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상담의 필요성

박현철 변호사 / 기사승인 : 2021-07-12 00: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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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법률

컴퓨터 판매업자 A씨는 PC방 개업을 준비한다는 친구 B씨의 연락을 받았다. 은행에서 몇 개월 안에 사업자 대출이 나오니 우선 오랜 친구를 믿고 컴퓨터 40대가량을 납품해 달라는 것이었다. A씨는 40대를 아무런 담보도 없이 납품했고, 3년 6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A씨는 대금을 한 차례도 지급받지 못했다. 친구 사이가 어색해질까 독촉조차 하지 못했다면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청구도 할 수 없다. 상인 간의 소멸시효(3년)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L씨의 모친이 소유하던 시골 땅에 20년 전 한 이웃 주민 K씨가 집을 짓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어차피 놀리고 있는 땅, 사람이 들어와 살면 어떤가 싶어 L씨는 이를 선의로 놔뒀다. 20년 후 이웃 주민은 토지 소유자를 상대로 이제 집뿐 아니라 그 땅까지도 내놓으라고 할 수 있다. 20년간 선의로 점유 취득했던 요건을 이유로 토지의 소유권 이전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P씨는 온 가족이 노년을 보낼 전원주택을 구입했다. 전원주택으로 이사한 지 채 1주일도 되지 않아 외벽 등을 통해 누수가 계속 발생했음에도 P씨는 6개월 이상 매도인에게 단 한 차례도 하자 보수를 요청하지 않았다. 가끔 아는 누수공사 업자를 불러 누수 발생 부분만 간단히 수선을 보며 생활하면 되지 생각했다. 그러던 중 반 년이 지나자 점점 누수가 걷잡을 수 없이 심해졌다. 그러나 P씨는 6개월이 지난 지금에는 전원주택 매도인 S씨를 상대로 하자 보수 의무를 물을 수 없다. 매도물의 담보책임 기간(6개월)이 지났기 때문이다.


H씨는 보이스피싱 사건인지 모른 채 보이스피싱 범죄의 전달책 역할(피해자로부터 현금을 수금해 범죄 수괴들에게 전달하는 행위를 담당한 자)을 하게 됐다. 어느 날 수사 경찰로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출석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이런 질문을 받았다. “21세기에 직접 계좌이체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현금을 받아서 다시 입금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보셨나요?” 이에 아무 생각 없이 출석한 H씨는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죠. 뭔가 불법대출인가 마약 이런 건가라는 생각은 했어요.” 대답한다. 그 순간 피의자 H는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사기범죄의 방조범으로 처벌받게 된다. 불법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다는 고의의 인정이 돼버리기 때문이다(금액에 따라 다르지만 보이스피싱 전달책은 흔히 실형이 나오는 조직적 범죄다).


이런 상담 내용은 한 달에 두세 번씩은 꼭 방문상담이 이뤄지는 사건의 개요들이다. 각 사건의 사실관계는 전부 다르지만 모든 사건의 의뢰인들은 전부 같은 말을 한다. “몰랐어요. 법이 그런 줄 몰랐어요.”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법 모른다고 이렇게 억울하게 산다는 게 말이 됩니까?” 결국 “법을 몰랐다”는 게 주된 논지다. 필자 역시 한 ‘인간’으로서 각 당사자의 억울함에 가슴이 아픈 감정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필자는 한 ‘변호사’이기에 이런 억울함에 동의할 수는 없다. 바로 “Ignorantia juris non excusat”(법에 대한 무지는 용서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기본 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명제는 영미법의 기본원칙이나 우리 법원 역시 “억울하다”, “몰랐다”는 변명을 항변 사유로 받아들이게 되면 이론적으로 책임의 소재를 정할 수 없기 때문에 법에 대한 무지의 대가는 가혹하게 판단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의뢰인은 이렇게 말한다. “상담받으러 오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변호사님 만나러 오는 그 길이 너무 멀게 느껴졌다.” 그렇다. 필자 역시 많은 의뢰인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며 보이는 그 낯설고도 어색한 표정을 늘 느끼기 때문에 모두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물어야 한다. 그럼에도 찾아가야 한다. 


손가락에 작은 상처가 생겼으나 금세 아무는 것이 아닌, 고름이 생기기 시작하고 통증이 더 심해진다면 바로 의사를 찾아가야 한다. 하다못해 항균제라도 받아와 먹든 바르든 해야 한다. 이미 괴사가 진행돼서 검게 변한 손가락을 절개해 치료하기가 본디 더 고통스러운 법이다.


변호사와 직접 상담한다고 해서 수십만 원 수백만 원의 상담료가 지불되는 것도 아니고, 보통 30분에 5만 원 정도의 비용이면 위험의 판단과 대처 방안을 안내해 드리기에 전문가의 도움을 너무 멀다고만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사건화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때 그 즉시 변호사나 법률 전문가를 찾아가 아주 적절한 방어책, 대응책을 얻어 가는 것을 꼭 권해 드린다.


박현철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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