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고위험에 노출된 교통약자

김선유 기자 / 기사승인 : 2020-09-23 16: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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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 교통약자 이동권

▲ 저상버스에 탑승하기 우해 대기 중인 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윤여현 소장. ⓒ김선유 기자

[울산저널]김선유 기자= 현재 울산시에서는 교통약자 이동수단으로 저상버스 106대와 장애인콜택시 120대(부르미 콜택시 62대, 일반택시 37대, 개인택시 21대)가 운영되고 있다.

 

울산저널은 교통약자들의 불편과 어려움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8월 25일과 28일 전동휠체어 장애인 2명과 동행취재를 실시했다. 동행취재 결과 울산지역 대부분의 교통약자들은 수많은 불편사항 때문에 저상버스 이용을 꺼려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구의 중증장애인 A씨의 보호자는 “딸이 정신지체 1급과 뇌병변 2급 장애를 갖고 있어서 일반 수동휠체어만 이용할 수 있다”며 “이동할 때도 보호자나 활동보조사의 도움으로만 이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이나 각종 장애인센터에 갈 때 부르미 콜택시를 주로 이용하고 있고 저상버스는 이용하지 않는다”며 “이용도 불편하고 운전사와 탑승객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앞으로도 저상버스는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불였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양혜정 운영위원은 ‘누군가의 당연한 권리, 장애인엔 목숨 건 싸움’이라는 칼럼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들은 삶의 상당 부분 혹은 전 생애에 걸쳐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고, 사회구성원으로서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울산시는 교통약자의 대중교통이용 환경개선을 목적으로 2004년 1월에 저상버스 시스템을 도입했다. 울산지역에서는 총 892대의 버스(마을버스 포함)가 운행 중이다. 이중 일반시내버스는 753대고 106대의 저상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울산시의 경우 저상버스 도입률은 12.4%로 다른 지자체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지난 8월 28일 오대현 울산장애인척수협회 회장과 동행 취재 중 저상버스를 이용하기 위해 버스정류장에서 1시간을 넘게 버스를 기다리다 오대현 회장이 탈수 증상을 호소해 급하게 장애인콜택시를 신청한 바 있다. 

 

오대현 회장은 “울산의 경우 지하철이 없어 교통약자 이동수단으로 저상버스와 부르미 콜택시가 전부인데, 부르미 콜택시와 저상버스의 도입률이 낮아 심각한 이동불편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교통약자들은 이동불편과 더불어 수많은 사고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수도권의 경우 한해 5건 이상의 교통약자 사망·부상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2001년 1월 서울 지하철 4호선 오이도역에서 수직형 리프트의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리프트를 이용하던 장애인 노부부가 추락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2015년 9월 괴산군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80대 중증장애인이 교차로 내부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차량과 충돌해 사망했다.

 

2017년 8월 광주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산책로를 지나던 60대 장애인이 우수관에서 갑자기 쏟아진 빗물에 휩쓸려 숨졌다.

 

2017년 10월 서울 신길역에서 한 중증장애인이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휠체어 리프트를 신청하던 중 추락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2018년 12월 전남 곡성에서는 갓길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던 70대 여성 중증장애인이 1톤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2019년 2월 부산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오르막길을 오르던 모자가 택시에 치여 어머니가 숨지고 아들이 심각한 부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2019년 12월 부산에서 1톤 화물차 운전자가 교차로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던 중증장애인을 들이받아 사망케 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재원 정책국장은 “지하철 리프트 사고 문제는 생존권이 걸린 중대한 사항”이라며 “리프트 대신 지하철역 엘리베이터 추가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콜택시 운전자 성인지·성범죄 예방교육 부실

