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적 개혁을 위한 타협은 야합이 아니다

최병문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4-24 12: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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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문 정치칼럼 ‘사람세상’

작년 지방선거 참패 후 석고대죄한다고 머리를 조아리던 자유한국당이 최근 지지율이 오르면서 목불인견 교만해지고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망언으로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김진태 의원이나 김순례 최고위원에게 각각 경고와 당원권 정지 3개월 처분만 내림으로써 사실상 면죄부를 주었다. 세월호 망언으로 윤리위에 회부된 정진석 의원과 차명진 당협위원장에 대한 징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은 분명한 듯하다. 양식 있는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깊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를 실패시키는 것이 정권을 되찾는 비결이라 굳게 믿는 듯하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관련 정책 등에 대해 사사건건 무조건 반대를 일삼으며 ‘경제 폭망 정권’ 프레임을 작동시키려 애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을 상대로 대북제재 강화를 위한 직접 외교에 나서겠다는 등 전쟁불사를 외치는 미국의 대북 강경파와 별반 다르지 않은 훼방을 놓고 있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지도부는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장외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며 ‘종북 외교’, ‘좌파독재’ 등의 반정부 구호를 외쳤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에 대한 항의를 명분으로 열린 집회였지만, 자유한국당의 미래가 어디로 가려는지 보여주는 일종의 퍼포먼스가 되었다.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는 한 목소리로 문재인 대통령을 냉전 프레임으로 색칠하고, 현 정부의 적폐청산 개혁 정책을 좌파독재로 규정하는 기승전‘색깔론’을 펼쳤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지지층의 결집을 노린 의도적인 도발과 선동이라고 할 수 있다. 좌파 딱지를 주무기로 출세한 공안검사 출신 황교안 대표는 탄핵 이전의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려는 듯 일부 합리적 보수들의 비판도 외면하며 소위 태극기 부대나 대한애국당과 손잡는 퇴행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의 극우 성향을 강화하고 보수 혁신을 외면하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내달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박근혜 탄핵을 극복하고 보수 재결집을 노리는 승부수라고 보기에는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2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개혁 법안을 25일까지 신속처리법안(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데 합의했다. 아니나 다를까 자유한국당은 ‘20대 국회 전면 보이콧’ 운운하며 크게 반발했다. ‘114명 전원 국회의원직 총사퇴’까지 거론하고 있다. 사실 20대 국회는 거의 매월 열리기는 했어도 자유한국당의 태업과 반대에 막혀 개혁 법안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거의 없다.


과거 자유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주도로 정치권이 합의해 2012년 5월에 도입한 국회선진화법의 핵심 제도인 패스트트랙은 그 입법 취지가 ‘여야 대치에 따른 입법 지연과 상임위 본회의에서의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소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면서 효율적으로 법안을 심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여야 4당이 합의한 법안에 대한 상임위 개최나 패스트트랙 상정을 물리력으로 무력화하려는 자유한국당의 도발은 의회법을 어기는 자가당착일 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에도 집권 여당 민주당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협상테이블에 앉혀야 한다. 이번 개혁 법안들 패스트트랙에 관해 여야 4당 각 당 추인 여부에 관계 없이 자유한국당까지 포함한 여야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협상안을 내고 다시 설계하는 형식을 취하게 되더라도 지정이 되면, 국회의장의 협조를 얻어 본회의 상정 시한을 최대한 단축하고, 자유한국당과 협상해 최종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결국 국회의원 정수를 330명으로 늘려 지역구 의원들의 출마 기회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수준에서 타협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법률은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고 한다. 혁명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 개혁을 이루려면 각자 이해관계가 다른 정치세력 간에 타협하지 않을 수 없다. 색깔론으로 무책임한 선동을 일삼는 자유한국당의 막춤에도 기꺼이 장단을 맞추는 인내심을 발휘해야 할 때다. 모든 타협이 다 야합은 아니다. 선거제도 개편안과 공수처 법안이 반드시 입법될 수 있도록 다 함께 지혜를 모으자.


최병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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