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박다연 취업준비생 / 기사승인 : 2019-05-23 12:4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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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공감

헤이트 스피치란 인종, 성, 연령, 국적, 종교, 성 정체성, 장애, 도덕관 또는 정치적 견해, 사회적 계급, 직업, 외모 등 특정한 그룹의 사람들을 의도적으로 폄하하기 위한 공격적인 발언이다. 증오와 혐오의 감정을 담고 있기 때문에 증오연설, 증오발언이라고도 한다. 한국에서 이 단어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몇 년 전 일본의 극우 세력이 재일한국인을 대상으로 헤이트 스피치를 자행하면서부터였다. 당시 이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고, 일본은 혐한 분위기로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다. 2017년 2월 오사카로 여행을 가게 되었을 때 약간의 걱정을 안고 출발했지만, 오사카는 관광객들로 붐볐고 한국인을 혐오하는 일본인은 다행히 만나지 못했다. 이후 나에게서 헤이트 스피치는 점점 잊혀가고 있었다.


며칠 전 주말, 지인의 독립영화 한 편을 보게 되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영화가 시작되었고, 한국어와 일본어가 뒤섞여 적혀있는 한복을 입은 한 여성의 모습에 호기심을 가득 안고 영화에 집중했다. 이내 재일한국인들에게 헤이트 스피치를 퍼붓는 재특회의 집회 장면이 등장했고, 혐오 집회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재일한국인은 무식하고, 사회의 악이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마땅히 죽어야 한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는 그들의 모습은 더 이상 어떤 말도 잇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어렴풋이 이 영화가 담고 있는 이야기를 짐작할 수 있었고, 속이 울렁거렸다. 영화는 재일한국인이자 여성인 이신혜 씨가 차별에 맞서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지만, 그것을 통해 헤이트 스피치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자신이 스스로 정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이미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들이 있다. 내가 스스로 내리는 결정들과 호불호도 진정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일까 의심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그런데 바꿀 수도 없는, 온전히 평생을 안고 가야 하는 특정 범주에 내가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하는 차별이라니, 나는 그 상처의 깊이를 짐작만 할 뿐이다.


내가 재일한국인 친구들과 함께 같은 집에 살기 전까지,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재일한국인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본 적도 없었고 그들이 일본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알지 못했다. 솔직히 동질감도 크게 느끼지 못했다. 이랬던 나를 영화의 한 장면이 뒤흔들어놓았다. 2016년 한국에서는 박근혜 퇴진을 외치던 촛불시위가 한창이었다. 광화문 촛불시위 장면에서 오사카로 화면이 전환되면서, 일본 땅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촛불을 들고 박근혜 퇴진을 외치는 모습이 화면 가득 담겼다. 모두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한마음으로 촛불을 밝히고 있었다. 내가 초를 밝히던 그 시간에 그들도 함께 하고 있었다는 사실은 나를 울게 만들었다.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적인 문제들과 정치적인 문제들로 인해 한국과 일본은 서로를 향한 혐오를 키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데 일본에서 한국인에 대한 혐오 시위를 제재하기 위한 법안이 통과되었고, 그 뒤에는 일본인 카운터들의 활동도 존재했다. 인종차별적 시위에 나가 “노 헤이트 스피치!”를 외친 그들의 목소리는 분명 일본 내 혐한의 흐름을 끊어 놓기 충분했을 것이다.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사람들을 막아서며, 차별에 저항했던 일본인 카운터들의 움직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국가, 민족, 성별 등을 가지고 태어나고, 특정 집단에 속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되곤 한다. 누군가를 향해 헤이트 스피치를 날리는 사람들도 각자의 이유가 있겠지만, 의도적으로 그들에 대한 혐오발언을 하는 것은 언젠가 그 말이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개인의 표현에 대한 자유와 헤이트 스피치 규제 사이의 줄타기는 어쩐지 아슬아슬하게 느껴지지만, 비판이 아닌 감정 흘려버리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경계해야겠다. 나 또한 무심결에 누군가를 향한 헤이트 스피치를 한 적은 없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박다연 취업준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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