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재발을 막으려면

특별취재팀 / 기사승인 : 2021-11-29 18: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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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좌담(4)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11월 2014년부터 2021년까지 현대중공업에서 일어난 35건의 중대재해 사망사고를 분석한 연구보고서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사고백서1>를 펴냈다.

 

 

 

중대재해 막는 첫걸음, 아카이빙

기록과 기억, 위험 민감성 높여야

 

이종호 편집국장=중대재해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지금까지 사고 실태와 사고가 계속 반복되는 원인들, 그중에서 특히 위험의 외주화에 초점을 맞춰 토론해왔다.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이 되려면 어떤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얘기해봐야 할 것 같다. 

 

사고가 나면 언론에 단신으로 뜨고 잊혀져 버리는 게 아니라 사고를 영원히 기록으로 남겨서 사람들이 기억하게 하고 위험에 대한 민감성을 계속 높여내는 게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사고 하나하나에 대해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기록하고 기억하는 것을 아카이빙 작업으로 하려고 한다.

 

김형균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 정책기획실장=노조에서 안전 담당을 하면서 우연히 유럽 자료를 봤다. 눈이 확 뜨였다. 와 이게 완전히 다르구나. 개념 자체가 달랐고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달랐다.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 문제를 아주 체계적으로 정리해놓은 자료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우리가 이런 수준이었구나 비교가 됐다. 

 

해양플랜트가 주로 유럽에서 많이 발주됐다. 유럽에서는 생산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묻고 관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발주하면서 품질담당자만 와서 조사하는 게 아니라 안전만 전문으로 담당하는 감독관을 따로 배치한다. 감독관은 다른 건 안 보고 안전만 본다. 현장에 와서 불안전한 작업이 진행된다면 무조건 작업중지. 아예 작업 못 한다. 그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일부러 떨어지려고 해도 떨어질 수 없는 그런 안전난간대, 그물망이 촘촘히 짜여지고 심지어 족장 사이가 어떤 장애물에 의해서 벌어지면 그걸 플라스틱으로 다 막는다. 그런 걸 보면서 정말 안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경험했다. 

 

안전감독관 상주만으로 더 안전

작업중지권 강력하게 발동해야

 

그런데 해양에서만 작업중지가 지켜지고 조선 쪽에서는 그렇게 촘촘하게 작업중지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 지켜진다. 작업중지가 모든 것의 해법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넓은 야드에서 노조 집행간부들이 다른 일 다 제끼고 그것만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한계가 많다. 회사에 안전관리자들이 거의 200명 가까이 되는데 이들이 강력하게 작업중지권을 발동하면 작업중지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게 잘 안 된다. 생산에 큰 장애가 없는 정도로 진행한다. 게다가 하청이 많아지면서 더 그렇다. 처벌이 제대로 안 되기 때문에 안 지켜도 크게 손해 보는 게 없으니까 당연히 도둑작업을 하는 거다. 안 지키고 슬쩍, 빨리. 

 

현장에 안전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위험성 평가를 하고 여러 가지 시스템을 다 갖춰도 일선에서 사고를 당한 사람은 누구냐면 바로 노동자다. 어떻게 해야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지 훈련해야 한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고 지속적인 훈련도 제대로 받지 않고 오로지 물량만 처리하는 고용구조, 작업방식, 빠듯한 공정처리가 존재하는 한 중대재해는 막을 수 없다. 

 

안전하지 않으면 작업중지를 강력하게 때리고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면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 이것 외에는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 자본은 고용구조를 바꿀 생각이 없고, 노동부도 방관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감독관이 이것을 제지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 아예 상시적인 작업중지가 이뤄져야 한다. 현장에서 안전하지 않으면 작업중지 때린단다, 인사조치까지 당한다 이렇게 되면 처벌받지 않기 위해서, 작업중지로 인해서 손해 보지 않기 위해서 생산보다 안전을 더 중요시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 작업중지가 훨씬 더 강화돼야 한다. 

