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움도 많지만 내가 사는 울산에서 잘 해내고 싶어”

정리=조강래, 구승은 인턴 / 기사승인 : 2021-10-07 0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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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포럼

더 나은 도시를 위한 상상-청년 편

청년문화공간 비모어에서 ‘더 나은 도시를 위한 상상-청년 편’을 진행했다. 이보미 비모어 대표, 이지연 청년문화기획단 9012 활동가, 그리고 두 명의 울산저널 인턴기자가 청년으로서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 남구 삼산동 청년문화공간 비모어 ©조강래 인턴기자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조강래 인턴기자=언론 활동 외에도 2017년부터 지역에서 청년 정책 활동을 해왔다. 울산청년정책네트워크,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아카이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왔다. 평소 청년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꼭 한 번 청년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구승은 인턴기자=한국화를 전공했다. 현재는 지역신문 외에도 청년으로서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지연 청년문화기획단 9012 활동가=문화예술기획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장생포 아트스테이에서 일하고 있고, 청년문화기획단 9012라는 팀을 꾸려서 지역 창작자들을 소개하는 <소신집>이라는 매거진을 만들고 있다.

 

이보미 비모어 대표=지역에서 비모어 아트스튜디오라는 거점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시각미술을 전공했다. 작가라기보다는 활동가라고 나를 소개하고 싶다.

 

▲ 청년문화공간 비모어에서 미니 포럼 ‘더 나은 도시를 위한 상상-청년 편’을 진행했다. ©조강래 인턴기자

Q. 울산에서 청년으로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조강래=평소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울산이 이러다 큰일 날 것 같다는 우려가 들었다.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청년 정책 활동가로 지내게 됐는데, 활동을 해보니 참 쉽지가 않더라. 우선 청년으로서 울산에서 살기 위해서는 밥벌이, 먹고 살 궁리부터 먼저 해야 했다. 작년부터 ‘나울통’이라는 시민 참여형 방송 제작에 참여했었다. 울산 청년들이 사회 문제, 정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이렇게 하나둘씩 울산에서 청년이라는 이름을 대변하기 위한 노력들을 해오고 있다.

 

이보미=청년으로서 지역에 거점 공간을 만든 이유는,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보다는 만드는 사람을 위해서였다. 예술가들의 아지트를 만들고 싶었다. 청년으로서 지역에서 다채로운 방법으로 다가가고 싶은데, 방법이 많이 없는 것 같다. 우리가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활동 범위를 넓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누가 총대를 매야하는데, 그럴만한 사람들이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것 같다. 

 

이지연=청년이 거쳐야 하는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지역에서 청년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나의 길을 만들어 가야 할지 조금 막막하다.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현실에 많이 부딪힌다. 좌절도 했다가 다시 불쑥 불쑥 올라오는 열정에 힘을 냈다가 오락 가락 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래도 최대한 조급해하지 않으려 노력하며 동료들과 다독이며 하나씩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 

 

Q. 요즘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청년으로서 가지고 있는 고민도 좋고, 개인적인 고민도 좋다. 

 

이보미=개인적으로 울산에 남게 된 계기가 있다. 예고를 나오고 미대를 나와서 지역작가로서 활동을 해보려고 했다. 그런데 활동을 하다 보니 한계에 부딪히더라. 이래서 사람들이 울산을 떠나는 거구나 싶기도 했다. 한계에 부딪히지 않더라도 건강이나 심리적인 이유로 그만둘 수도 있지 않나. 그럴 때마다 ‘그래서 안 된다고 했잖아’라는 괜한 말을 들어야 한다. 청년들에게 계속 달리라고 하지 않나. 그래서 계속 달렸는데, 내가 서서히 식어가는 것 같다. 그게 가장 큰 고민이다.

 

이지연=공감이 된다. 무뎌지는 느낌이 있다. ‘넌 안돼, 그냥 시키는 대로 해’ 이런 말들을 들을 때면 무기력해진다. 그런데 정말 멋지게 활동하는 청년들을 보면 다시 마음이 불타오른다. 실패하더라도 해보자고 다짐하게 된다. 어렸을 때 서른의 나이가 되면 굉장히 어른일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나이가 되니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것 같고 굉장히 애매모호한 나이인 것 같다. 앞으로 대학원도 가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하고, 차도 사야 하고 집도 사야되는데 까마득하다. 청년이 대부분 가지고 있는 고민이겠지만, 특히나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더욱 어려운 것 같다. 

 

이보미=청년에게 수익과 안정성은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스무 살 때부터 독립을 해서 지금까지 상가 계약만 7번 했다. 공간을 운영해보면서 느낀 게 있다. 경제적인 자립을 꼭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공간을 오픈하면 지역에서 사라질 사람이 되더라. 

