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보는 수소경제,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20-11-27 13:5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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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미래 신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수소산업>
 

(1)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과 수소시장 규모
(2) 세계 최고의 수소시티 구현을 위한 울산시의 노력
(3) 현실로 다가온 탄소국경세, 급변하는 세계연료전지시장
(4) 수소굴기 꺼내든 중국, 수소 산업에 적극적인 유럽
(5) 해상풍력과 접목한 네덜란드 수소산업과 수출시장을 꾀하는 호주
(6) 전문가들이 보는 수소경제, 그리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 지난 10월 서울에서 열린 H2WORLD에서 수소연료전지 드론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모습. ⓒ이기암 기자


한국판 그린뉴딜 정책과 유럽의 그린딜


한국판 뉴딜 정책은 크게 그린뉴딜과 디지털 뉴딜로 볼 수 있겠는데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뉴딜의 영역에는 8개의 과제가 있다. 에너지와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스마트 그리드의 구축,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차와 수소차 등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정부가 지향하는 저탄소 녹색사회가 그린뉴딜의 목표이며 여기에는 수소를 산업화한다는 전략이 들어가 있다. 

 

건물에 사용될 전력은 태양광과 풍력 발전 용량을 확대함과 동시에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를 확대 보급하는 것, 그리고 수소연료전지나 수소차 양산을 통한 친환경 에너지 사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 등이다. 특히 한국판 뉴딜 사업은 교통물류가 차지하는 비중과 의미가 크기 때문에 교통물류 사업을 효과적으로 성공시키는 방안 논의가 중요하다고 한다. 한국판 뉴딜 사업은 언론에 많이 보도되고 앞선 기사들에도 설명된 부분이 있으니 설명은 이쯤으로 하고, 그럼 과연 한국판 뉴딜 사업이 유럽의 그린딜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그린뉴딜이 유럽의 그린딜(Green Deal)을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의견을 냈다. 사실 유럽 그린딜 자체는 꽤나 복잡한 구조다. 우리나라는 그린뉴딜이고 유럽은 그린딜이라고 하는데 그린뉴딜은 5년 단위의 단기성 느낌이 있다고 보면 된다. 1930년대 세계경제공황이 오니까 그 위기로부터 탈출하겠다는 의미에서 미국은 일시적으로 뉴딜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유럽의 그린딜은 단기성 전략이라기보다는 2050년까지 무엇을 하겠다는 굉장히 중장기적 성격을 갖는 것이 특징이다.
 

유럽 그린딜의 핵심은 2050년까지 탄소 제로화다. 실제 유럽집행위에서 얘기하는 것을 보면 뉴 그로스 스테이지(New Growth Stage)라고 말한다. 즉, 이전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성장전략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 환경친화적인 그린 정책으로 먹고 살겠다’는 얘기다. 때문에 유럽은 포용적이고 녹색성장 중심으로 가겠다고 한다. 아직까진 계획에 구체성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 유럽 그린딜은 단순히 세계 기후변화 위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를 넘어서서 경제 전반에 있어 지속가능한 전환을 목표로 하겠다는 것이다.
 

모빌리티, 에너지, 순환경제, 빌딩 등을 녹색성장 기반으로 가겠다는 것인데 사실 구체적인 내용들은 아직 없다. 유럽의 특징은 이처럼 ‘그린딜’을 만들어 놓고 각각 부문에 대해서 또다시 계획을 만든다. 계획 만들기를 밥 먹듯이 하는 국가가 유럽 국가들인 셈이다. 경제 전반에서 이러한 것들을 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상당한 재정이 들어간다. 5년 전에도 유럽은 이와 비슷한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번에는 뭔가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재원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재원을 통한 투자계획을 발표했고 공정전환 메커니즘도 발표했다. 경제체제를 바꾸면 대표적으로 손해를 보는 업체(예를 들면 석탄업체)들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향후 10년간은 1조 유로 정도를 조성해 공정전환 메커니즘에 그 돈의 25%를 쓰겠다고 한다. 특히 2021년부터 2027년까지는 최소 1000억 유로의 투자액을 확보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전환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의 노동자와 시민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법적 구속력 갖는 유럽 기후변화법
중공업 탈탄소 지원 서두르는 유럽

