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출생 현상의 구원 투수, 충남형 행복주택

이승진 (사)나은내일연구원 상임이사 / 기사승인 : 2019-05-23 12:2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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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충청남도(이하 충남)가 초저출생 문제를 풀기 위해 그동안의 주거 정책 패러다임을 혁신적으로 뒤집어엎는 ‘충남형 행복주택’을 내놨다. 신혼부부가 아이를 한 명 낳으면 월세가 반값이고, 두 명 낳으면 무상이다. 충남형 행복주택이 세간에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동안 정부에서 제공했던 행복주택보다 집은 크고 임대료는 낮기 때문이다. 입주대상은 결혼을 앞두고 있는 예비 신혼부부와 결혼 7년차 이내의 신혼부부, 청년, 저소득층인데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행복주택의 입주대상과 같다. 충남은 아산시에 1000세대(2022년)를 시작으로 5년 동안 5000세대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예산은 국고보조금이 389억, 주택도시기금이 504억, 임대보증금이 369억, 도비 1068억 등 2330억 원이다. 지역마다 건설 경기가 어렵다고들 하는데 이 정책은 ‘충남형 뉴딜정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충남형 행복주택의 임대료가 도대체 얼마길래 이리 떠들썩한 걸까? 주택 규모에 따라 36㎡형은 월 9만 원, 44㎡형은 월 11만 원, 59㎡형은 월 15만 원이다. 정부가 제공하는 표준임대료 20만 원, 24만 원, 32만 원의 절반도 안 된다. 보증금은 3000~5000만 원 선으로 표준임대보증금 수준과 비슷하다. 특히 방 3개와 거실을 갖춘 59㎡형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공사계획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고, 바닥 충격음 차단 시공을 통해 이웃 간의 분쟁을 줄이겠다고 한다. 단지 안에는 물놀이 시설과 모래 놀이터, 실내 놀이방, 작은 도서관 등 각종 육아시설을 설치하기로 했고, 출산과 육아와 관련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고 키우기에 이보다 적합한 공간이 있을까? 그동안 주거환경보다 분양가 올리기에 급급했던 민간건설사들은 긴장해야 할 것 같다.


충남형 행복주택의 거주 기간은 6년이다. 출산 여부에 따라서 최대 1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들어가는 양육비를 충남이 직접 지원하지는 않지만, 임대료를 낮춰줌으로써 양육비를 지원해주는 효과를 꾀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충남판’이다. 주거비 부담 때문에 청년들이 결혼을 꺼리고,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미룬다는 점에 착안한 정책이기도 하거니와, 젊은 층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선택지’를 제공하는 정책이기도 하다.


울산도 충남형 행복주택 사례를 검토해서 지역 특성에 맞는 공공주택을 적극 제공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울산은 정부와 지자체 모두 조선업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사내협력업체들은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임금격차 해소는 고사하고, 임금체불 문제로 연초부터 지역이 들썩였다.


그동안 울산시는 부자 도시라는 이유로 민간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니까 문제가 터지면 맥을 못 추는 것이다. 이제라도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자. 조선업에 취업하는 청년들에게 공단 인근의 공실률이 높은 원룸을 매입해서 ‘공공형 기숙사’를 제공하자. 그 청년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울산형 행복주택’을 제공하자. 울산시가 “민간기업의 임금격차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고 발을 뺄 게 아니라 임금격차의 일부를 주거비로 보존해 주자. 한정된 예산이라면 정책 대상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조선업종에서 일하던 젊은 층이 지역을 떠난 후 동구 화정동과 방어동의 상인들은 줄줄이 폐업을 하거나 폐업을 고심하고 있다. 지금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지역 전체가 슬럼화된다. 일 터지고 수백억 원을 쏟아부어서 도시재생해 봐야 떠나간 주민들과 상인들이 돌아올 가능성도 낮다.


다시 문제의 핵심으로 들어가 보자. 한국사회에서 주택 마련의 핵심은 ‘빚’이다. 사회로 진입하는 청년들에게 학자금부터 주택 마련 비용까지, 이런저런 빚을 지게 해놓고 결혼해서 아이들을 낳아 키우라고 떠밀면 청년들이 납득할까? 그동안 부동산 거품으로 재산을 불려 온 기성세대들이 이제 와서 청년들에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한다.


충남은 ‘행복주택으로 숨통을 틔워주겠다’고 나섰다. 정책이 ‘염치’를 차리기 시작한 것이다. 울산도 지역을 되살리고 싶다면 청년들에게 먼저 투자하자. 미래를 내다보기 어려운 창업과 취업을 강조하기에 앞서 ‘의식주’부터 제대로 제공하자. 돈 벌어서 세금 내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건 그 다음 문제다. 복지정책과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울산은 다른 지자체와 견주어 봤을 때 앞으로 삶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질 것이다. 그 격차를 민간기업이 얼마나 책임져 줄 수 있을까? 현대중공업 본사도 울산을 떠나겠다는 이 시국에.


이승진 (사)나은내일연구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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