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형 그린뉴딜-위기를 기회로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07-09 09: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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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그린뉴딜 ‘태풍의 눈’, 해상풍력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국내 경제에 큰 충격을 미쳤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1~3월 국내 외감기업의 매출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1.9% 감소해 전분기(-0.5%)보다 하락폭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빚 부담 역시 커졌으며, 수익성도 둔화했다. 기업의 경영난은 곧 실업으로 이어지며, 특히 영세 자영업자, 임시직 등 취약계층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 


경제 위기를 타파하고 새로운 중장기적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5월 ‘한국판 뉴딜’을 발표해 앞으로 5년간 76조 원을 투자할 것이라 밝혔다. 더불어 성장동력 중 하나로 지속가능한 산업 발전 및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저탄소 경제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그린뉴딜’이 한국판 뉴딜의 중요한 축으로 등장했다. 정부는 그린뉴딜의 정책방향 중 하나인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에 5조4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린뉴딜을 통한 에너지 혁신 가속화’ 전략을 발표해 신재생에너지 확산을 가속화하기 위한 재정 투자 및 기반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덕분에 신재생에너지의 성장성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의 확산이 국가 경제와 경쟁력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수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바로 해상풍력이다. 최근 정부가 마련한 제3차 추가경정예산에서 편성된 ‘그린뉴딜’ 관련 예산 4639억 원 중 195억 원이 해상풍력 인프라 기술 개발 및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 개발 지원에 편성됐다. 해상풍력은 최근 들어 세계 각국의 에너지 개발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시장이기도 하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서 2030년까지 해상풍력 보급목표를 12GW로 설정한 것을 보면, 한국 정부 역시 시장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징과 더불어 조선업 1위 강국 수준의 조선/해양 인프라 덕에 비교적 빠르게 선두주자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일 것이다. 


앞으로 이어질 <그린뉴딜 ‘태풍의 눈’, 해상풍력> 시리즈에서 본지는 울산형 그린뉴딜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부유식 해상풍력사업, 조선업을 기반으로 해상풍력산업의 메카를 꿈꾸고 있는 군산시의 활로 모색 현황 등 국내 해상풍력산업 상황을 살펴보고, 영국 동북부에 위치한 헐 항구의 해상풍력 터빈공장, 덴마크의 에스비에르 항만에서부터 시작된 해상풍력의 성장을 집중 조명한 뒤, 전문가 집담회를 통해 지자체와 기업의 협력을 바탕으로 해상풍력산업의 가치사슬 구축 방안을 논의를 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울산 조선업, 눈물 딛고 부유식 해상풍력으로 희망 품다

한때 조선업은 울산의 주력산업 중 하나였을 뿐만 아니라 한국이 세계를 주도하는 몇 안 되는 산업 중 하나였다. 하지만 조선업 침체에 의한 울산 지역 업계 임금수준 하락과 더불어 업계 노동자들이 주된 고객이던 영세 자영업자들 역시 위기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 산업의 흥망이 도미노처럼 연관 산업과 지역경제에 줄줄이 영향을 끼치는 모습은 예부터 숱하게 봐왔다. 2015년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을 시작으로 지역경제가 침체되기 시작하며, 그 직격탄을 맞은 울산 동구의 현실은 암담했다. 실업과 임금하락, 소비 위축의 악순환이 지속되면서 지역은 활기를 잃었다.


울산은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해상풍력 산업을 선택했다. 이미 항만 인프라를 갖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선해양플랜트 기자재 기업들이 밀집돼 있으며 현대중공업과 같이 대형 부유식 해양구조물 건조 경험이 풍부한 기업이 소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울산의 산업적 환경은 해상풍력을 시작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산업적 환경뿐만 아니라 지리적으로도 울산은 앞바다에 초속 7.5~9m의 강한 바람과 깊은 수심의 넓은 대륙붕을 보유하고 있어 해상풍력산업이 자리 잡기 안성맞춤이다. 


울산이 특히 집중하고 있는 부유식 해상풍력의 경우,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s) 시장 보고서에 의하면 2026년에는 그 시장규모가 약 11조 원(93.6억 달러)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는 한국이 인프라와 전문성 모두 준비돼 있으나, 복잡한 인허가와 규제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형근 울산시 사회일자리에너지정책특별보좌관은 “국내에는 이미 ‘해상풍력 혁신 클러스터’로서 손색없는 기업과 자원이 있으나 국내보다 해외시장으로 수출되는 게 더 많다”며,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울산에 해상풍력을 시작하기에 우수한 조건이 이미 구비돼 있는 상황에서,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이지 않으면 절체절명의 기회를 눈앞에서 놓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견해를 바탕으로 해상풍력산업을 통한 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울산시에서는 더욱 더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덕분에 울산에서는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비교적 원활한 진척을 보이고 있다.
 