EC(유럽공동체)는 올해 3월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하는 등 기후중립 목표를 포함하는 유럽 기후변화법(European Climate Law) 초안을 발표했다. 이 법의 특징은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는 점이다. 이 법에 의하면 회원국과 관련 기구는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수행해야 한다. 탄소 중립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법에 박아놓고 법적 구속력을 갖는 세계 최초의 기후 관련 법인데 아직 통과는 안 됐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하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폴란드가 반대하고 있다. 폴란드는 유럽연합 중에서도 저개발국가로 아직까지 석탄발전소가 70% 이상 차지한다. 폴란드는 이 법이 시행될 경우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는데 다른 나라들이 폴란드를 설득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공정전환 메커니즘의 가장 큰 수혜를 볼 수 있는 나라가 폴란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 주말 오후 대전에 위치한 학하수소충전소에 5~6대의 차들이 수소를 충전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이기암 기자

 

또 한 가지 핵심적인 내용은 앞서 언급한 탄소국경조정을 하겠다는 것인데 국경에서 세금을 매기든지, 보조금을 주든지, 아니면 아예 국경을 틀어막든지 한다는 것이다. 해외의 탄소 배출이 많은 제품에 대해서는 국경에서 막겠다는 것이다. 유럽이 그린딜 차원에서 신산업전략을 발표한 상황에 탄소국경조정 도입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유럽 신산업전략의 핵심 중 첫 번째는 저탄소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기존 중공업(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업종 등)의 탈탄소 지원이다. 실제 철강에서 탄소배출 ‘0’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것을 하겠다는 것이다. 탈탄소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비싸지는 중공업 제품, 그리고 새로운 산업이 육성하는 과정에서 새 산업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 탄소국경조정인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신산업전략과 관련된 후속계획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신산업전략까지도 구체적인 내용은 없는데 여기에 후속계획을 둔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 후속계획 중에는 유럽의 청정수소 얼라이언스와 인더스트리얼 포럼(Industrial Forum)을 만들겠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청정 철강과 석유화학 전략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두 개가 연관돼 있다. 유럽에서 나오는 보고서에 의하면 탈탄소를 하겠다는 것의 핵심은 바로 수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 전략보고서가 나오면 그때 구체화되겠지만 여기에는 수소공급대책이 반드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수소는 탈탄소가 아닌 무조건 청정수소여야 한다. 앞서 국경을 막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막을 것인가도 문제다. 지금은 의견수렴을 하는 단계라고 하는데 내년 6월쯤 EU 집행위에서 안을 만들어 발표한다고 한다. 다른 나라는 온실가스 규제를 안 하고 유럽은 하니까 그 차이를 세금이든 어떤 방법을 통해서 메꾸겠다는 것이다. 유럽의회 랑게 국제통상위원장은 수개월 내 시멘트 제품에 대한 탄소국경세 부과 계획을 언급하기도 했다.

수소발전의무화제도 도입으로 발전사업자 불안 해소
정부, 향후 20년간 25조 원 이상의 신규투자 기대


김혜경 울산연구원 박사는 “기존의 석유, 석탄 원료가 많이 나는 사우디나 UAE 같은 국가들도 그린수소를 생산하겠다고 선언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모든 세계 선도국가들이 그린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경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해외 사례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신기술들을 실험하고 적용하기 위해서 규제자유특구라든지 생활 인프라에 수소기술을 도입하고 수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수소클러스터 사업들이 전국적으로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에 수소경제 로드맵에 발표된 이후 활발한 수소 정책들이 발표됐고 지난 10월에는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가 열렸는데 크게 3가지 이슈가 있었다.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새로운 제도를 마련하고, 수소 공급의 경제성을 제고하는 한편, 수소시범도시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먼저, 2040년 연료전지 8GW 달성을 목표로 전력시장에 수소연료전지로 생산한 전력을 구매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향후 ‘수소법’ 개정을 통해 제도가 도입되면 연료전지발전사업자들에게 안정적인 판매처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향후 20년간 25조 원 이상의 신규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지난 10월 열린 H2WORLD에서 한 시민이 수소차 관련 수소밸브 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기암 기자

