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댐을 열어라’ 아스팔트에 내몰린 첫 사연댐 개방 행사

배성동 소설가 / 기사승인 : 2019-08-16 12:2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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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대곡천 암각화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폭염 경보로 아스팔트조차 엿가락처럼 물러진 한여름 오후. 1965년 댐이 생긴 이래 처음으로 열리는 사연댐 개방 행사가 경비실 입구에서 진행됐다. 이 행사는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반구대암각화 유네스코 등재 기원제’로, 사연댐 제방에서 치르려던 당초 계획은 울산수자원공사의 비협조로 결국 아스팔트 위로 내몰리게 되었다. 

 

▲ 지난 10일 오후 철문에 가로막힌 사연댐 입구에서 열린 반구대암각화 유네스코 등재 시민기원제.


먼저 열두 공동대표들과 각계각층에서 참가한 울산시민들의 엄숙한 기원제식에 이어진 울산 춤꾼 현숙희 공동대표의 애절한 기원무, 중창단 미즈코러스의 힘찬 합창은 사연댐을 흔들고도 남았다. 땡볕이 내리쬐는 아스팔트 위에서 펼쳐진 청년 힙합댄스는 주전자 물을 뿌려 가면서 진행됐는데, 이들은 전국을 돌며 반구대암각화를 홍보하는 멋진 울산 젊은이들이었다. 댄스에 여념이 없던 한 청년은 아스팔트 위에 이마를 가는 상처를 입고도 끝까지 열정을 선보여 많은 시민들로부터 격려 박수를 받았다.


반세기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사연댐을 순회하는 인간 띠잇기는 이 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그동안 금족의 땅이었던 사연댐을 궁금해하는 많은 시민들은 손에 손을 잡고 하얀 천 인간띠를 이어갔다. 코스는 경비실에서 대곡천 맑은 물이 내려다보이는 사연댐 제방을 한 바퀴 순회하는 왕복 약 2km 거리였다. 하지만 설레는 마음은 이내 경비실 철문에서부터 막히고 말았다. 당초 약속과는 달리 사연댐 내부에서는 인간 띠잇기 평화행진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연댐을 열어라!” 시민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게 나라냐!” “도대체 지난 정권과 달라진 게 뭐냐”는 함성 끝에 철문이 열렸다. 인간 띠잇기는 경비실을 통과해 숲길을 따라 사연댐 제방과 기념비 동산을 돌아본 후 평화롭게 해산을 하게 됐다. “놀랐어요. 사연댐이 이런 멋진 곳이라니!” 사연댐을 돌아본 시민들은 한결같이 빼어난 경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이날 울산수자원공사의 도를 넘은 과잉반응은 시민들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길목마다 지키고 서서 쏘아보는 ‘신의 직장’ 직원들의 눈초리는 과거 군사정권 때 이곳을 지키던 청원경찰의 매서운 눈초리 이상이었다. 그들의 사냥몰이 시선에 시민들은 쫓기듯 이동해야 했다. 급기야 애써 촬영을 막던 직원이 취재를 하던 방송사 카메라를 빼앗는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고, 실랑이를 벌이던 방송사 직원은 결국 촬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성난 시민들의 원성이 터져 나왔고, 결국 비난의 화살은 수자원공사로 향했다. 


“여기가 DMZ도 아니고 백두산 천지도 아닌데 이렇게 접근이 어려워서야 되겠나!” 사연댐 물을 마시는 실제적인 구매자인 울산시민들의 원성은 여기서 그치질 않았다. 몰이를 당한 시민들은 여태 사연댐을 숨겨온 이유를 캐묻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이 좋은 곳을 여태 숨겨 놓았단 말이야?”, “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숨겨온 거야?”, “사연댐을 열어라 외치는 이유를 알겠네.” 수자원공사의 군림하는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이게 나라냐’라는 비난은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성토는 사연댐 제방 위에서도 계속됐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왔던 사연댐 개방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전국의 댐마다 앞다퉈 개방하는 추세인데 유독 울산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는 사연댐만이 고집불통이다. 사연댐을 개방했다고 하나 무늬만 개방이지 실제로 위압감은 여전하다. 지척에 있는 대곡댐을 개방해 놓고서는 사연댐 경비실 철문에는 ‘공무 외 출입금지’라는 푯말을 버젓이 붙여 놓고 있다. 그동안 시민들에게 개방된 사실을 제대로 홍보한 적도 없었고, 문화행사도 허락하지 않았다. 그것도 지난달 시민단체에서 울산수자원공사를 찾아가서야 뒤늦게 개방 사실을 알게 됐다. 시민의 품으로 돌려줬으면 완전 개방을 해야지 ‘찔끔 개방’은 무늬만 더한 셈이다.  


울산수자원공사의 ‘찔끔 개방’은 여기서 그치질 않는다. 그들은 울산의 수자원으로 막대한 수입을 올리면서도 사회공헌은 인색하기 짝이 없다. 사연댐 주변 마을주민 말로는 명절이면 사과 한 박스 돌리는 것이 고작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픈 사연을 간직한 사연댐에는 여태 망향비조차 세우질 않았다. 큰물이 지면 반구대암각화를 수장시키는 수자원공사는 울산시, 문화재청과 함께 물고문 방조자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수자원공사는 사연 많은 사연댐 앞에서 석고대죄를 해도 시원찮다. 


배성동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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