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찾아가는 동구 ‘동그라미’

박현미 시민기자 / 기사승인 : 2019-05-24 12:5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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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울산 마을공동체 탐방기

▲ 동구 마을공동체 모임인 ‘동그라미 공동체’(대표 정성임, 둘째 줄 맨 왼쪽)는 7일 오전 화정동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관내 독거 어르신 40여 명을 위한 어버이날 맞이 사랑의 카네이션 액자를 기부했다. ⓒ박현미 시민기자

 

“엄마 이번 주에는 뭐 만들었어?” “엄마, 나도 가면 안 돼? 이렇게 좋은 걸 왜 엄마만 하지?” “너희는 살날이 많이 남았잖니? 우리는 우울해~”


동구의 동그라미공동체는 화진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를 둔 엄마 열 명이 모여 만들었다. ‘집에 있는 아파트 주민과 경단녀를 일단 밖으로 나오게 하자’가 1단계 목표였다. 우리 아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갖고 싶은지는 엄마가 잘 아는데 아이 위주로 살다 보니 정작 나는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잊어버렸다. 엄마처럼은 안 살 거라 생각하며 자랐는데도 그렇다. 현대중공업이 어려워지면서 신랑이 실직 위기에 놓여 있으니 돈을 쓰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공예제품은 재료가 비싸요. 이분들이 무언가를 제 손으로 만드는 기쁨, 성취감을 느끼면 자존감을 찾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매주 무언가를 만들어가니 아이가 관심을 보이고 같이 얘기하다 보면 자녀와 사이도 좋아지고요.”


그래서 작년에는 주로 천연화장품, 핑거니팅(손가락 뜨개질)으로 가방, 수공예품을 만들고 리본공예로 어른 머리핀을 만들었다. 정성임 대표가 속한 동그라미는 100% 엠코 주민들이 조합원이다.


아파트 자체가 공동주택이면서 아파트 안에서는 말이 제일 무서운 곳이라 세대가 1897세대나 되지만 막상 친구가 없다. 이들은 온라인 카페에 글을 남긴다. “이사 왔어요. 아기가 몇 개월인데 친구 하실 분 찾아요.”


이렇게 맘카페 등에 올라오는 글들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줄었다. 모르는 사람과 사귀면서 상처를 많이 받아서다. “소통이 안 되니까 외로워서 공동체가 생겨난 게 아닐까 생각해요. 제가 예전에는 한 동짜리 아파트에서 살았는데요. 반상회가 끝나지를 않더라고요. 지금 공동체가 경험과 지혜를 공유해서 문제를 의논하려 한다면 예전에는 반상회가 그랬어요.”


아는 사람과 친밀하게 지내고 수공예품을 많이 만들어서 그냥 나눠주고 재능기부에도 열심인 정 대표는 엠코 동대표가 된 지도 어느새 6개월째다. 회의 참석만 하면 된다고 했는데 회의도 많고 생각보다 신경 쓸 일이 많지만, 동대표 일도 공동체 일이라 생각한다.


교육부 산하 사회서비스인 바우처 직업능력 발달서비스 토탈공예 과정을 1년간 하면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굳혔다. 배움 나눔, 강사 배출, 청년창업까지 서너 개의 일을 동시에 하는 정 대표는 작년에 청년창업 지원을 받아 동구 관광캐릭터 공모에 석고 방향제를 만들어 저작권을 네 개 냈다.


작품을 보니 느낌과 형태가 달랐다. “다른데요? 뭐지? 이 새로움은?” “제 딸 꿈이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예요. 초등 3학년부터 꿈을 키워왔는데 딸이 그림을 그리고 제가 석고본을 떠서 작업했어요. 딸의 꿈을 현실로 구상화시켜서 눈에 보이게 해주면 좋겠다 싶어서요.”


아이의 시선에서 그린 관광캐릭터 작품은 캐릭터가 살아서 반짝반짝 빛났다. 동화의 나라에서 온 듯한 색감과 형태에 자꾸만 시선이 갔다. “이걸 만드느라 동구에 있는 역사 유적지, 유물, 관광지는 샅샅이 훑고 다녔어요.”


공동체도 평생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재, 여기, 감정에 충실하다 보면 그 길에서 잠시 비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아이와 지역주민과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나누고 하는 과정에서 내가 누군지,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잘하는지 찾아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이가 엄마를 보며 이렇게 컸으면 좋겠다. “난 엄마처럼만 살면 성공할 것 같아.”


박현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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