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범죄자를 처단하는가

김민찬 변호사 / 기사승인 : 2019-05-23 12:3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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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법률

인천지법은 14일 열린 선고공판에서 소위 ‘인천 중학생 추락사’ 사건으로 상해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군(14)과 B양(16) 등 10대 남녀 4명에게 장기 징역 7년에서 단기 징역 1년 6개월의 형을 각 선고했다. 법원은 피해 학생이 당시 스스로 떨어져 목숨을 끊은 게 아니라 폭행을 피하려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추락해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피해자는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폭행을 피하고자 아파트 난간에 매달린 뒤 실외기 위로 뛰어내려 탈출을 시도했고, 이후 중심을 잃고 떨어져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의 폭행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다만 피고인들의 나이가 14~16세에 불과한 점, 반성의 태도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형법상 만 14세 미만의 사람은 처벌할 수 없다. 소년법은 만 10세부터 만 19세 미만까지를 우범, 촉범, 범죄소년으로 구분하여 형사법원이 아닌 가정법원에서 ‘보호처분’을 할 수 있게 했다. 이 보호처분은 가해 소년을 보호관찰소 내지 소년원에 보낼 수는 있으나 전과를 남기지 않는다는 점에 특색이 있다. 심지어 판결문도 공개되지 않는다. 범죄소년이 형사법정에 서더라도, 소년법에 따르면 미성년자에게는 장기와 단기로 나눠 형기의 상·하한을 두고 선고할 수 있다. 단기형을 복역하고 나면 교정 당국의 평가를 받아 장기형이 완료되기 전에 출소할 수 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너무나 억울한 법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갈수록 소년들의 범행이 악랄해지고, 낮은 처벌수위에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시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소년법 개정 내지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우리는 왜 범죄자를 처단하는가? 형벌은 크게 예고(무엇이 범지인지 일반시민에게 고지), 응보(가해자에 대한 공적 복수), 보안(범죄자를 사회로부터 격리), 예방(교화 내지 미래 범죄를 억제) 기능을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형벌에 대한 담론을 살펴보면 지나치게 ‘응보’에만 기울어져 있는 것 같아 우려된다.


물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형벌을 가혹하게 줘서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고 범죄가 크게 예방되어 사회정의가 실현된다면 이는 좋은 형사정책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대다수 범죄가 우발적, 충동적으로 저질러지고 있고, 형벌이 높아서 실행하려던 범죄를 중단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더 엄히 처벌된다고 하여 가해자가 더 반성하는 것 같지는 않고, 피해가 온전히 회복되지도 않는다. 단순히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고 범죄자들이 범죄를 덜 저지를 수 있도록 이들을 교화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며, 피해자에게 실질적 피해 회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범죄자를 처벌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처벌 또는 보호처분을 하되, 오로지 더 강한 처벌만을 요구하는 것을 경계하자는 취지다. 조심스런 얘기다.


소년법은 결코 약하거나 편파적인 법이 아니다. 벌금형이나 집행유예형이 없기에 오히려 형법보다 더 중한 처분을 할 수도 있고, 지속적인 보호관찰과 교육을 진행하기 때문에 범죄를 예방하는 데 훨씬 효과적인 제도가 될 수 있다. 또한 피해자를 위하여 화해권고와 의견진술절차도 마련되어 있다. 소년법은 형사처벌에 준하는 보호처분은 하되,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의 교화에도 같이 무게중심을 두자는 것이다.


단, 요즘 중학교 2학년은 20년 전 그들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훨씬 더 성숙해져 있으므로, 형사미성년자의 연령대를 낮추는 논의는 필요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만 12세 내지 만 13세부터는 처벌할 수 있도록 형법을 개정한다면, 국민 정서에도 부합하고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반영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민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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