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어른’이란 누구일까?

배성우 천상중학교 교사 / 기사승인 : 2019-07-12 17:5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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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톺아보기

아침에 학년부장이 다음과 같은 메신저를 담임 선생님들께 보냈다. “요즘 지각생이 급증했다고 합니다. 담임 선생님 적극적인 지도 부탁드리고, 2학기부터는 어른들도 챙겨보시겠다고 하시네요.”


어찌 보면 아무렇지도 않을 것 같은 내용인데, 내가 심사가 많이 꼬여서 그런지 이 말 중에서 한 단어가 유난히 눈에 거슬렸다. 바로 ‘어른’이라는 단어다. ‘챙겨보시겠다고 하시네요’라면서 높임선어말어미 ‘시’를 두 번이나 사용하고 있는 극존칭의 대상인 ‘어른’은 바로 교장과 교감을 말하는 것이다. ‘어른’인 교장과 교감이 어느 학반이 지각생이 많이 생기는지 살펴볼 것이니 담임교사는 교장, 교감에게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지각생 관리를 잘하라는 뜻이 담긴 메시지였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이라고 해도 될 것을 굳이 ‘어른’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뭘까? 평교사와는 다른 높은 존재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일까? 아니면 진짜 어른으로서 존경하기 때문일까? 메시지를 보낸 선생님은 평소 내가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하는 후배 교사인데, 별다른 뜻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마도 오랫동안 사용하던 말을 그냥 무의식으로 표현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체 교직원 회식을 할 때 그 자리의 한 가운데는 주로 ‘어른’의 자리다. 상황을 잘못 파악하고 누군가가 그곳에 앉기라도 한다면 ‘그 자리는 어른들 자리에요’라는 말을 듣고 무안해하게 된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은 가운데 자리는 으레 그런 줄 알고 그곳을 피해 앉는다. 학교 주차장은 지정석이 없다. 그런데 학교에 처음 부임한 선생님들이 당황해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어른’의 자리에 주차한 경우다. 이럴 때면 어김없이 교무부장이나 행정실장을 통해서 교장과 교감의 자리이니 다른 곳으로 이동해달라는 말을 듣게 된다. 


학교에서 교장과 교감이 왜 어른일까? 어른의 상대 개념은 ‘아이’인데 그럼 다른 교사들은 ‘아이’라는 말인가? 학교에는 원로교사들도 많이 계신다. 그런데 아무도 그분들에게 ‘어른’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용어 하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반론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용어 하나만 보아도 아직 학교가 얼마나 권위적인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본다. 


교장과 교감은 학교의 수많은 업무 중의 하나를 맡은 사람이다. 인격적으로 우수하거나 존경받을 만하다고 해서 교장과 교감이 된 것은 아니다. 차근차근 점수 관리하면서 그 역할을 맡기 위해 노력하다가 결국 그 자리를 맡은 교사 중의 한 사람일 뿐이다. 특별히 많은 교사가 ‘어른’으로 모셔야 할 대상은 아니다. 


‘어른’의 사전적 정의는 ‘한 집안이나 마을 따위의 집단에서 나이가 많고 경륜이 많아 존경을 받는 사람.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존경받고 자기 일에 책임을 지는 사람이 어른이라고 볼 때, 학교의 모든 교사들은 이미 어른이고 어른이 되어야 한다. 배울 점이 없는 사람들이 하는 비판은 전혀 아프지도 않지만 배울 것 많은 사람들이 하는 작은 한 마디도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학교에서 존경받을 만한 어른이 나의 잘못을 지적해주고 그 지적 하나를 마음속 깊이 새기면서 부끄러움과 반성의 계기로 삼을 수 있는 그런 학교가 되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개인적으로 나는 학교에서 ‘어른’으로 여기는 분이 많다. 몇 년 뒤 명예퇴직을 생각하면서도 학교의 크고 작은 일에 의견을 보태고 후배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각종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선생님, 호봉이 매우 높은 편이지만 수업 종이 치기도 전에 먼저 자리를 일어나서 입실하시면서 ‘아이들과 생활하는 것이 정말 좋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시는 선생님, 후배들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기 위해 먼 길 떠날 때 슬그머니 여비에 보태라고 봉투를 내미시며 힘을 주시는 선생님, 나이는 나보다 어리지만 교육환경을 변화시키는 노력에 열정을 보태는 선생님, 이런 분들이 나에게는 진정한 ‘어른’이시다. 


낱말 하나에 담긴 의미가 의식을 지배할 수 있다. 학교에서 사용되는 용어 하나하나도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교장과 교감이 학교에서 진정한 ‘어른’이 되고, 여러 교사가 서로 존경받는 ‘어른’이 돼서 특별히 ‘어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학교를 꿈꿔본다. 


배성우 천상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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