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제자리 찾기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울산저널 / 기사승인 : 2019-11-13 14:5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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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후감
원조감독, 제임스 카메론 제작으로 돌아와

 

 

‘터미네이터’ 시리즈 시작은 1984년. 어느새 35년이 됐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터미네이터2>(1991)이후 나온 후속작들이 모두 과거의 명성을 갉아먹은 게 안타까웠을까. 1, 2편까지 연출했던 제임스 카메론이 제작자로 돌아왔다.    

 

이야기 흐름은 본인이 연출했던 <터미네이터 2>를 이어 받는다. 3편에서 사망으로 처리했던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가 돌아왔고, 익숙한 터미네이터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은 많이 늙은 외모의 사이보그로 등장한다. 물론 새로운 버전의 터미네이터도 나온다. 최신병기 레브 나인(개브리엘 루나)이 존 코너를 대신할 미래영웅 대니 라모스(나탈리아 레예스)를 죽이러 나타났다. 그리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기계 강화 인간 그레이스(매켄지 데이비스)가 더해진다.

 

무언가 복잡할 것 같지만 예전 터미네이터를 기억한다면 전혀 어렵지 않다. 결국 기계가 장악한 미래 세상에 인간 반군이 있는데 그 어린 지도자를 보호하거나 제거하려는 육박전이 펼쳐지는 것은 똑같다. 미래에서 온 강력한 킬러 로봇이 등장해 긴장을 주는 것도 여전하다 . 

 

거기에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사라 코너가 부활한 것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새로운 얼굴로 한배를 타게 된 그레이스 역시 한 몫을 한다. 왕년의 근육 짱짱한 남성들이 주름잡았다면 이젠 모든 싸움을 여성들이 주도한다. 

 

헐리우드가 조금은 변하고 있는 흐름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공주에서 탈피한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만들고, 마블에서 가장 막강한 영웅이 여성 ‘캡틴 마블’로 정리된 것처럼. 이젠 마초 캐릭터를 앞세우면 개봉 전부터 낡았다는 평을 받는다. 그리고 여성 주인공에 대한 색안경과 페미니즘 논쟁도 시끄럽게 따라온다. 

 

이번엔 페미니즘과 거리가 있지만 여성 중심은 분명하다. 헐리우드 ‘여전사’를 꼽을 때 빼놓을 수 없는 <에일리언 2>(1986) 리플리와 <터미네이터 2> 사라 코너 모두 제임스 카메론이 연출한 영화 아닌가. 모두 남자보다 강하고 훨씬 정의로운 여성을 창조했다. 흥미로운 것은 새롭게 등장한 두 여성보다 과거에서 돌아온 사라가 훨씬 더 눈길을 끈다는 것 뿐. 카메론이 제작에 나서면서 린다 해밀턴을 캐스팅하는 것에 가장 공을 들인 것을 이해할 만하다.     

      

초반부 액션과 과거와 미래를 적절히 이어 붙이는 이야기 짜임새는 무척 매끄럽다. 연출을 맡은 팀 밀러가 자신의 대표작 <데드풀>(2016)보다 더 진화했음을 뽐낸다. 공중과 지상을 아랑곳하지 않고 무시무시한 주먹다짐과 총격전을 원 없이 몰아붙인다. 그리고 카메론이 직접 연출을 맡지 않고 뒤로 물러선 것이 좋은 선택으로 느껴진다. 

 

이번 ‘터미네이터’ 시리즈 부활은 앞선 3, 4, 5편을 모두 버리고 다시 시작하는 형태로 기획됐다. 망했던 후속편을 잊고 새 출발을 하자고 관객들을 설득하는 셈이다. 그 과정에 28년 전 린다 해밀턴과 아놀드 슈왈제네거 조합을 당겨왔다.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로 ‘스타워즈 시리즈’를 다시 시작한 것과 똑같은 방법이다. 새 영화들이 쏟아지는 속에 이미 검증된 흥행작을 되살리는 재주가 비상하다.      

 

 

 

 

배문석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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