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여성노동운동사>를 기다리며

원영미 기억과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21-09-27 00: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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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민족의 대명절’인 추석이 지났습니다. 모두 행복하셨나요? 누구는 이러저러한 이유로 힘이 들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나름나름의 이유로 잠시 행복했겠지요.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그 변화만큼 우리들 삶의 형태도 변합니다. 그런 까닭에 명절 문화는 바뀌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명절 풍습이 오랜 농경문화의 산물이다 보니, 쌓여온 시간만큼이나 그 변화가 더딜 뿐이지요. 누구나에게 다양한 이유로 행복한 연휴가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명절 즈음하여 항상 언론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언론 보도들이 있습니다. 명절이 지난 후 이혼율이 높아진다고 하고, 여성들이 독박 쓰는 차례 준비와 그에 따른 갈등이 많다는 것이죠. 이런 기사들이 매번 등장하는 것은 변화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변화하지 않은 것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에도 변화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설과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시어머니와 한집에 사는 내 절친은 제사 준비 권한이 자신에게 넘어온 이후 제사음식을 야금야금 줄이고 있다고 하는군요. 시간은 절친의 편이라 믿습니다. 


저 역시 이런 갈등 속에서 추석 연휴를 진실로(?) 연휴이길 바라며 보냈습니다. 거기에 밀린 숙제의 부담이 겹쳐졌습니다. 울산여성가족개발원은 <울산 여성노동운동사> 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당시 울산의 여성 노동자들의 존재와 활동, 그리고 IMF 이후 정리해고 위협에 놓였던 현대자동차 식당 노동자들의 활동을 소개하는 것이 제가 담당하게 된 몫입니다. 이미 약속 시간은 지났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담당자에게 연락해 보는 것도 망설여졌습니다. 그러던 차에 다른 필자에게서 원고 마감이 살짝 미뤄졌다는 얘기를 듣고 안도했지요. 


제가 소개할 여성노동자들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노동운동의 메카’, ‘노동자 도시’라고 불리는 울산지역의 ‘노동’ 또는 ‘노동자’의 중심에서는 약간 비껴있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대규모 중화학공장이 집중된 울산에서 노동자대투쟁이 시작됐고, 노동자대투쟁을 앞에서 이끈 이들이 대규모 중화학공장의 남성 노동자들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이해이기 때문이지요. 울산의 노동자대투쟁이라고 할 때 오토바이와 지게차 등 공장의 운송장비를 몰고 거리로 나온 남성 노동자들의 행렬을 떠올리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입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중화학 공장이라고 해서 남성 노동자들만 일하는 것은 아니지요. 물론 여성 노동자들이 생산공정을 담당하고 있는 사업장도 있구요. 노동자대투쟁 당시 울산의 여성 노동자들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었을까요? 그녀들의 역사를 발굴할 때 울산 노동자대투쟁의 역사는 더욱 풍성해지겠지요.


1997년 한국은 IMF 위기를 맞이했고, 이것은 신자유주의의 팽창으로 이어졌습니다. IMF는 한국 기업들에게 구조조정을 요구했고, 기업들은 명예퇴직 권고 등의 정리해고를 단행했지요. 1990년대 한국 노동운동의 핵심적인 장소였던 현대자동차는 1998년 경기불황을 이유로 정리해고를 결정하고,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뒤, 정리해고 대상을 공지했습니다. 현대자동차노동조합은 회사의 일방적인 명예퇴직 권고와 정리해고 방침에 반대하며 파업에 돌입했지요. 장기간의 파업에도 무급휴직과 277명에 대한 정리해고가 이뤄졌습니다. 해고자 277명 중 절반 이상은 회사식당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식당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이 고용하는 방식으로 고용이 승계됐지요.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의 전환이었답니다. 이후 식당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의 복직투쟁을 벌였고, 승리했습니다. 고용안정은 노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수적인 조건이니까요. 


자기 삶의 주체로서, 스스로의 생존을 책임졌던 노동자인 그녀들의 일상을 재구성하는 일! 겸허한 자세로 이들의 삶을 발굴하고 기록하는 일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기를 빌어봅니다.


원영미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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