운 여름밤이라도 해가 진 해변의 바람은 선선하다. 노란 달맞이꽃이 예쁜 노랑을 뽐내고 덩굴식물은 진녹의 터널을 이룬다. 횟집 수족관의 파란빛이 더 짙어진다. 생각보다 사람들도 많다. 늦은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바위에 걸터앉은 민소매에 반바지 차림의 남자들, 중년의 부부들. 유모차를 끌고 나온 젊은 엄마들이 내 곁을 지난다. 따르릉거리며 자전거가 지나가면 사람들은 양쪽으로 바닷길이 열리듯 갈라진다. 울산 진하해수욕장을 끼고 도는 해파랑길에서 우리는 모두 지구 산책자들이다.

 

▲ 또 다른 지구 산책자

나는 여름 하오의 바다 산책을 좋아한다. 여유가 깃드는 장소 같다. 오늘의 일들은 대부분 끝났다. 내일의 일상이 아직 걱정으로 다가오지 않는 경계 위를 갈매기가 난다. 그러나 나는 이 여유를 오래 즐길 수 없다. 아이들이 맨발로 걷는 해변이 위험하다고 느낀다. 나는 갑자기 불안해진다. 빈 페트병이나 갈라진 유리병, 버려진 비닐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는 새된 소리를 지르게 한다. 평화가 얼마나 부러지기 쉬운 새의 날갯죽지 같은지…….
누가 버렸어요? 

호된 나무람에 시무룩해진 아이들에게 나는 괜히 미안해진다. 버린 사람이 아이들이 아닌 것을 안다. 괜히 부주의한 아이들을 탓한 내가 밉다. 

 

▲ 바다쓰레기들
▲ 바위틈에 버린 양심


과자 봉지가, 아이스크림 막대가, 포장지들이 버려진 바다. 해양쓰레기가 생기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육상에서 생기는 쓰레기와 어업이나 선박 등으로 인해 해상에서 생기는 쓰레기다. 육상에서 생기는 쓰레기는 또 육지의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가 집중호우나 폭우로 인해 바다로 흘러드는 경우와 해변을 이용하는 사람들에 의한 무단투기로 인한 경우로 나뉜다. 바다쓰레기는 너무 많고 그걸 버린 사람들이 저 지구 산책자 가운데도 있음을 안다. 나는 그들을 노려본다. 하지만 나도 그 일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해양쓰레기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음식포장지다. 나는 포장이 잘 된 식재료를 선호했다. 그게 훨씬 더 신선해보이고 좋아 보인다. 내가 살림을 잘사는 것처럼 착각한 적도 있었다. 이중삼중으로 포장된 음식을 싸들고 자주 바다로 소풍을 오기도 했다. 그 포장지들을 잘 뭉쳐서 버렸다고 생각했지만 집으로 가져오지는 않았다. 해안의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그건 누군가를 살리는 살림이 아니었다.
누가 버렸어요? 

 

▲ 버려진 비닐봉지
▲ 버려진 쓰레기들

 

아이의 말에 내가 대답을 못한 건 누군가를 비난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비난하기 싫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새벽 배송이 신선재 유통의 혁명처럼 등장한 올해, 그 이면에 과도한 포장재 문제가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바다를 넘어 지구가 쓰레기로 들끓고 있다는 것도. 누군가 새벽 배송 받고 난 뒤 비닐과 스티로폼, 종이 박스 등으로 과대포장된 제품을 찍어 올렸다. 모두가 놀란 사진이었다. 우리 식탁의 신선함이 지구의 신선함을 보장해주지 않는 것은 자명했다. 

 

 

▲ 바다 산책로

 

문화인류학자 크리스 조던(56)이 8년 동안 촬영한 알바트로스의 생애를 기사로 접한 적이 있다. 알바트로스는 가장 높이, 멀리, 오래 나는 새로 부리를 열어 어린 새끼에게 먹이는 모습은 아름다움을 넘어 경이롭다. 하지만 결말은 비극이다. 죽어 있는 어린 알바트로스의 뱃속에는 쓰레기가 가득했다. 배고픈 아기 새에게 쓰레기를 먹인 어미새의 결말이 내내 잊히지 않는다. 우리가 언제까지 아름다운 지구 산책자로 남아 있을 수 있을까? 이제 막 걸음을 뗀 아이 하나가 지구에 쿵쾅 뜨거운 발도장을 찍는다. 조금 큰 아이들은 빗물이 모여 강을 이루고 바다로 가는 노래를 부른다. 많은 생명들과 손잡고 바다는 늘 함께 흐르고 있다. 그 간단한 이치를 아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충분히 이 저녁을 걸어 아름다운 지구 속으로, 따뜻한 생명 속으로 산책을 나갈 자격이 있다고 나는 말해주고 싶다. 


이소정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연구원


*이 원고는 울산연안지역역량강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활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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