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혁신학교, 학교의 변화와 학부모의 역할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9-11-27 16: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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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정책수다, 울산저널 시민포럼
▲ 왼쪽부터 조수정 전 울산혁신학교 학부모 네트워크 대표, 박현미 시민기자, 임설희 현 대표

 

박현미 울산저널 시민기자(이하 사회)=울산저널 시민포럼에서는 열다섯 번째 주제로 ‘울산의 혁신학교’를 준비했다. 혁신학교란 한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는 신나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공교육의 회복을 목표로 그 발걸음을 시작했다. 경기도와 서울의 경우 2009년 진보교육감의 당선과 함께 혁신학교가 10년 동안 진행됐다. 울산에서는 작년에야 처음으로 7개 혁신 예비학교 신청을 받아서 준비했고 올해 9개 초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이 자리에 울산혁신학교 조수정 전 울산혁신학교 학부모 네트워크 대표와 임설희 현 대표를 모셨다. 울산에서 혁신학교를 신청하려면 교사 70%의 동의와 학부모 60% 찬성을 설문조사로 받아 교육청에 신청하면 지정된다. 울산은 혁신학교를 부르는 명칭으로 서나공(서로나눔공동체)이라고 하는데, 병영초등학교에는 300년 된 느티나무가 있어서 ‘느티나무 서나공’이라고 부른다 한다. 임설희 대표에게 혁신학교 성과 사례를 듣고 싶다. 

 

“혁신학교 되고 나서 학부모들이 주체성 많이 가져”
“학교는 병원, 군대와 같이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 곳”


임설희 울산혁신학교 학부모 네트워크 대표(이하 임)=혁신학교가 출범한 지 1년 반밖에 되지 않아서 성과 사례를 말하기는 좀 이른 감이 있다. 혁신학교 전과 후가 어떤지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니, 그 동안에는 각종 활동들에 본인이 단순히 동원되는 인력이었다고 생각 들었다면, 혁신학교 이후에는 학부모가 주체성을 가지고 무언가를 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고 말한다. 이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혁신학교의 가장 큰 성공 사례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회=느티나무 서나공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다른 6개의 초등학교에서도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안다. 이에 대해 소개해준다면?
 

임=우리 학교(병영초등학교) 선생님이 먼저 생각했던 건데, 아이들 3,4학년의 교육과정에 보면 ‘우리 고장, 우리 마을 알기’가 있다. 우리 학교 주변 마을을 돌아다니며 아이들이 ‘우리 마을은 어떤 마을인가?’ 살펴보는 프로그램이다. 솔직히 선생님 혼자서 아이들을 데리고 한두 시간씩 마을을 돌아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 선생님은 도움이 필요했고, 학부모들도 우리가 뭔가를 배워서 ‘우리 동네를 알자’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우리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면, 아이들도 자부심을 갖지 않을까 생각한 거다. 병영초등학교는 개교한 지 113년이 됐다. 병영성터도 600년이나 됐다. 이렇게 병영이라는 지역이 역사가 깊고, 따라서 이런 것들에 대해 우리가 되새겨 볼 가치가 있는 거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디어를 같이 공유하며, 아이들과 같이 공부도 하는 거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게 있었다면, 그동안 우리 학부모들은 항상 도서관에서 회의를 했는데 그러다 보니 회의 진행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당시 강지원 교장 선생님께서(지금은 퇴직하심) 우리들을 인상 깊게 보시며, 회의실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하셨다. 첨엔 우스갯소리로 교장실을 내어 주겠다고도 하실 정도로 우리에게 애착이 깊으셨다. 학교에 사택이 하나 있었는데, 그 건물을 수리해 써보지 않겠냐고 하셔서 우리가 쓸고 닦고 해 그때부터 사택을 회의실로 쓰게 됐다. 학부모들이 자주 모일 정도로 모두 만족할만한 공간이었다.
 

사회=왜 혁신학교가 필요한지, 혁신학교로 꼭 바뀌어야 되는지 듣고 싶다.
 

조수정 울산혁신학교 학부모 네트워크 전 대표(이하 조)=학교, 병원, 군대는 몸(신체)을 건강하게 하는 곳이다. 특히 학교는 아이들의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 곳인데,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이들이 제철의 신선한 채소보다 맛의 중독성이 있는 가공된 육류나 식품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혁신학교가 해야 할 부분이 학교에서도 현미와 백미라든지, 음식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알러지가 있는 음식이 굉장히 많다. 음식에 대한 선택이 자유롭고 이것이 좋은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으면 좋을 거 같다. 아이들도 스스로 선택을 함으로써 좀 더 주체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학교, 병원, 군대의 공통점은 자기가 싫어도 몸이 그 공간에 묶여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성장기의 아이들이 점심시간을 기다리는데 막상 밥을 먹으려고 했을 때 인스턴트 음식을 보면, 아토피 있는 아이들은 힘들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채식식단으로 한다거나, 이런 것들이 학교문화를 나름대로 바꿀 수 있는 것이 될 거라는 말씀인 거 같다. 혁신학교가 아니더라도 학부모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말씀 부탁드린다.