 

구승은=공감이 된다. 그림을 계속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욕구 하나만 붙들고 있기에는 경제적으로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다른 직업을 하나 찾아야겠다고 해서 여러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마음속에 욕구는 계속 남아있다. ‘그리고 싶다. 그리고 싶다. 언제 그리지? 그런데 일단은 돈부터 먼저 벌어야겠지?’ 이런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Q.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 목소리를 냈던 경험이 있는지, 아니면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안이 있는지?

 

구승은=창원에서 학교생활을 하고 울산에 오니까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느낌이 들더라. 동료가 없다는 거에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울산 출신인데 지금은 서울에서 활동하는 지인이 말하기를, 아무리 내가 발악을 해도 봐주지 않아서 울산을 떠난다고 했다. 그때 ‘하긴 울산이 그렇지’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 오기가 생겼다.

 

이지연=아직 목소리를 냈던 경험은 없는 것 같다. 정책에 대해서 잘 모르기도 하고, 경험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뭐라고’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목소리를 내는 단계라기 보다는 지금 있는 자리에서 경험을 쌓아 올리고 그 경험치로 깊은 고민에 도달했을 때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이 자리를 빌어 한 가지 이야기하자면 울산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지역전문인력양성’과정이 있는데, 실제 실무자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세분화되고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한다. 

 

이보미=내가 이 공간에서 기획하는 건 전시, 공연이 전부이다. 기획에 소질이 없는 편인 것 같다. 생각보다 내형적인 사람이지만, 똑똑 문만 두드려주면 언제든지 오케이다. 앞서 이 공간을 예술가들의 아지트라고 소개했던 이유는, 이 공간을 통해서 시민들에게 우리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힘을 키우고 싶었다. 공공의 행사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행사도 중요하다. 작년에 울산에 문화거점 공간을 조사한 결과를 보니까 100개가 넘는 문화거점이 있더라. 그렇게 많은지 전혀 몰랐다. 그분들이 다 모여서 우리만의 장을 마련해보면 좋겠다.

 

Q. 본업 외에도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지연=서울 기획사에서 홍보 업무를 하면서 창작자들을 인터뷰하고 그 인터뷰가 다양한 매체에서 소개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그런데 우리 지역에서는 지역 창작자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신념과 태도에 대해 소개하는 매체가 없더라. 그런 부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어서 지역 창작자들을 소개하는 ‘소신집’이라는 매거진을 운영하게 됐다.

 

조강래=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청년 정책, 도시재생, 주민 공동체, 아키이빙 등 다양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무엇보다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가는 가장 큰 이유는 힘들지만, 재미가 있고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지연=즐거움이 중요한 거 같다. 청년문화기획단 9012라는 이름으로 동료들과 함께 활동을 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했을 때 즐거움이 더 크다. 우리의 힘으로 0에서 10을 만들어냈다는 게 너무 뿌듯하고 행복하더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프로그램에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즐거워하시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라는 피드백을 받을 때 큰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이 일을 계속 해나가는 원동력인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소감 한 마디.

 

이보미=이렇게 서로 만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너무 좋은 자리인 것 같다. 공간 운영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알리는 걸 잘 못한다. 그런데 이렇게 먼저 찾아주고, 나를 소개할 수 있는 기회를 줘서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걸 계기로 우리 청년들이 이제 한 번 모여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과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우리가 3~5년만 더 노력하다보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이제는 때가 된 것 같다.

 

이지연=울산이라는 지역을 좋아하니까 이곳에서 잘 해내고 싶고, 충분한 역할을 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서로 관심가지며 응원해주고 어려움이 있다면 연대해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구승은=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지역에 이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망각하고 지낸 것 같다. 분명 조금만 더 들여다보고 관심을 가지면 우리 지역에도 이렇게 멋진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말이다. 지역에서 이런 사람들을 오래오래 보고 싶다. 어떻게든 울산에서 자기 활동을 이어나가는 동료들의 모습이 멋지고, 오래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조강래=울산에서 청년 활동을 하면서 느낀 게 있다. 너무 단절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느슨한 큰 연대가 필요한 것 같다. 강한 결속력을 가진 조직이 아니더라도 느슨하게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그런 모임 말이다. 그 안에서 새로운 사람을 찾고, 새롭게 연결되는 구조가 생긴다면, 우리 청년들이 언제든지 연대해서 지역에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 이보미 비모어 대표(왼쪽), 이지연 청년문화기획단 9012 활동가(오른쪽) ©조강래 인턴기자

정리=조강래, 구승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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