변재원 국장은 “콜택시 이용 중 성추행 문제들도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전국적으로 지자체에서 장애인 콜택시를 운영 중이지만 안전수칙교육, 성인지교육 등을 필수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 경남 창원에서 장애인콜택시를 운행 중인 60대 운전자가 승객인 20대 여성장애인 B씨를 부축하는 척하며 가슴과 엉덩이를 수시로 만지는 등 성추행을 가해 기소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9년 10월 천안에서는 C씨가 자신이 운행하는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한 30대 시각장애인 여성을 부축하면서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전지방법원은 C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강의와 함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3년간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울산장애인복지서비스지원협회 관계자는 지난 8월 28일 “두 달에 한 번씩 집합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특별한 상황이나 민원이 발생했을 때는 부르미콜택시 기사들을 대상으로 ‘운행 5분 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2주에 한 번씩 성인지교육의 일환으로 고정벨트나 안전벨트 체결 전 충분히 상황을 설명하고 알릴 것 등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22일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와 관련해 부르미콜택시 이용자들이 감염되지 않도록 차량을 철저히 소독하고 운전자들은 마스크를 꼭 쓸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울산시의 중증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은 울산 부르미 장애인콜택시의 경우 예약제가 있어 편리하지만 실시간 이용 신청 시 보통 한두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고 이동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변재원 정책국장은 “장애인 콜택시의 경우 상벌제도가 없고 위탁운영으로 관리감독이 미비해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장애인 콜택시는 서울시설공단이 운영 중이며 일부는 시각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다.

 

변재원 정책국장은 “서울시의 장애인콜택시는 그나마 공영화가 진행된 수준에 해당된다”며 “특별교통수단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속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도블록 유격으로 인도에서도 불편 겪어

울산저널이 실시한 동행취재를 통해 좁은 인도, 높은 턱, 각종 장애물, 경사로 앞 불법주차 등으로 교통약자들은 이동 시 수시로 도로로 나가게 돼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울산북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윤여현 소장은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휠체어로 인도를 다닐 때 보도블록이 제대로 정비가 안 돼 있는 곳도 많고 일부 유격이 발생해 바퀴가 빠지거나 튀어나온 보도블록을 지날 경우 전복사고의 위험에 노출된다”며 “울산시가 인도의 일부분은 벽돌을 깔지 않고 자전거도로처럼 평평하게 만들어 교통약자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게 개선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경사로는 전동휠체어를 뒤에서 밀어도 올라가기가 힘들다”며 “인도에 설치된 경사로 역시 원만하게 올라갈 수 있도록 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울산장애인부모회 이해경 회장은 “인도의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은 중간에 가로수나 전봇대가 있거나 일부 끊겨 있는 구간이 많다”며 “교통약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위협이 되는 각종 불법 장애물이 설치돼 이동에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저상버스를 이용할 때 인도의 높이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서 타고 내릴 때 사고위험이 크다”며 “교통약자들이 도로로 내몰리지 않도록 대대적인 인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시 종합건설본부 도로관리팀 관계자는 “인도 정비는 구·군별로 담당자가 따로 배치돼 있고 도시미관과 통행자의 편의를 고려해 상황에 맞게 정비하고 있다”며 “상황에 맞게 보도블록, 우레탄, 칼라아스콘, 목재데크 등 다양하게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통해 시각장애인 유도 블록 손실, 이동불편 장애물, 인도 파손 등 민원이 생기면 현장에 나가서 정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별교통수단이동권연대 권명길 공동대표는 “버스정류장은 대부분 정류장부스 벽과 인도가 넓지 않아서 전동휠체어가 들어가지 못해 정류장 밖에서 기다려야 할 때가 많다”면서 “정류장부스 진입을 할 수 없어 햇볕을 피할 수 없고 비가 올 때도 그대로 맞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교통약자들은 저상버스를 이용하기 싫어하는 것이 아니고 이용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울산시가 저상버스를 더욱 확대 도입해 저상버스 노선을 늘리고 교통약자들이 더 많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재원 정책국장은 “울산시는 저상버스 도입률이 12.4%로 낮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확대 도입·운영해야 한다”며 “저상버스의 경우에는 교통약자들이 대부분 저소득자인 것을 고려해 마을버스에도 휠체어가 탑승할 수 있도록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14조(이동편의시설 설치기준)에 따르면 ‘저상버스 및 휠체어 탑승설비를 장착한 버스 등 교통약자가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버스(이하 저상버스)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 일반버스와 저상버스 등의 배차순서를 적절히 편성할 것, 시장·군수가 지방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계획을 수립할 때는 저상버스 등 도입·운행을 위한 버스정류장과 도로 등 시설물의 정비 계획을 반영하고, 이에 따라 저상버스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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