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족보, 단군신화와 <남바완>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조교수 / 기사승인 : 2021-10-06 00: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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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문학

예술의 기원은 고대 제의(祭儀)로부터 시작됐다. 제사장은 부족장 또는 무당이고, 몸짓에서 무용이, 소리에서 노래가, 벽화 등의 그림이 미술의 기원이다. 집단생활을 통해 모계중심에서 부계중심으로 전환됐고, 맹수들은 먹을거리일 뿐 과학‧기술의 발달 이전의 가장 두려운 존재는 통제가 불가능한 천재지변이었다. 이에 대한 두려움과 부족의 결속을 강화시키는 수단이 제의다.

 

▲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문자 발명 이전의 기록은 그림과 구전(口傳)이다. 올해 1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발견된 동굴벽화는 구석기 시대인 4만5500년 전의 그림으로 추정됐고, 유럽 동굴벽화 기록을 뛰어넘으면서 예술의 발상지라는 유럽의 자부심에 생채기를 냈다. 공룡 화석이 발견됐을 때도 기독교인들은 성경에 공룡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진화론에 반발했다. 한편 영상의 역사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스페인의 알타미라 동굴벽화에는 동물의 다리가 여덟 개인데, 이는 움직임을 묘사한 가장 오래된 그림이자 재현에 대한 최초의 표현이다.


구비문학은 크게 신화와 종교의 영역으로 구분한다. 신화의 하위 범주에는 전설과 민담이 있고, 종교에는 종파가 있다. 신화가 국가 단위라면 전설은 시‧도 단위, 민담은 구‧군 단위쯤 된다. 신화가 국경을 초월해 보편적이게 될 때 종교가 되는데, 종교로 발전하지 못하면 종파로 머문다. 성경의 경우 유일하고 절대적인 ‘말씀’이 아니라 ‘사람’에 의해 구전된 내용을 기록했다는 증명이 많다(구전은 전달자의 개인적 내러티브에 ‘오염’됐음을 전제한다). 최소 대여섯 명 이상이 성경을 기록했고, 예수의 정체성은 그리스‧로마의 신들과 오버랩(overlap, 중복,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는 내용이다. 미술학자들은 예수의 시대에 다양한 신을 숭배하는 공동장소인 회당이 있었고, 그중 한 영역이 예수의 자리였을 뿐임을 기록을 통해 주장하기도 한다.

 

▲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유럽을 통일하고자 했던 3대 위인이 있는데, 첫째가 콘스탄티누스 1세, 둘째가 나폴레옹, 셋째가 히틀러다. 콘스탄티누스의 시대에 로마의 주신(主神)은 제우스, 민간에서 숭배되는 주신은 태양의 신인 ‘미트라(Mitra)’였다. ‘제우스’를 해석하면 ‘하느님’으로, 지구상 어디에나 있는 보편적인 말 그대로의 하느님이다. 전 세계 하느님의 스토리텔링이 중첩된 제우스의 정체성과 일대기는 그래서 혼합적이다. 미트라는 고대 페르시아의 신으로, 인도의 종교문헌인 <리그 베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집트의 태양신 이름도 ‘라’인데, 아리아인의 신이 유럽의 제국인 로마에까지 확산됐다는 것은 미트라가 국경을 초월한 신임을 나타낸다. 성경에서 언급되지 않는 예수의 탄생일인 12월 25일은 미트라의 탄신일이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유럽을 통일하는 과정에서 예수를 추종하는 십자군을 고용해 유럽 통일을 완성했고, 십자군은 용병의 대가로 기독교를 국교로 삼을 것을 요구했다. 당시 로마에서는 미트라 탄신일을 기념하며 매년 축제를 열었는데, 콘스탄티누스 이후 미트라의 자리가 예수로 대체된 것이다. 영화 <300>(2014, 노암 머로)에서 페르시아인을 기형적으로 묘사한다. 이는 동양의 문명을 폄훼하는 백인우월주의의 일면이다.


종교와 종파의 예는 남유럽과 북유럽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남유럽의 환경이 따뜻하고 풍요롭다면 북유럽은 차갑고 척박하다. 인간의 정서는 날씨와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듯 남유럽인들이 창의적이고 자유롭다면 북유럽인들은 고지식하고 경직된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남유럽은 다양한 종파가 인정됐고 북유럽은 기독교라는 단일종교로 수용됐다. 스토리텔링의 주인공이었던 남유럽 신들의 자리를 21세기를 즈음해서 북유럽 신들이 ‘새로움’이라는 헤게모니로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내러티브 근원으로서의 다양한 신화들이 재해석되기 시작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이등국민이라는 열등감과 함께 단군신화를 민담 또는 종파 정도로 인식해왔던 우리가 단군왕검을 주인공으로 하는 판타지 영화 <남바완>을 올해 말 만나게 된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 위상을 얻은 것과 함께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확인할 수 있는 일례로서, 티탄 신족과 이미르, 라와 함께 우리의 단군왕검이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민정 영화인, 대경대 방송영상과 겸임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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