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장과 망우리공원에서 만난 만해 한용운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 기사승인 : 2021-11-09 00: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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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태명의 고전 성독

한용운(韓龍雲, 1879~1944)은 나약한 시인이 아니고 민족의 지도자다. 전통사상을 스스로 혁신해 민족운동과 관련 깊은 문학을 했다. 승려가 되어 불교를 새롭게 하고 대중화하는 운동을 하며 3.1운동을 주도했다. 독립의 근거와 이유를 밝히는 논설을 옥중에서 써서 일제의 억압을 논박하고 민족정신을 고취했다. 일제와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항거하는 민족지사로서 누구보다도 고결한 자세를 지켰다.(<한국문학통사5>,조동일,152쪽)


여행은 사람 구경이 크다. 낯선 곳 길에서 서로 스치는 것이 예사지만, 외려 역사 인물은 스칠 수 없고 깊이 만나게 된다. 성북동에서 버스를 내려 시장바구니를 든 할머니 뒤를 졸졸 따라서 오른다. 오르막이고 달동네다. 좁은 골목 한참을 오르다 할머니가 대문을 열고 구멍에 쏙 빠지듯 사라진 맞은 편 기와집이 심우장이다. 세계의 빛나는 도시 서울에 1933년에 지은 심우장(尋牛莊)이 자리 잡은 그 일대는 아마 서울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리라. 만해는 화려함을 멀리하고 가난한 이웃과 함께 향나무와 소나무와 은행나무와 더불어 지금도 여기에 계시는 듯하다.


망우리공원에는 많은 역사 인물들이 잠들어 있다. 유관순, 방정환, 이중섭 등이 눈에 띈다. 한용운의 묘소에 가니 부인 유씨와 나란히 쌍분으로 다정하다. 역사의 큰 인물 유택(幽宅)으로는 그저 평범하다. 스님이었다가 환속해 보통 사람으로 살다 갔으니 그랬나 보다. 크고 근엄하기보다 그저 우리네 할아버지 무덤 같은 봉분에 누운 만해의 넋이 무척 가깝게 느껴진다. 양택이든 음택이든 떠난 사람의 소관사는 아니다. 만해를 아는 남은 사람들이 마음으로 이어져 만해는 만백성의 하나로 평범하게 역사를 살고 있네.


만해 옥중 시 감상 : 말할 수 없는 피지배 민족의 울분을 앵무새와 서구의 격언을 빌어 넌지시 표출하며, 인류의 건강한 활동인 말하는 자유를 억압하는 일상화된 제국주의 폭압의 터질듯한 풍선에 작은 바늘구멍으로 응수하고 있다.

一日與隣房通話(일일여린방통화)하다 : 하루는 이웃 감방 재소자와 말을 나누다가
爲看守竊聽(위간수절청)하여 : 간수가 몰래 그것을 듣고는
雙手被輕縛二分間(쌍수피경박이분간)할새 : 양손을 2분 동안 가볍게 묶이는 벌을 받을 때
卽吟(즉음)이라 : 즉석에서 읊었다.

無題(무제)라
韓龍雲이라


隴山鸚鵡能言語(농산앵무능언어)한데 : 농산의 앵무새는 말도 잘하는데
愧我不及彼鳥多(괴아불급피조다)를 : 부끄러워라, 나는 저 새만도 못하구나.
雄辯銀兮沈默金(웅변은혜침묵금)하나 : 웅변은 은이요, 침묵은 금이라지만
此金買盡自由花(차금매진자유화)를 : 이 금으로 자유의 삶(花)을 다 사고 싶어라.

백태명 울산학음모임 성독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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