▲ 출처=한국은행

 

울산 내 해상풍력 공급망과 협력관계 구축이 성공의 관건

울산시는 2025년까지 약 6조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1GW 이상의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조성 후 해당 단지를 향후 6GW 수준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해 1월부터 울산시는 4개의 재생에너지 개발·투자 기업들과 업무협약을 맺어 부유식 해상풍력단지의 조성, 운영과 관리, 지역 공급망 구축과 지역기업 활용 등에 대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계획을 세운 바 있으며, 풍황조사를 위해 라이다(원격 풍력자원 측정 장비)를 설치해 풍황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개발·설계 계획을 수립해 나갈 예정이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울산테크노파크, 한국석유공사, 한국동서발전, 한국에너지공단, 에너지경제연구원 등이 주최한 ‘부유식 해상풍력 국제포럼’이 열렸는데, 전 세계 부유식 해상풍력 산업 관계자들과 국내 관련 기업들이 만나 지역 공급망을 기반으로 하는 협력 기회를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부유식 해상풍력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울산시 주도 부유식 해상풍력 국산화 기술 개발과 민간 주도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등 두 가지 전략을 동시 추진하고 있는 울산시는 부유식 해상풍력 기술 국산화에 의한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여러 연구기관과 학계, 전문 기업체들과 손을 잡고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으로부터 지원받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 실증 프로젝트와 대형 부유식 풍력발전기 설계기술 개발 프로젝트 등은 울산대와 유니슨, 에이스이엔티 등 국내 강소기업들이 손을 잡아 산학협력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 산업, 학계 간의 협업과 더불어 울산 내 협력업체들 간의 기술 교류 및 사업 기회 모색 역시 활발해질 전망이다. 2019년 9월, 울산기자재업계를 대표하는 ‘울산조선해양플랜트기자재협동조합’이 출범했다. 울산 중소 조선해양플랜트 기자재 업체들은 울산조선해양플랜트기자재협동조합을 설립해 울산시가 추진하는 대규모 부유식 해상풍력사업에의 참여와 이를 통한 회생을 모색하고 있으며, R&D 혁신 역량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처음 이 협동조합은 ‘미니클러스터’라는 산학연 협의체에서 시작했다가 산업단지공단의 협조로 정식 협동조합이 만들어졌는데, 앞으로의 활동 역시 지자체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활동 계획으로는 정부 정책 연계 첨단 협동화 단지·공장 및 공동 물류센터 건립, 해외 판로 개척과 공동구매를 위한 온오프라인 플랫폼 구축, 차세대 국가 R&D 공동 기획·추진 및 스마트 K-야드 프로젝트 참여, 그리고 전문인력 양성과 기술혁신 촉진 과제 지원 등의 업무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혀진 바 있다. 해상풍력 산업에서도 조선해양플랜트 기자재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울산조선해양플랜트기자재협동조합이 해상풍력의 국내 공급망 구축 및 기술 국산화 차원에서 어떠한 활약을 보일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울산 동구 조선소. 울산 동구 홈페이지.

 


“부유식 해상풍력은 한국이 세계 시장 선도할 것”

뿐만 아니라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재생에너지 개발·투자 기업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Green Investment Group, GIG)의 최우진 전무는 “재생에너지 선진국인 유럽에서는 이미 한국이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으며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조선산업의 인프라 덕분에 부유식 해상풍력은 제2의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전무는 또 “그린인베스트먼트그룹 역시 울산시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에 부응해 부유식 해상풍력 사업의 건설과 운영이 철저하게 국내 건설사, 금융기관, 발전공기업들이 주도할 수 있도록 설계할 계획”이라고 덧붙인 바 있다. 이와 같이 울산시 지자체의 일관된 정책적 노력과 기업의 협력관계 구축으로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를 모아가고 있다. 


2020년 글로벌 경제는 암담한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3%’로 제시했던 IMF(국제통화기금)는 최근 추가 하향 조정을 예고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5월 초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전국 성인 남녀 1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 위기 극복 방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그린뉴딜 정책이 한국과 글로벌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된다고 인식했다. 그만큼 사회가 재생에너지 확산의 경제적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더불어 녹색경제 성장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가 앞으로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울산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해상풍력산업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나, 이미 영국, 덴마크 등 산업 선두주자들은 해상풍력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경험했다. 이는 지자체와 현지 기업 간의 협력, 그리고 산업 육성을 위한 전략적 정책 드라이브의 시너지 덕분인데, 해상풍력 시장을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선례를 학습하는 것이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 지난 6월 울산시와 부유식 해상풍력 전문 기업 및 기관들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선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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