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벌어야 행복할까

박기윤 화천귀농학교 교장 / 기사승인 : 2019-11-15 09:17:34
  • -
  • +
  • 인쇄
귀농귀산촌 통신

가끔 상담을 하다보면 일 년 수입이 얼마 쯤 되면 시골에서 살 만하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있다. 굉장히 난감한 질문이다. 시골 살면서 만난 분들 중에서 자기는 살 만하다고 얘기하는 분을 아직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억대 기업농이나 중농이나 갓 귀농해서 적자를 보는 사람들이나 간에 다들 살기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60년대 새마을운동 이래 좀 더 물질적으로 풍요한 내일만 보고 달려 온 지 근 60년 세월이다. 오늘을 만족하는 사람은 도시나 농촌이나 가리지 않고 극히 드물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이 쌓기 위한 현재의 삶의 방식으로는 영원히 자신을 만족 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시골에서의 삶이나 도시에서의 삶이나 사실 별반 다르지 않다. 많이 벌어들이는 것은 해답이 될 수 없다. 도시에서 외벌이 부부와 맞벌이 부부가 수입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삶의 질 에서는 별반 다름이 없다. 버는 만큼 나갈 곳이 많고 신경 써야 할 데가 많기 때문일 거다. 마찬가지로 시골에서 얼마를 벌어야 살 만하냐는 것은 없다. 문제는 소비와 만족의 문제인데 얼마나 소비하고 얼마나 만족하느냐에 달려있다.

 

귀농 한 지 2년차에 소득을 계산해 보니 한 해 동안 번 돈이 600만 원 정도였다. 산불감시원으로 300만원, 직거래, 품팔이 등 해서 모두 합친 게 그 정도였으니 한 달에 겨우 50만 원 정도의 돈을 벌었다. 그래서 춘천 대형마트에 쇼핑을 가거나 돼지갈비 먹으러 외식을 하는 것은 생각도 못했지만, 봄에는 두릅 따고, 가을에는 송이 따러 산으로 들로 동네 형들 따라 다니며 큰 문제없이 잘 먹고 잘 살았다.  

 

처음 귀농할 때 농사 기술도 없고, 기반도 없이 하는 일이라 몇 년 간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돈이 새는 구멍은 모두 막았다.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돈은 자동차보험과 아내가 첫 직장을 잡았을 때 가입한, 그래서 불입금이 얼마 안 되는 평생보험 하나만 남기고 모두 해제했다. 그리고 자립하고 순환하는 삶을 살겠다는 목표를 가졌던 만큼 집수리, 토지등기 등도 모두 직접하고, 쌀부터 부식까지 모든 것을 길러서 먹었으니 돈 쓸 일이 별로 없었다, 

 

애들 교육비는 시골이라 학원도 없고 가방부터 연필까지 다 해결되니 그야말로 무상교육을 누리고 있고, 옷이라고는 재작년까지 사 본적이 없다. 애사나 경사나 다 평상복을 깨끗이 입고가면 되니 따로 옷을 준비할 필요가 없고 내 몸매가 워낙 좋아 결혼예복을 아직도 입고 있으니 돈 들어갈 데가 없었다. 그나마 쓰는 거라고는 술값 정도일 건데 알다시피 촌에서는 집에서 짝으로 소주를 사다놓고 마시니 그거야 몇 푼 들어갔겠는가? 이러니 우리 딸들이 늘 하는 얘기가 우리 아빠는 유지비가 거의 안 드는 사람이라는 거였다. 

 

최근 몇 년간 공동체 운동이나 생태영성 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부탄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또 하나의 유토피아를 그리며 온갖 여행기나 보고서에 부탄 찬양일색이다. 솔직히 나는 별 관심이 없다. 유기농 천국이라는 쿠바를 가보았고, 자발적 지역활성화 모델로서 일본, 유럽 등을 가 본 결과 인간 세상이 동시대를 살면서 특별히 다를 수 없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1인당 국민총생산(GDP) 개념에 대한 국민총행복지수(GNH)라는 것은 신선했다. 개발과 발전이라는 개념에 대응한 지속가능한 발전, 환경과 문화의 보존, 공동체 속에서 행복을 추구하는 발상의 전환은 분명 의미 있는 비교대상이다. 그래서 부탄을 유토피아 우상화 하는 것은 반대하지만 부탄의 시도를 본보기로 우리 삶의 방식을 고민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농협 빚을 갚을 걱정을 하다 보니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월 소득 평균 50만 원으로도 세 식구 네 식구가 큰 걱정 없이 웃으며 잘 살았는데 그때보다 집도 좋고 가진 땅도 더 넓은 지금은 어떠한가? 오히려 그때보다 더 걱정도 많고 가족끼리 얘기할 시간도 없다. 넓은 집을 가진 대가로 갚아야 하는 주택자금과 넓은 땅을 대신해 생긴 농지구입자금 상환걱정으로 농사에도 가정에도 충실하지 못하고 사는 이 방식이 맞는가? 물질적으로 안락함과 풍부함을 얻은 대가로 잃어버린 것이 더 많은 이런 삶을 살려고 도시를 떠난 것은 아닌데 나는 왜 이러고 살고 있을까? 아~ 미래를 준비하고 뭔가를 걱정하는 삶을 멈추고 오늘을 살자고 귀농했는데 어느새 내 삶의 배는 항로를 이탈하고 있었구나. 

 

박기윤 화천귀농학교 교장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박기윤 화천귀농학교 교장

오늘의 울산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