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로 하여금

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 기사승인 : 2021-11-09 00: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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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소설을 읽기 전에 세 가지 질문을 미리 던진다.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관행적으로 있어 온 비리를 고발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고발자에게 무해한 사람이었다면 고발자는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게 마땅할까. 소설의 제목이 가리키는 죽은 자는 어떤 사람들인가. 


편혜영은 <몬순>, <소년이로>, <저녁의 구애>, <호텔 창문> 등의 작품으로 국내외 유명한 문학상을 거의 모두 수상한 작가다. 작가는 섬세하고 그로테스크한 문체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에 내몰린 인간의 심리를 예리하게 파헤쳐 독자들의 마음속 목소리를 끄집어낸다.


<죽은 자로 하여금>은 한때 잘나가던 조선소가 불황을 맞으면서 배 만들던 노동자가 노숙자가 되고, 지역경제마저 연쇄적으로 흔들리는 이인시의 음울한 분위기를 병원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관행적 비리와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일로 압축한다. 


“이석은 평판이 좋았다”로 소설은 시작한다. 무주는 이전 직장에서 관행대로 하다가 권고사직당한 후 선도병원으로 오게 됐다. 무주는 자신에게 특별한 호의를 베풀었던 병원 동료인 이석의 비리를 고발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병원 혁신위원회에 발탁돼 일하던 중, 이석의 회계장부에서 리베이트 정황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아내의 임신 소식을 듣고 아이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 정의롭기로 마음먹었을 때의 무주는 빛이 났고, 용감했다. 그런데 “뭐가 그렇게 서운했어요?”라는 동료의 질문에 허를 찔리면서 자신의 행위가 어떤 공명심과 싸구려 도덕심에 고취돼 벌인 일이라고 자책하기 시작한다. 독자들은 고발자인 무주의 부정적인 심리변화를 안타까운 심정으로, 때로 분노하면서 따라가게 된다. 


여기서 잠깐 이석과 무주가 했던 관행적 비리에 대한 소설 속 문장을 살펴보자. 


“관행만큼 편하고 안전한 건 없었다. 문제가 불거지면 ‘관행’이 비난받을 것이다. 자신 말고도 그렇게 한 선배와 지시를 내린 과장이 곁에 있다고 생각하면 다소 편해졌다. 장부에서 부풀린 수많은 돈 중 자신이 직접 주머니에 챙겨 넣은 돈은 하나도 없기 때문에 더욱 마음을 놓았다. 아니었다. 무주는 두둑이 챙겼다. 일개 구매과 직원이었지만 과장이 값비싼 저녁을 먹는 자리에 종종 동석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규모의 식당에서 업체 직원과 식사를 했다. 식사가 끝나면 차비를 받기도 했다. 차비치고는 제법 봉투가 두툼한 걸 매번 모르는 체했다.”(42쪽)


“변명의 여지가 있었으나 침묵했다. 그러고 보면 관행은 운에 좌우되는 게임이나 마찬가지였다. 걸리지 않으면 행운이 쏟아지지만 일단 걸리면 모든 걸 내놓아야 했다.”(43쪽)


다시 병원으로 돌아온 이석은 무주를 협박한다. 병원도 지역도, 편법을 자행하며 발버둥쳤지만 결국 골리앗크레인이 해체의 길을 걷듯, 경쟁에서 도태돼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테고, 자신이 가장 먼저 떨어질 뿐이라고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려 애쓴다. 죽은 자들 가운데서도, 이석과 무주, 그들에게 아이가 한때 희망이었듯, 독자들도 이 책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사무장과 병원장, 이석과 무주가 떠난 병원에 남아있는 사람들, 그들이 희망이 아닐지. 


오영애 울산환경과학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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