“학부모들 스스로가 위상을 높여 나가야”
“아이가 행복한 건강시민으로 자라는 것이 중요”


임=학부모들이 스스로 ‘학부모의 위상’을 만들어가는 데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소극적인 지원자로서가 아니라 교육의 3주체로서 학부모회가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예전엔 학부모회는 단순히 지원만 하는 모습이었다. 지원은 하고 있지만, 주체적인 모습은 아니었고 그 때문에 소위 말하는 ‘치맛바람’이라는 말로 비판을 받기도 했던 거 같다. 마치 뭔가를 하지 않으면 우리 아이한테 불이익이 가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던 것이다. 또 비슷한 얘기지만 외부에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자발적인 학부모회가 돼야 한다. 학부모의 교육열도 중요하다. 대학입시뿐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아이가 행복한 건강시민으로 자랄지에 대해 고민하는 교육열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병영초등학교 학교교육과정의 핵심 가치나 목표, 철학을 보면 ‘행복’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 아이들이 행복하고 선생님들이 보람 있는 학교가 돼야 학부모들도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고 싶어진다. 굳이 혁신학교 아니어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혁신학교’라고 이름붙인 이유가 뭘까 생각해보니 그동안 이런 것들이 잘 안 되니까 ‘혁신’이라는 글자를 붙여서라도 ‘한 번 해보자’라는 것 같다. 앞으로는 혁신이라는 단어가 필요 없는 날이 올 것이라고 본다.
 

조=우리 아이가 작년에 초등학교를 졸업했다. 지금은 중학교 학부인데, 감사하게도 2019년도에 학부모회 교육 참여 지원사업이 40개교에 200만 원씩 지원됐다. 지금 방송 보시는 각 학교의 운영위원분들이나 학부모들이 필요한 부분들을 학교에 건의하셨으면 좋겠다. 꼭 혁신학교가 아니어도 된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고 학부모들도 맞벌이를 많이 하시고 바쁜 거 같다. 이처럼 삶이 바쁜 와중에도 우리 학부모회가 참여해 아이들과 같이 학교의 주체로 활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운 좋게도 우리 학교에 베이킹(빵 만드는) 시설이 구비돼 있어서 전교생과 선생님들, 학교직원들과 빵을 만들어 먹는 시간을 가졌다. 또 영화관을 가서 같이 영화를 본다든지, 우리 고장의 역사 등을 알아본다든지, 한 달에 한 번씩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는 모임을 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을 계기로 다른 학부모들과 선생님들을 많이 알게 되고, 또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사회=학교에 아이들을 맡겨놓고, 모든 걸 다 학교가 해주길 바라기보다는 학부모들이 의미 있게 모여서 뭔가를 하면서 하나씩 변해가는 모습이 참 좋은 거 같다. 혁신학교가 이렇게 좋은 거라면 많은 학교가 신청해야 할 텐데, 아직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서 조금 조심스러운 거 같다.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임=제가 활동하면서 보니까 많은 학부모들이 혁신학교에 대한 이해도가 좀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 학부모들은 연수와 교육을 통해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고, 또한 단순히 몇 차례 듣고 이해한다는 것도 어렵다. 선생님들도 혁신학교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온도차가 다르다. 또 아이들이 고학년으로 갈수록 혁신학교 신청이 저조한 것은 아무래도 입시의 영향이 크기 때문인 거 같다. 혁신학교 가면 성적이 떨어진다고 하는데, 울산교육청이 표방하는 것이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이 모토에 혁신학교가 가장 가까운 거 같다. 물론 혁신학교가 100% 정답은 아니다. 혁신학교의 좋은 점들을 받아들이려면 많은 변화가 요구되는데 학부모들이 그런 것들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변화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맞이하려고 하는 선생님들, 학부모가 있다면 학교도 좀 더 살아있는 교육의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욕심과 바람이 있다. 그런 것들은 나 혼자의 고민이 아니다. 꼭 혁신학교가 아니더라도 선생님, 학부모, 학생이 자주 모여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원하는 게 뭔지, 학교에서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수업이 어떻게 바뀌면 좋은지 등등 이런 것들을 자주 모여 얘기하면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것이고 이렇게 하나하나씩 바꿔 가는 것이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혁신’이란 이름을 쓰지 않고도 행복한 학교가 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학교가 아닐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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