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동네에서만 자유롭다

성현정 울산장애인인권포럼 대표 / 기사승인 : 2021-10-05 00: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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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

인권이 무엇인가? 이 질문은 시간이 갈수록, 쉽지 않은 것 같다. 대신 우리가 인권이란 단어를 얼마나 많이 접하고 있는지, 일상에서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면, 언제, 어느 상황이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인권이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진다. 


내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인권이란 단어를 접하고 자주 듣게 된 것은 2001년 사회복지 공부를 하게 되면서부터였다. 2003년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는 장애를 갖고 있는 나부터 동료들에게까지 우리 사회가 얼마나 폭력적이면서도 관용적인지를 경험하고 분노하고 고민하는 시간들을 보냈다. 폭력적이라고 느낀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하고, 그 함부로 대하는 것에 대해 너무나도 정당화되고 아무렇지도 않은 것으로 이해되는 것을 보면서였다. 관용적이라고 한 것은 우리 사회가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많은 사회적 책임과 의무들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아무렇지 않게 이해하는 것을 보면서였다. 


내가 처음 사회복지 현장에서 접한 업무는 여성장애인의 직업재활사업으로,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상담하고, 취업할 만한 사업장을 발굴하고, 면접동행, 취업지원 이후 주기적인 방문과 연락을 통해 적응지도 및 사후관리를 하는 것이었다. 사업장 발굴, 면접동행은 물론 지적장애인의 업무효율을 맞춰주기 위해 빵공장이며 세탁공장에서 빵 포장하고 수건 접는 등의 다양한 지원을 하기도 했으나 장애인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거나, 장애인을 도와주면서 일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대답, 또 어떤 사람들은 “장애인이 뭐하러 힘들게 일을 하느냐? 일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 국가에서 돈 나오는데”라는 이야기, 더 심한 말은 “힘든데 출근하지 말고 우리 회사에 이름만 올려놓고 고용지원금 받으면 그 금액만큼은 그냥 줄게”라는 장애인의 노동력을 무가치, 무의미, 혹은 잉여(?)로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런 반응을 보이는 현장에서 발을 돌리는 것은 차라리 편했다. 그래 이런 사업장에 우리 장애인 안 보내면 된다고 침 한번 뱉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면접을 보고 아쉬운 듯 “회사하고 집이 거리도 먼데 휠체어를 타고 제시간에 출근이 기능하겠어요?” 또는 “우리 회사 일이 1, 2층을 하루에도 몇 수십 번씩 오르내려야 하는데 목발을 짚고 할 수 있겠어요?”라며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한계를 이야기할 때면 오히려 장애인의 이동이나 물리적 환경이 비장애인과 달리 장애인의 기능이나 능력을 제한시킨다는 것에 더 안타깝고 화가 나고 ‘도대체 이 사회는 언제까지 장애인들을 집 안이나 동네에만 가두어 놓을 것인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다시금 생각해 본다. 그러나 여전히 중증장애인들은 활동지원인들의 노동권, 지방자치단체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등등의 이유로 여전히 이동의 자유는 제한되고 있다. 분명 그때와 비교하면 많은 자유를 얻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중증장애인은 동네에만 갇혀있다.


성현정 울산장애인인권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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