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청년

윤현경 울산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 / 기사승인 : 2021-06-22 00: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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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칼럼

그 엄마는 아들을 떠돌이 청년이라 불렀다. 올해 33살, 가끔 길거리를 맨발로 뛰쳐나가기도 하고 이유 모를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어떨 땐 허공 한 지점을 바라보며 자신만 아는 세상에 골몰하기도 한다. 요리해서 밥을 지어 먹지 못하고 상점에서 물건을 사서 쓰지도 못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생존의 필수적인 활동을 그는 혼자서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 청년을 중증, 아니 최중증 발달장애인이라고 사회에서는 이야기한다.


그는 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후 본격적으로 떠돌이 생활을 해야 했다.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이 많지 않은 탓도 있지만 중증, 중복장애인, 도전적 행동이 심한 중증장애인의 경우 주간(단기)보호시설, 복지관 장애인 관련 프로그램 이용 등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있었다. 흔히 관찰(유예) 기간을 두어 관찰 기간 동안 이용자가 문제를 일으킬 경우 이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이용계약서를 만들어 이용자 부모가 어쩔 수 없이 동의하게 한다. 사실상 중증, 중복장애인 또는 도전적 행동이 심한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이는 복지기관의 운영재량권과 이용자의 동의를 빌미로 사실상 기관 이용에서 중증장애인을 배제시키는 것이다.


또한 이용기관이 정한 연령 기준이 있어서 고연령 장애인은 이용에서 배제되고 있다. 만 35세 또는 만 40세 미만으로 이용 연령을 제한해 고연령,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기관 이용에서 배제된다. 연령을 이유로 이용에 제한을 두는 것 또한 차별이다. 게다가 지역의 중증발달장애인들은 3년, 5년 또는 일정한 이용 기간이 지나면 다른 기관을 이용해야 하거나 대기자로 등록한 후 집에서 고립돼 지내야 한다. 우리 33살의 최중증발달장애인 아들이 ‘떠돌이 청년’으로 불리는 이유다. 근래 들어 주간활동서비스 기관이 늘어서 이용할 수 있는 곳이 많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지역사회의 턱은 높고 환경은 열악하고 지원인력은 부족하다. 


지금까지 복지기관 이용에서 배제돼 온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이 복지기관 이용을 제한 없이 할 수 있게 돼 떠돌지 않게만 해 달라는 요구만으로, 또는 그 현실을 개선하는 것만으로 인간다운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을까. ‘떠돌이 청년’은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인 삶을 살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제한 없이 복지기관을 이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거지원과 주거지원 인력을 확보해서 필요한 지원으로 생존하고 지역에서 함께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생 복지기관을 전전하고 시설에서 생을 마감하는 삶을 어떤 이가 살고 싶어 하겠는가. 겉돌고 떠돌고 숨어 살도록 강요받던 떠돌이 청년은 이제 지역사회에서 통합돼 사는 보통의 삶을 살고 싶어 한다. 당신도 함께 살아갈 준비가 됐는가.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처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난 그냥 당신처럼 어울리고 싶은데
살고 싶다
- 가수 연영석의 노래 ‘시설은 아니다’ 중


윤현경 울산장애인부모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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