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는 수돗물 이야기

권춘봉 이학박사 / 기사승인 : 2021-06-21 00: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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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자연과학

상수도사업본부에서 우리 집 수돗물의 수질을 무료로 검사해준다. 필자도 “우리 집 수돗물 안심확인제”를 알게 돼, 새 거주지에서 수돗물 검사를 해보았다. 신청은 인터넷 검색창에서 “수돗물 안심확인제”, “물사랑” 등을 검색하거나 울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또는 해당 본부 수질연구소로 전화신청이 가능하다. 


몇 개의 항목을 검사했고, 검사 결과, 집 수돗물은 이상 없이 정상범위였다. ‘와! 수돗물에 대해 이런 서비스가 있었어!’라며 감탄하다 보니, 나의 삶은 수돗물과 늘 관련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필자는 20여 년 전 주택의 한 허름한 별채에서 자취생활을 했다. 어느 날 미생물학 수업을 마치고 교수님께 가서 집의 수도에 기름 냄새가 나고 물이 약간 끈적인다는 이야기를 하며 왜 그런지 여쭤본 적이 있다. 이번 수돗물 수질검사를 통해, 그때 기억이 떠올랐다. 막힌 상수도관에 기름이 스며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무식해서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검사원이 주고 간 <수돗물 민원사례집>을 보니(사진 1), 지하 저수조 등 밀폐된 공간일 경우는 주변의 휘발성 물질이 저수조의 저장된 수돗물에 녹아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내 어릴 적 생각이 터무니없지는 않았다. 또 다른 원인은 배관의 접합부위에 방청제, 접착제, 윤활제인 그리스(grease)와 같은 이물질이 유입되면서 발생할 수 있다. 또는 저수조를 도장한 경우, 건조나 세정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 휘발성 성분이 물에 용해되는 경우다. 원인이 어떠하든지 수돗물에서 기름이나 본드 냄새가 난다는 것은 수돗물이 아니라 배관이나 탱크 등이 원인이므로 이를 교체, 제거, 세정하는 것이 해결방법이다(수돗물 민원사례집). 

 

▲ 그림 1. 울산광역시 수돗물 민원사례집

이전에 살던 아파트 욕실이나 물병의 뚜껑을 열어서 입구를 행주로 닦아보면 분홍색 물때가 끼어 있었다. 이도 수돗물이 원인이 아니다. 이는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세균 중 분홍색 색소를 지닌 메틸로박테리움(Methylobacterium sp.)나 세라티아(Serratia sp.) 세균들에 의해서다. 욕실은 조그만 환풍기만 있었기 때문에 고온다습했으나, 물병은 냉장보관이었음에도 분홍색 물때가 끼는 것은 이런 세균들이 습도가 높은 장소에서 잘 번식하기 때문이다. 세라티아 마르세센스(Serratia marcescens)의 경우,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집단 감염 발생을 일으켜 문제가 되는 사례가 있지만(성민정 외 3명, 2006), 일반적인 경우, 토양, 물, 하수오염물 등에 존재하고 인체에는 별로 해가 없는 비병원성균으로 알려져 있다. 또는 욕조, 세면대, 타일 등에 광택을 내기 위해 사용되는 코발트 성분이 물과 접촉할 때, 물에 용해돼 분홍색의 물때를 형성한다. 이런 경우, 시간이 지나 코발트의 용해 정도가 줄어들면 발생 빈도가 줄어든다. 세균이 원인인 경우는 습기를 없애 주는 것이 원천적 해결방법이고, 이 세균들이 염소에 약하므로 염소 표백제를 사용해서 청소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수돗물은 미생물 제거를 위해 염소소독을 거쳐 시민에게 공급되기 때문에 급수지역에 따라 잔류염소량에 따른 소독약 냄새가 날 수 있다. 잔류염소량은 인체에 해가 되지 않는 수질 범위에서 처리되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수돗물에서 이외의 다른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수도꼭지에 연결해 사용하는 고무호스의 문제다. 고무호스를 만들 때 사용하는 가소제·연화제·착색제 등의 페놀 성분과 수돗물의 소독제가 화학반응을 일으킬 때 클로로페놀(Chlorophenol)이라는 물질이 생성된다. ▲2, 3, 4, 6-테트라클로로 페놀 ▲2-클로로 페놀 ▲4-클로로 페놀 ▲2-4디클로로 페놀 등이다. 이는 수중에 극미량만 존재해도 불쾌한 냄새와 맛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피부자극, 복통, 구토와 함께 혈압 강화, 신장 장해, 백혈병, 종양 등의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고, 테트라클로로 페놀의 경우 발암물질이다. 2015년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수도꼭지에 고무호스 사용을 중지할 것을 알리기도 했다(인천투데이, 2015.11.30.). 가정, 식당 등 일상에서 별 뜻 없이 사용하는 고무호스로 나오는 수돗물이 의도치 않게 질병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집에 클로로페놀류가 검출되는 것은 수질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그림 2). 또는 수돗물을 5분 정도 끓인 후 냄새가 제거됐으면 염소 냄새로써 이상이 없는 것이고, 냄새가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다면 고무호스로 인한 클로로페놀이 원인이다. 상수도사업본부에서는 수돗물은 고무호스를 연결하지 않고 직접 사용하는 것이 좋으나, 필요할 경우, 식품제조용 호스(실리콘 호스) 등을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 그림 2. 수돗물 안심확인제 수질검사 성적서의 항목 중 클로로페놀류(빨간 상자)

필자가 잠시 오스트리아에서 살 때, 수돗물을 그냥 마셨다. 그곳에서 발행되는 서적에는 실험에 수돗물을 사용해 세척하라는 방법이 종종 있다. 한국에서는 세척 시 대부분 1차 증류수를 사용하는데 말이다. 서울의 수돗물은 아리수라는 명칭이 있다. 깨끗함을 널리 알리고자 함이다. 울산광역시의 상수원은 회야댐, 대곡·사연댐, 대암댐이다. 울산도 타 지역, 타국 못지않게 고도의 정수처리 공정을 거쳐 안전한 물을 생산한다. 그리고 현대에는 국내외 선진국들이 비슷한 수준의 정수처리 공정을 거친다. 


일상에서 당연하게 공급되는 수돗물이었는데, 깨끗하고 안전하게 공급되는 수돗물도 사용자의 올바른 사용방법이 요구된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참고문헌>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 민원사례집>, 울산광역시 상수도사업본부 수질연구소
성민정, 장철훈, 윤연경, 박수은, 2006.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Serratia marcescens에 의한 집단 감염 발생에 대한 고찰. 대한소아과학회, 제 49권 제 5호, 500-506.
수도꼭지에 고무호스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 2015.11.30. 인천투데이, http://www.incheontoday.com/news/articleView.html?idxno=32567
수질오염 물질 인체 서서히 좀 먹는다. 1991.04.23.
https://news.joins.com/article/2556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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