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이야기’ 좋아하세요?

황은혜 기억과 기록 회원 / 기사승인 : 2019-11-15 09:2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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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록

어릴 적 ‘전설의 고향’을 즐겨보던 저는 지금도 여전히 ‘귀신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귀신 이야기들이 책으로, 영화나 드라마로 꾸준히 나오는 것을 보니 이것은 비단 저만의 취향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실 귀신이 있다고 믿는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존재를 통해 인간들이 전하려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옛날 고구려와 삼한에서도 귀신을 섬겼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 사는 곳 좌우에 큰 집을 짓고 귀신에게 제사 드린다. 또, 영성이며 사직을 받든다.”(양서 동이전 고구려), “언제나 오월에 귀신에게 제사 드린다. 노래하며 춤추고 술 마시면서 밤낮없이 어울리되 그 춤에는 수십 명이 참여하기도 한다.”(삼국지 위서 삼한)

 

그러나 이들은 ‘귀신’을 신앙의 대상으로 지칭하는 것으로 그 속성이 지금과는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의 ‘귀신’도 때로는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복합적인 문화의 산물이라고나 할까요? 인간의 입으로 전해지는 것은 무엇이든 그렇게 되지만 말입니다.

 

귀신은 종류도 참 많습니다. 억울하게 죽어 원귀가 된 귀신, 자기가 죽었는지도 모르고 사람처럼 사는 귀신, 어린 귀신, 늙은 귀신, 처녀 귀신, 총각 귀신, 요즘에는 여고생 귀신, 군인 귀신, 심지어 동물 귀신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한국에 있는 외국 귀신 이야기도 들어보셨나요? 지금 전해드릴 이야기는 부산시 서구 아미동에 전해지는 일본 귀신 이야기입니다.

 

부산에는 예로부터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습니다. 조선 시대에 일본인들이 머물며 무역을 담당했던 곳을 왜관이라고 하는데 초량왜관은 그 이후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일본인들의 집단 거류지로 활용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근방에는 자연스럽게 공동묘지도 생겼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처음에는 용두산 북쪽 자락인 복병산에 일본인 공동묘지를 만들었는데, 1905년 북항을 매축하면서 필요한 흙과 돌을 채굴해 가 공동묘지를 아미산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이후 해방과 연이은 한국전쟁으로 갈 곳 없는 사람들이 이곳에 들어와 집을 짓고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됐습니다. 

 

 아미동에는 광복으로 서둘러 돌아간 일본인들이 미처 수습해 가지 못한 묘지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는데, 묘지든 무엇이든 우선은 살고 봐야 했던 사람들은 묘지 위에 다 천막을 치고는 집으로 만들어 살았다고 합니다. 산 사람들의 공간으로 바뀐 것입니다. 아니 그보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의 공간이 중첩된 곳’이라는 설명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귀신보다 배고픔이 더 무서웠던 바로 그 시절의 이야기이지요.

 

원래 일본인의 공동묘지였던 까닭에 이곳의 귀신도 일본이 국적입니다. 집터에서 단지가 하나 나왔는데 그 속에서 일본말이 자꾸 나와서 당황스러웠다는 이야기, ‘곰방와’ 하면 ‘사요나라’라고 대답한다는 이야기, 기모노를 입은 귀신이 돌아다닌다거나 여자 울음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 밤새도록 ‘게다(일본의 나무 신)’ 소리가 나서 잠을 잘 자지 못하였다는 이야기 등은 지금도 주민들 사이에서 유명한 일화입니다.

 

지금은 그 이야기를 모티브로 해서 <할아버지 집에는 귀신이 산다>라는 그림책도 나와 있습니다. 아미동에서 혼자 사는 피난민 출신의 한국인 할아버지에게 대마도 출신의 일본 할아버지 귀신이 나타나 사라진 자신의 비석을 찾아달라고 애원하고, 결국은 함께 찾으며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응원하게 된다는 줄거리입니다. 

 

아미동은 ‘전쟁’과 ‘가난’을 삶의 일부로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장소입니다. 그 이야기의 힘을 알고 구술로, 책으로 이어나간 사람들의 노력 덕분에 앞으로도 더 빛을 발하겠지요.

 

귀신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지역사 이야기로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지금도 지역사 연구는 진행 중이며, 앞으로도 수많은 것들이 발굴되고 연구될 것입니다. 그것이 연구에만 그치지 않고, 날개를 펼 수 있으려면 많은 사람의 정성이 다양한 방식으로 녹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미동의 그림책처럼, 누구든 날개를 달아주세요.

 

황은혜 기억과기록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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