또 천연가스 개질용 수소의 경제성 확보를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수소제조용 천연가스 공급체계를 마련하고 원료비를 인하해 나간다는 계획도 있다. 대규모 수소생산시설에 가스공사가 천연가스를 직접 공급할 수 있게 하고 고압공급배관 설치를 허용해 운영비 절감을 지원하는 것이다. 수소제조용 천연가스에 개별요금제를 도입하고, 수입부과금 등을 일정 기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해 향후 최대 43%가량의 천연가스 가격이 인하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수소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에 수소모빌리티, 수소공급 인프라, 수소 핵심기술 개발과 수소시범도시 등에 약 80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제1차 수소경제위원회 회의 이후 구축 중인 수소충전소 실시간 정보시스템을 내년부터 운영하고 온 국민이 함께하는 수소(H2) 올림피아드와 수소경제 리더스 포럼을 여는 등 수소경제 붐을 확산시켜 나가기로 했다. 이어 작년 말 지정한 울산, 안산, 전주·완주, 삼척 4개 지역의 ‘수소시범도시’ 구축에 본격 착수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소도시법’도 제정하기로 했으며 내년 2월 ‘수소법’ 시행을 위한 하위법령을 차질 없이 제정하고 수소차·충전소·연료전지 핵심부품 국산화를 통해 수소경제로 인한 산업육성, 고용창출 등 파급효과를 극대화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에너지산업 4.0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어려워
에너지 전환 통해 울산발 뉴델타 성공시켜야

우항수 박사(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는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트렌드가 친환경, 천연가스로 넘어가는 건 틀림없다”고 말했다. 기존 울산의 산업은 제조업 기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에너지 다소비의 제조업 기반인 2차 산업이었는데 이걸 정책적으로 고도화(정도만 높아짐)만 시켜줬을 뿐이라는 것이다. 시기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앞에서도 강조했듯이 산업을 전환시키는 쪽으로 홍보해야 하고 정책적으로도 그렇게 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울산은 3차 산업인 서비스산업을 크게 맛보지도 못하고 4차 산업의 도전을 받고 있다. 우항수 박사는 “이번 기회에 에너지산업 4.0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울산과 우리나라 산업이 어려워질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며 이런 에너지 변환을 통한 산업 전환을 위해 기업을 지원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 자체를 신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통한 제품과 인력양성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이쪽 파이도 조금씩 커질 것인데 이 사례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현대수소차라는 것이다.
 

울산은 1960년대만 해도 인구 5만의 농업지역이었다. 당시엔 쌀이 나고 소금과 철이 생산됐다. 세종 초에 일본이 3포 개항을 요구한 곳이 염포이고 울산의 대표 축제 중 하나인 쇠부리 축제가 바로 울산에서 제련소가 있다는 증거다. 그러다가 태화강 남북으로 중화학공업을 육성해서 주력산업이 자동차, 선박, 화학으로 발전하게 됐는데 지금은 화석연료 때문에 문제가 되니까 더 이상 이 체제로는 가기 힘든 상황이 됐다. 산업들이 몰락해 가는 걸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으며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고민했는데 그동안 써왔던 에너지만 바꿔주면 된다는 것이 우항수 단장의 생각이다. 

 

▲ 지난해 6월 13일 제정된 ‘울산광역시 수소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열린 ‘울산시, 제1회 수소산업위원회에서’는 울산광역시 수소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 울산테크노파크 우항수 단장이 ‘수소 그린모빌리티 규제자유특구사업’을 발표하고 있다. ⓒ이기암 기자

 

기존 내연기관차와 선박이 전기차·수소차·친환경선박 등으로 바뀌고 기존의 원유 기반에서 가스 기반으로 새로운 델타를 형성하는 것이다. 울산은 태화강을 중심으로 중화학공업 육성 이전에는 농어업 델타였다면 화학(태화강 남쪽), 자동차(염포동), 조선(전하동)을 잇는 주력산업의 델타로 약 50년을 울산의 성장과 우리나라 주력산업으로 성장하게 됐다. 우 박사는 “정책을 전국적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울산에서 뉴딜정책을 좀 더 집중적으로 해서 3대 주력산업을 고도화시키고 에너지 전환을 하면 이게 바로 우리만의 뉴델타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우 박사는 “바다에는 해양플랜트를 지어서 LNG를 인수해 발전도 하고 수소개질도 하면서 남는 이산화탄소는 다시 화학공장에서 자원으로 사용하면 된다”고 한다. 수소를 만들 때 나오는 전기는 ESS에 모아뒀다가 전기차에 충전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중공업도 부가가치가 높은 LNG선을 만들면 자동차·조선·화학이 다 바뀌는 것이다. 우 박사는 이러한 총체적인 변환을 울산이 시작하면 우리나라가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단발성 과제로 해서는 되지 않고 큰 그림을 갖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기술로 되는 것은 국내기술로 하면 되고, 외국기술 도입이 필요한 게 있으면 수입을 해서라도 산업 변환을 빨리 이뤄나가야 하며 대규모 산업기반이 갖춰져 있는 울산은 이러한 ‘뉴델타가 성공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이라는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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