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치의제도 도입으로 마을복지 완성하자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연구소장 / 기사승인 : 2021-09-27 00: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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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울산

고령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5년에는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2030년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세계 2위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일본 다음이다. 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현재 우리나라 고령화 진행 속도가 일본보다 빠르다는 사실이다. 2060년에는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타난다. 


우리가 복지정책을 이야기할 때 불평등과 빈곤, 자살처럼 귀에 익은 사회문제를 언급하게 된다. 대개 고령화 문제와 연결돼 있기도 하다. 이를 반증하듯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노인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다. 반면 10년 안에 OECD 국가 가운데 기대수명이 가장 긴 나라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성들은 기대수명이 90세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빈곤과 만성질환에 시달리는 장수가 무슨 소용일까?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열 명 가운데 네 명은 세 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아홉 명은 한 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대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뭘 의미하는 걸까?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 80:20의 사회를 넘어 90:10의 소득 분포를 가진 나라에서 기대수명이 늘어난다는 것은 뭘 의미하는 걸까? 국민연금이나 기초연금으로도 노인들의 빈곤문제를 풀어나갈 수 없는 대한민국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의 위상을 전 국민이 체감했다. 그러나 내가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함께 10여 년간 울산건강연대 활동을 하면서 느낀 문제는 이렇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내 몸에 문제가 있을 때 스스로 자각해야 진료를 받는다. 예방의학에 취약하다. 특히 노인들은 중복으로 진료를 받거나 과잉 검사와 처방을 받기 일쑤다. 약물 오남용과 과다한 복용도 여기서 기인한다. 국가건강검진은 상업화된 지 오래다. 그리 신뢰받지도 못한다. 더 좋은 장비로, 더 많은 검사를 받고, 그에 따른 비용을 치러야 안심한다.


낮은 수가에 의료기관은 ‘행위의 양’을 늘린다. 당연히 불신도 커진다. 행위별 수가제와 의료기관 간의 경쟁, 의료의 양을 늘리려고 만든 게 아닌가 싶은 실손의료보험들.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이런 구조 속에서 줄줄 새고 있다. 고갈되는 재정도 문제지만 이제는 사전에 예방하지 않으면 국민의 질병을 관리하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다.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이 늘어나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 이대로 괜찮은 걸까?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온전하게 남아날까?


현 정부가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커뮤니티 케어는 ‘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자택이나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누리고 주민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면서 자아를 실현하도록 돕는 사회서비스 체계’다. 현재 지자체 16곳에서 추진하고 있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울주군 서생면에서도 주민들 스스로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고, ‘마을리빙센터’라는 이름으로 ‘어촌형 커뮤니티 케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는 두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먼저 지역사회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사회서비스 체계가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보건·의료와 복지, 약료, 재활, 요양, 주거, 교통, 일자리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는 지역사회가 사회적 약자를 이웃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마을에서 주민들이 사회서비스들을 제공하고, 누릴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일자리 창출의 문제가 아니다. 공동체 의식의 복원을 위해서라도 이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게 커뮤니티 케어의 핵심이다. 


나는 이사나 소장이라는 직함보다 ‘마을활동가’로 불릴 때 더 반갑다. 현장과 정책을 이어주는 ‘사회복지사’라는 정체성 역시 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각종 위원회에 참여하고, 거버넌스 활동을 하면서 전문가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내 정체성은 마을활동가이자 사회복지사다. 커뮤니티 케어 체계에는 이런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진입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사례관리를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주치의다. 


어쩌면 커뮤니티 케어의 핵심은 ‘국민주치의제도’라고 할 수 있다. 1차 의료기관의 위상을 높이고, 역할을 재구조화해야 한다. 나는 이 제도가 이번 대선의 핵심 공약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복지국가들은 보건·의료체계 개혁 과정에서 1차 의료를 강화시켜 왔다. 이를 통해 치료보다는 예방 중심의 보건·의료체계를 갖춰 왔다. 여기에 지역사회와 마을주민들이 함께 돌보는 커뮤니티 케어를 얹어야 한다. 주치의와 (방문)간호사, 요양보호사, 약사, 사회복지사, 마을활동가들이 연결돼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마을복지가 완성된다.


이승진 울산민관협치지원센터 마을혁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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