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문화기행(2)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22-01-26 00: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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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명의 고전 성독

강화도는 고려 수도 개성과 조선 수도 한양과 가까운 섬이다. 양 지역의 주요 하천인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의 바다 쪽 출구를 막는 요충지다. 강화도는 큰 섬이다. 산이 많고 들이 넓다. 바다와 산과 들을 갖춰 물산이 풍부하다. 고려 무신정권이 몽골과 40년간 항전을 지속할 수 있었던 배경이 아닐까? 강화도는 왕족들의 귀양지로 유명하다. 강화도는 외침을 받을 대로 받고 저항하고 패배하고 물리친 파란만장한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 큰 섬이다. 강화도의 역사를 공부하면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농담이 공연한 말이 아니다.


정제두는 당시 권위주의적 주자학을 비판하며 “오늘날에 주자의 학문을 말하는 자는 주자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곧 주자를 핑계 대는 것이요, 주자를 핑계 대는 데에서 나아가 곧 주자를 억지로 끌어다 붙여서 그 뜻을 이루며, 주자를 끼고 위엄을 지어 사사로운 계책을 이루려는 것이다.”라고 했다. 정제두는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 자각하고 반성하고 실천할 수 있는 역동적이며 창의적이고 주체적인 양지(良知)라 부르는 마음의 발현을 통해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양명학을 받아들였다.


‘초정신거’라는 정제두의 시를 한 편 감상해보자. 섬에 사니 작은 집을 작은 배로 나타냈다. 넓은 들을 가로지르는 물줄기를 베개로 보는 편안한 마음이 드러난다. 거처하는 집은 작고 마음은 편해도 기운이 드나드는 사립문은 봉래 바다에, 고귀한 뜻인 처마에 걸린 구름은 태산과 연결돼 큰 이상을 품었다. 번화한 곳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무한한 마음의 능력을 누구나 가지고 있어 모든 차등과 갈등이 해소되는 꿈이 ‘강화학파’로 영글었다.

초정신거(草亭新居)라 : 초정에 새로 머물며
鄭齊斗(정제두)라


新居一鑿小如舟(신거일착소여주)한데
새집을 짓고 보니 작기가 나룻배 같은데
平野微茫袉鉅流(평야미망타거류)를
들판은 망망하여 큰 물줄기를 베개로 삼았네
戶氣長連蓬海闊(호기장련봉해활)하고
사립문 기운은 봉래 바다에 넓게 이어졌고
簷雲遙際岱岑浮(첨운요제대잠부)를
처마 끝 구름은 멀리 태산에 떠서 이어졌네
乾坤合近先天運(건곤합근선천운)하고
함께 살아가는 세상은 하늘 운행에 가깝고
萬象涵虛太始秋(만상함허태시추)를
둘러싸고 있는 만물은 태초의 허공을 머금었네.
但見白鷗何浩蕩(단견백구하호탕)한지
흰 갈매기를 바라보니 어찌나 자유로운지
正知吾道更悠悠(정지오도갱유유)를
바로 알겠네, 다시 아득한 우리 인생을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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