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특별감찰반 출신 수사관의 죽음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9-12-04 15: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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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건수사 압박 때문에 극단적 선택?
울산 고래고기 사건과 검·경 수사권 논란
▲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2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고인이 된 동부지검 수사관이 울산에 내려간 것은 울산시장 사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고, 울산 고래고기 사건에 대한 현장 대면청취 때문이었다며 청와대는 하명수사를 지시한 바 없다고 밝혔다.
 

[울산저널]이기암 기자=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으로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출신이었던 수사관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울산 고래고기 사건이 재조명되고 있다. 울산 고래고기 사건은 2016년 불법으로 포획한 밍크고래에 대해 경찰이 총책과 업자 등을 체포하고 냉동창고에 보관 중이던 시가 40억 원의 밍크고래 27톤(밍크고래 40마리 상당)을 압수한 사건이다. 그리고 이 압수한 밍크고래는 경찰이 보관하고 있다가 검찰로 넘겨진다. 원래 압수물의 처리는 불법여부가 입증되지 않으면 환부(되돌려줌)하는 게 원칙이다. 또 증거가치가 없는 경우도 일반적으로 환부한다. 

 

이 고래고기 사건이 문제가 된 발단은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고래고기 27톤 중 21톤을 검찰이 불법여부 입증 부존재를 이유로 업자들에게 돌려주면서부터다. 경찰 입장에서는 화가 날만한 일이다. 기껏 수사해서 압수했더니 검찰이 압수한 고래고기 대부분을 돌려준 것이다. 해양환경보호단체도 고래고기를 돌려준 담당 검사를 직무유기,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울산경찰청에 고발한다. 하지만 해당 검사는 해외로 연수를 떠나고 해당 변호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도 검찰에 의해 기각된다. 

 

그런데 하필 업자 측 변호사가 전직 울산지검 검사 출신이며, 울산지검 근무시절 불법고래고기 유통수사를 담당해왔다고 한다. 또한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이 황운하 현 대전지방경찰청장이었다. 황 청장은 경찰내부에서도 경찰수사 독립론을 강하게 주장해왔던 터라 검찰이 황 청장을 좋게 볼 리는 없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지난해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울산지방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고래고기 환부사건을 통한 향검, 향찰의 지역부패 문제를 중점으로 다뤘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고래고기 유통증명서 59개가 허위인 걸로 판명됐고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걸로 안다”며 황운하 경찰청장의 생각은 어떤지 물었다. 이에 황 청장은 “고래고기가 환부되는 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점이 많이 발견됐고, 고래고기 환부의 중심적 역할을 한 전관검사 출신 변호사와 환부처분을 한 검사와의 모종의 유착관계가 있다는 강한 의심을 하고 있지만 그걸 밝히기 위해서는 변호사의 금융계좌와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져야 하는데 검찰이 영장청구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수사를 더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다. 

 

또 황 청장은 “경찰이 1차 수사기관의 최소한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강제수사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반드시 영장이 필요한데, 영장청구를 가로막는 검찰 때문에 더 이상 수사가 힘든 경우가 많고 이번 고래고기 사건 또한 그러하다”며 수사 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검찰이 경찰을 자신의 하급조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경찰에 가서 조사 받는 게 체면이 손상되는 거 아니냐?”고 물었고 황 청장은 “검찰이 경찰에서 수사 받는 것을 굴욕적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근본 원인”이라고 답했다.
 

검·경 갈등 문제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경찰수사권 독립을 반대하며 검찰이 내세우는 주장은 수사권을 경찰에 줘버리면 그 방대한 경찰조직을 누가 컨트롤 할 것이고, 수사 또한 전문성이 결여될 것이라며 ‘수사의 질적 저하’를 얘기한다. 하지만 경찰은 “지금 시대는 과거와 달리 수사에 있어서 경찰도 검찰보다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수사의 최종종결권을 쥐고 있는 검찰의 힘을 분리해야 공정한 수사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반박한다.
 

청와대는 2일 김기현 전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을 부인하는 발표에서, 숨진 전 감찰반원은 고래고기 사건에 관해 검·경간의 다툼을 알아보기 위해 울산에 내려갔었다고 전했다. 청와대는 하명수사를 지시한 바 없으며, 일부 언론에서 고인을 ‘백원우 첩보 문건 관여 검찰수사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특감반원’이라고 부르며 고인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숨진 특별감찰반원 백 씨는 울산에 같이 내려간 행정관 A씨에게 “울산지검에서 자신을 부르는데 왜 부르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고래고기 사건 때문인 거 같다”고 얘기한다. 또 “우리가 울산에 내려간 게 언제인지 알고 싶다”고 A씨에게 물었다. 백 씨는 검찰에 소환돼 다녀온 후 앞으로 힘들어질 거 같다며 이 부분은 본인이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자유한국당측 주장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고, 백 씨가 이 문제와 관련해 괴로워하는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보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도 ‘정말 고래고기 사건 때문에 괴로워서 자살했을까?’라며 많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그럼 백 씨를 소환한 검찰이 백 씨에게 무엇을 물어봤을까? 여권의 관계자들은 검찰이 백 씨에 대해 별건수사(특정 범죄혐의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이와는 관련 없는 사안을 조사하면서 수집된 증거나 정황 등을 이용해 원래 목적의 피의자의 범죄혐의를 밝혀내는 수사방식)로 압박했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즉 백 씨가 이 ‘별건수사’로 인해 무척 괴로워했고 자신의 가족과도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커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2019년 12월부터 시행 예정인 ‘인권보호수사규칙’의 내용(법무부령)에 따르면 수사 중인 사건의 혐의를 밝히기 위한 목적‘만’으로는 ‘별건수사’를 금지한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는 개정의 여지도 있고 다소 논쟁적이기도 해서 조심스런 부분이다. 별건수사는 피의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부분이다. 검찰이 원래 밝히려고 했던 혐의만 따져 물으면 되는데, 별건수사를 이용해 간접적으로 피의자를 압박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신적인 고통을 이기지 못해 이름 있는 사람들이 검찰수사를 받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사회적으로 명망 있는 사람들은 어딜 가나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자신이 사회의 한 주축이라고 생각하며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런 사람들이 검찰에 들어가 조사를 받으면, 조사 받는 그 자체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크다고 한다. 자신보다 나이 어린 검사나 수사관에게 몇 시간이 넘는 초강도 수사를 받으면 아무리 멘탈이 강한 사람도 점점 약해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수사가 길어지고 자주 소환될수록 더 그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숨진 백 씨 역시 앞으로도 계속 검찰에 불려 다니며 조사를 받을 테고, 자신이 어떻게 될지 예상을 한 과정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걸로 추정한다.
 

여권 소식통에 따르면 고인의 유서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가족을 배려해 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핵심관계자가 백 씨가 별건수사로 인해 심리적인 압박을 받았다는 소문도 있다.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와 고위전략회의에서는 검찰 수사에 대한 당 차원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검찰이 개인비리를 이용해 압박했을 가능성(별건수사)에 대해서 당 차원에서 대응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김기현 전 울산시장 사건 자체가 이미 국정감사 때 제기됐었고, 하명수사가 전혀 아닌데 사실과 다르게 보도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는 검찰의 무리한 강압수사가 자중돼야 하고, 검찰수사를 받고 누군가가 숨지는 사건이 더 이상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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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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