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쭉과 신록을 만끽하고 싶으시다면 봄날의 대운산으로

노진경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교육팀장 / 기사승인 : 2019-04-24 12: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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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산행

▲ 구룡폭포 앞에서

 

▲ 길가에 핀 철쭉

 

▲ 대운산 야영장

 

보드라운 봄바람에 여기저기서 신록과 꽃망울들이 퐁퐁 피어난다. 꽃샘추위도 지나가고 드디어 온전한 봄이 왔다. 실로 밖에 나가 놀기 좋은 계절이다. 모기가 등장하기 전이라 더욱 그러하다. 이맘때쯤이면 어떻게든 밖으로 나갈 궁리를 한다.


대운산은 양산과 울산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원효대사가 마지막으로 수행한 내원암이 있으며 영남알프스 산군에 견줘 겸손한 높이인 742m지만 깊은 숲과 수려한 계곡을 갖고 있다. 봄이면 산길을 따라 진달래와 철쭉이 만발하는 곳으로, 특히 고운 철쭉을 만끽하려면 대운산 만한 곳이 없다.


금요일 저녁 일과를 마치고 지인과 함께 대운산 야영장으로 향했다. 도심의 벚나무는 꽃비를 내리고 신록을 틔운 지 오래인데, 야영장의 산벚나무는 분홍빛이 완연하다.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야영장이 한산하다. 산벚나무가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텐트를 친다.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위치에 내 집이 생긴다. 야영은 그런 맛이 있다.


집짓기는 10분이면 끝난다. 집을 짓고 나면 책도 읽고 곡차(막걸리)도 여유롭게 즐긴다. 봄의 풍경을 안주로 즐기는 곡차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야영을 즐기는 필자에게 집 밖에서 무슨 고생이냐고 하는 분들도 간혹 있지만, 그건 다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보면 온전한 평온은 물질에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아주 조금은 감을 잡을 수 있다.

 

▲ 대운산 정상에서

 

▲ 물가에 핀 철쭉

 

▲ 봄에 움트는 신록과 철쭉


생명력의 기운이 그득한 그곳에서 하룻밤을 푹 자고 짐을 정리한다. 단출한 짐이라 정리도 명료하다. 가볍게 오면 가볍게 나설 수 있다. 많은 캠핑장비로 자연도 만끽하고 편리함도 누릴 수 있겠지만, 편리함을 위한 그 물건들이 결국은 다시 불편함을 만든다. 짐 정리를 해본 사람은 다들 알고 있으리라. 우리 삶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많은 물건과 돈을 가져야 편해질 것 같지만, 그 돈과 물건이 다시 속박이 되기 마련이다. 적당히 소박한 소유의 선을 잘 찾아야 마음과 몸이 함께 행복할 수 있다.

 


하루 잘 묵어간 숲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선다. 야영장에서 대운산을 오르는 길이 있지만, 콘크리트 포장이 된 임도가 유쾌하지 않다. 야영장이 있는 양산에서 울주군 온양읍 상대마을로 이동한다. 상대마을은 숲길을 걸어 산정으로 향하기 가장 적합한 곳이다. 도착해보니 수목원 공사가 한창이다. 4년 만에 다시 찾은 산하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 산정에서 내려다본 경치

 

▲ 산정의 진달래

 

▲ 울산수목원 조성공사 현장


공사로 바닥의 흙이 드러났다. 나무와 풀이 그득했던 길에 흙먼지가 풀풀 날린다. 자연은 자연스러울 때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필자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인공암벽으로 만들어진 폭포와 새로 조성된 데크, 건물들이 아쉽다. 텐트처럼 언제든 접을 수 있는 단출한 시설로도 사람들이 숲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데 이렇게 장엄한 구조물들이 들어서야만 하는지 의문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아쉬움도 잠시, 만개한 고운 철쭉들이 금세 마음을 싱그럽게 만들어 준다. 산은 철철이 변하지만 또 언제나 그대로다. 청량하게 흐르는 계곡과 신록에 가슴이 시원하다. 평지에 가까운 숲길을 한참 걸어가면 정상 이정표가 나온다. 산행이 오랜만인 지인은 이정표 너머로 보이는 가파른 오르막길을 걱정한다. 대운산은 겸손한 해발고도에 비해 길의 경사도가 살벌하다. 큰바위 전망대을 지나 오르는 길은 경치가 수려하지만 그만큼 산객을 호되게 다그친다. 그 길 위에서는 누구든 겸손해진다.


올라가지 않는 다리를 달래가면서 한숨에 가까운 깊은숨을 토해가며 그렇게 한발 한발 오른다. 묵묵히 한발씩에 집중해가며 오른다. 더 이상 걷기 힘들어지면 그 자리에서 쉬어가면 그만이다. 서 있는 자리에서 경치도 둘러보고 맑은 공기도 듬뿍 마신다. 전망대에 도착해 올라온 길을 내려다본다. 아까의 고통은 사라지고 성취한 뿌듯함과 달콤한 쉼이 그저 반갑다. 고통은 그 순간에만 머문다. 고통 속에서 빠져나와 돌아보면 그 세월이 아득하다. 생각해보면 나의 삶도 그러했다. 고집부리고 우겼던 일이 지나고 나면 별일이 아닌 것이 되고, 어린 시절 너무 힘들어했던 일도 돌아보니 왜 그렇게 힘들어 했을까 싶다.

 

▲ 초입의 인공바위 폭포

 

▲ 큰바위 전망대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산정에 도착하니 철쭉꽃은 감감무소식이다. 철쭉을 기대한 우리는 아쉬워했다. 자연이 하는 일을 인간의 힘으로 어찌하리오. 주어진 조건에서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마음뿐이다. 기대에 대한 실망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그 순간에 집중한다. 마음을 다르게 먹으니 만발한 진달래가 눈앞에 그득하다. 실망감이 사라진 자리에 행복감이 채워진다.


미래와 과거의 일에 우리는 개입할 수 없다. 단지 우리는 찰나를 살 뿐이라는 것을 실감한다. 내려오는 길 또한 가파르다. 좁은 보폭의 한발에 집중한다. 걷다 보니 물소리가 들린다. 한발이 모여 우리를 결국 산하에 다다르게 했다. 일상으로 돌아가 한 걸음을 디디는 일에 주의를 두는 것을 잊지 않고 살아가리라.

※추신: 대운산 정상의 철쭉은 오는 주말이 절정일 듯합니다.

노진경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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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경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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