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체인저’ 해상풍력, 생존과 성장 위해 ‘선택’ 아닌 ‘필수’

이종호 기자 / 기사승인 : 2020-04-01 12: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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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체인저’ 해상풍력

재생에너지의 확산은 전 세계적으로 몇 년 전부터 시작된 환경과 산업 트렌드다. 이미 수년 전부터 국제에너지기구(IEA)를 포함한 국내외 전문 기구와 연구기관들은 재생에너지 수요증대와 확산에 대한 전망을 내놓았고, 유럽 국가들을 선두로 세계 재생에너지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풍력, 특히 해상풍력은 재생에너지원 중에서도 ‘게임체인저’(차세대 주력산업)로 떠오르며 글로벌 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분야다. 2040년까지 예상 누적 투자액은 약 1조 달러(원화 1100조)가 넘는 규모에 이르고, 매년 13%의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시아 시장도 이에 반응해, 중국과 대만, 베트남 등이 재생에너지 시장에 발 빠르게 참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국제에너지기구는 2040년에는 유럽과 중국이 세계 해상풍력 설비 전체 규모의 70%를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48.7GW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중 태양광이 30.8GW, 풍력이 16.5GW(육상풍력 4.5GW, 해상풍력 12GW)를 차지한다. KDB 미래전략연구소 산업기술리서치센터는 최근 발표한 ‘차세대 신재생에너지, 해상풍력의 현주소’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신재생에너지의 보급목표인 48.7GW 중 약 25%를 차지하는 해상풍력 역할에 무게를 두고 적극적 추진이 필요하다”면서 “풍력의 시장 잠재 발전량은 해상풍력(7만996Gwh/년)이 육상풍력(3만8622Gwh/년)의 약 1.8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해외에선 해상풍력으로 산업구조 재편, 지역경제 활성화 이끌어

해외 여러 사례를 통해서도 해상풍력이 산업구조 재편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독일은 1950년대 조선업이 최고의 호황기를 맞아 조선업 종사자가 약 11만 명이었으며 세계 선박시장의 17%를 차지하는 수준이었다. 이중에서도 브레멘주에 위치한 브레머하펜은 유럽 최대의 어항으로 조선업 호황을 누리던 항구도시였다. 하지만 80년대 업계가 쇠퇴하면서 90년대에는 조선업 인력이 80% 이상 감소했고 이와 함께 도시의 수산물가공업 등 연관 산업까지 위태해지기 시작했다. 이 같은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독일은 90년대부터 신재생에너지에 강력한 동력을 걸고 적극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풍력터빈 등 구조물과 부품 제조를 위한 설비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브레머하펜의 물류창고와 조선소 부지 등이 활용됐다. 400여개의 부품제조사와 연구소가 설립됐고 유지보수 등 운용과 관련 운송, 금융 및 법률서비스, 교육기관 등 유럽최대의 해상풍력 클러스터가 형성됐다. 브레머하펜을 시작으로 독일은 현재까지 총 1469개의 해상풍력 터빈을 설치해 7.5GW 규모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등 세계 2위 해상풍력 강국으로 성장했으며, 2018년 기준 해상풍력 분야에 약 2만5000여명이 종사하고 있다. 또한 2019년 지난해 독일의 해상풍력 생산량은 육상풍력 생산량을 뛰어넘는 수준이 됐다. 이는 오래전부터 독일이 해상풍력의 잠재성을 보고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독일 브레머하펜 연안 터미널. 출처: www.bis-bremerhaven.de


독일 뿐 아니라 영국, 덴마크 등 유럽의 해상풍력 강국에서는 어려움을 겪던 항구도시나 선박업 등이 해상풍력으로 눈을 돌림으로써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재활에 성공했다. 바다와 바람이 있는 유럽국가들이 해상풍력이 가진 잠재성을 내다보고 재빨리 행동으로 옮겨 공격적인 정책적 지원과 투자를 진행한 결과다. 발전지원금 정책과 터빈 기술의 발전이 맞물려 이미 선진시장에서의 해상풍력의 경제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해상풍력은 이제 단순히 환경적 요인 때문만이 아닌 산업 및 지역경제를 위한 선택이 됐다.

