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태명의 고전 성독> 조동일 저서 소개(3) <동아시아 문명론> 동아시아철학사를 위하여(3)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22-04-27 00: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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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는 사람과 동물(식물)의 차이를 생긴 모습에서 결정해 반론을 막았다. 사람은 머리를 위에 둔 직생(直生), 동물은 옆에 둔 횡생(橫生), 식물은 거꾸로 둔 역생(逆生)이다. 사람은 기(氣)가 정미롭고 통하고 바르다. 동물과 식물은 氣가 거칠고 막히고 치우쳤다. 사람은 바른 기운을 받아 도리를 알고 지식이 있다.


주희의 주장을 복잡한 이론으로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동아시아 문명권에서 세상 사람을 두루 교화하기 위해 누구나 알 수 있는 교본이 필요했다. 한국에서 만든 <동몽선습>이 요령과 설득력을 특히 잘 갖추었다. 무지몽매한 어린아이를 깨우친다고 하고서 모든 사람이 다 알아야 할 교훈을 가르쳤다. 서두의 말을 읽어보자.

天地之間 : 하늘과 땅 사이
萬物之衆에 : 만물 가운데
惟人이 最貴하니 : 오직 사람이 가장 귀하니
所貴乎人者는 : 사람이 귀하다고 하는 것은
以其有五倫也니라 : 오륜이 있기 때문이다.
是故로 孟子曰 : 그러므로 맹자가 말하기를
父子有親하며 : 부모와 자식은 친함이 있으며,
君臣有義하며 : 임금과 신하는 의리가 있으며,
夫婦有別하며 : 부부는 구별이 있으며,
長幼有序하며 : 어른과 아이는 차례가 있으며
朋友有信이라하시니 : 벗들 사이에는 믿음이 있다 하시니
人而不知有五常이면 : 사람이 다섯 가지 떳떳함을 알지 못하면
則其違禽獸 : 그 짐승과 거리가
不遠矣리라 : 멀지 않을 것이다.

맹자가 이미 말한 오륜을 주희가 논증해 오륜을 알지 못하면 사람이라 하기 어렵고 금수와 다를 바 없다는 교훈을 널리 입증했다. 그러나 민중들의 생각은 아주 달라 탈춤 대사에서 개에게도 오륜이 있다고 야유했다. 홍대용 같은 지식인은 열린 마음으로 민중들의 발랄한 삶을 받아들여 <의산문답>에서 실옹의 말을 빌어 식물까지 예의가 있다고 말했다. 오륜이란 생물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모습이어서 동물도 식물도 마찬가지로 있다고 했다.

탈춤 대사
“毛色相似(사)하니 父子有親이오, : 털빛이 서로 유사하니 부자유친이요
知主不吠(폐)하니 君臣有義요, : 주인을 알고 짖지 않으니 군신유의요
孕(잉)後遠夫하니 夫婦有別이요, : 새끼를 배고는 수컷을 멀리하니 부부유별이요
小不敵大하니 長幼有序요, : 작은놈이 큰 놈한테 대들지 않으니 장유유서요
一吠衆吠하니 朋友有信이라” : 한 녀석이 짖으면 온 무리가 짖으니 붕우유신이라.

<의산문답>
五倫五事는 人之禮義也요 : “五倫이나 五事는 사람의 예의고,
群行呴哺(군행구포)는 禽獸之禮義요 : 서로 불러 먹이는 것은 금수의 예의고,
叢苞條暢(총포조창)은 草木之禮義라 : 떨기로 나며 가지를 뻗는 것은 초목의 예의다.
以人視物하면 人貴而物賤이요 : 人의 견지에서 보면 人이 貴하고 物은 賤하고
以物視人하면 物貴而人賤이요 : 物의 견지에서 보면 物이 貴하고 人이 賤하고,
自天而視之하면 人與物均也니라 : 하늘에서 보면 人과 物이 均等하다."

동아시아 철학은 주자의 이기이원론 철학에서 멈춘 것이 아니다. 민중들의 삶의 바탕에는 언제나 현실을 헤쳐가는 기철학(氣哲學)이 유유히 흘렀다. 한국에서 일어난 ‘인물성동이논쟁(人物性同異論爭)’은 존재론, 인성론, 인식론을 혁신시켰다. 중세를 넘어서 근대를 지향한 철학자들은 기일원론 철학을 문학과 함께 가다듬어 앞날을 대비했다. 한국은 기일원론 철학에 남다른 열의를 보여 세계보편주의의 근대 다음 시대를 열어가는 주역 노릇을 하고 있다.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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