 

▲ 덴마크 항구도시 에스비에르 (Esbjerg). 출처: http://portesbjerg.dk


한국은 후발 주자…해상풍력 강국 도약 잠재력 높아

이에 비해 한국은 한 발 늦은 감이 있다. 이를 따라잡기 위해 한국정부는 지난해 제3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2040년까지 최대 35%로 끌어올릴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이중 풍력이 16.5GW, 그 중에서도 해상풍력이 12GW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속도로는 목표를 달성하기엔 한참 멀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한국풍력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까지 우리나라에 설치된 해상풍력 용량은 95MW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특히 해상풍력이 우리나라에 알맞은 조건을 갖고 있다고 얘기한다. 일단 우리나라는 영토가 좁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수심 깊은 바다가 많고, 육지에는 산이 많아 바다 위에 구조물을 설치한 해상풍력발전이 지리적으로 유리하다. 더 중요한 요인은 바로 우리나라의 산업과 지역경제다. 세계 10대 조선소 중 7개를 보유한 한국은 풍부한 조선/선박 산업 인프라와 전문 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경제발전에 고무적인 역할을 해왔다. 2000년 초부터 시작된 오랜 업계 불황에 국내 조선업은 새로운 먹거리를 확보하고자 해상풍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프라로 구축된 국내 조선·선박 산업의 기업, 인력, 그리고 기술 등은 해상 구조물의 제조와 설계에 중요한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 서남해해상풍력 실증단지 해상변전소 ⓒ이종호 기자


한국의 해상풍력 히든 챔피언들

우리나라는 해상풍력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조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해상풍력단지가 설치되려면 기자재와 구조물의 운송과 설치, 그리고 제조를 위한 산업단지와 배후항만이 조성돼야 하는데, 울산, 부산과 같은 항구도시는 조선·선박과 해운 인프라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또한 선박과 더불어 케이블, 전력생산 등의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의 ‘히든 챔피언’ 강소기업들이 해상풍력을 통해 성장기회를 잡을 수 있다. 즉 해상풍력이 한국의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여러 기업과 연구기관이 협력해 기술을 개발하는 등 기존 조선 인프라를 활용해 해상풍력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조선해양 설계 전문업체인 에이스이앤티는 부유식 생산저장설비,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 반잠수식 시추설비 등 초대형 조선해양 분야의 강소기업으로, 지난 10년 간 조선해양플랜트 설계엔지니어링 분야에서 쌓은 고도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 첫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시스템 상용화를 위한 설계기술 개발에 중소기업으로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이 개발 과제는 민간 기업뿐만 아니라 울산대, 창원대, 한국해양대 등 학계에서도 참여하고 있는 산학연구 프로젝트이며, 2022년까지 국비 52억 원 가량이 투입되고 있다. 

 

▲ 부산항만 전경. 출처: 부산항만공사 페이스북


부산 최대 조선업체 중 하나인 마스텍중공업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연구개발 과제를 수주해 국내 최초 부유식 해상풍력터빈 실증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기업들은 국내 기술개발과 더불어 각종 케이블과 해상풍력 구조물 등 부품 기술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도 한다. 풍력타워 생산업체인 CS윈드, 전선업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대한전선과 LS전선 등은 이미 해외 해상풍력시장에서 그 능력과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 각국의 해상풍력 프로젝트에서 활약 중이다. 


국내 해상풍력 산업의 안착으로 조선업이나 선박업 등 연관 산업만 혜택을 보는 것이 아니다. 해상풍력단지가 형성되면 그 인근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유동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숙박업, 요식업 등이 증가하며 이는 고용증대로 이어진다. 뿐만 아니라 해상풍력단지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지원으로 교육, 직업훈련 등의 복지 혜택도 따라오게 마련이다. 


이종호 기자

<연관 네이버 포스트>
-국내 해상풍력시장 이끌어갈 국내강소기업 https://url.kr/84XqA1
-세계 해상풍력 시장 속 한국의 히든 챔피언 https://url.kr/nWVh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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