 

노동조합에서 노동부에 3개월 만이라도 현장에 작업중지권을 가진 안전감독관이 상주해라, 현장에 상주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안전이 지켜질 것이라고 요구했다. 일정 따라 패트롤하는 것이 아니라 걸릴 경우 다 조치를 취한다면, 도둑작업을 하는 순간부터 더 큰 제재가 가해진다면 그런 작업을 할 수 있겠냐는 거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잘못된 작업이라는 것을 노동조합과 감독관에게 신고하고, 안전작업이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작업중지 해제, 산보위에서 결정해야

조선업 하청노동자 도급금지 대상에

 

현미향 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위험을 줄이는 게 중대재해를 막는 방법이라고 본다. 기업 경영에서 안전보건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자리 잡아야 하고 결정되고 집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걸 통해서 안전보건 관리 시스템이 자리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또 위험작업 때 노동자들이 작업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작업중지를 해제하는 과정에 노동자의 의견은 청취가 되는데 노동조합의 의견이 반영이 안 되고 현대중공업지부에 대해서는 노동부가 전혀 비협조적이다. 법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원인과 대책을 산업안전보건위에서 논의할 수 있다. 관례적으로도 임시 산보위를 신속하게 열어서 거기서 재발 방지 대책까지 마련되고 그게 반영된 작업개선계획서가 노동부에 들어가서 작업중지가 해제돼야 하는데 노동부가 임시 산보위 개최에 대해서 신경을 안 쓴다. 노조는 계속 사측에 임시 산보위 개최를 요구하지만 회사는 노동부의 태도를 알기 때문에 임시 산보위를 안 열고 자기들이 개선계획서 내고 작업중지가 해제되고 있는 상황이다. 위험작업에 대해서 노동자와 노동조합이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확대돼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 문제는 2019년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에 도급금지 대상은 너무 협소하다고 했다. 2003년에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조합이 출범했는데 그 이후로 줄기차게 중대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하청노동자 사용금지를 요구해왔다. 산업안전보건법 도급금지 대상에 조선 하청노동자가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용구조를 바꾸는 게 사실은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풀 수 있는 중요한 방법이다. 

 

경찰은 현대중공업 하수인

검찰 불기소에 항고, 재항고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는데 사업주, 경영책임자, 법인에 대한 처벌 문제가 핵심이다.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실제 본사에 있는 경영책임자들이 중대재해 발생 시에 책임을 질 수 있도록 실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진행 과정에서 굉장히 우려되는 부분이 경찰과 검찰이다. 울산동부경찰서는 정말 현대중공업의 하수인이라고 생각이 든다. 2014년에 노동자가 작업 중 에어호스에 감겨서 사망했을 때 목격자가 없다는 이유로 경찰이 자살로 몰았다. 5년 4개월 동안 노동조합, 노동자 유족들, 지역 노동자들이 함께 투쟁해서 산재로 인정받았다. 사실은 경찰이 현대중공업의 산재 은폐를 도와줬다. 

 

9월 30일 굴착기 사고 났을 때 경찰은 단순교통사고로 몰아가면서 유족에게 교통사고 운전자와 빨리 합의하라고 압박을 넣었다. 경찰은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업무상 과실치사 부분에서 대표이사에 대해 계속 불기소 의견을 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자기들에게 조사권을 달라고 경찰이 요구하고 있는데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이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의 처벌을 가로막는 아주 중요한 원인이다. 지난 5건의 중대재해 사고에 대해 울산 검찰은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불기소할 수 있었다. 왜냐면 노동조합이 항고, 재항고를 하면서 끈질기게 문제제기하기에는 현안들과 내부에 너무 많은 투쟁 사안들이 있다 보니까 굉장히 어려움이 있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울산운동본부는 만약 검찰이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에 대해 불기소를 결정한다면 항고와 재항고를 다 준비하고 있다. 한 번 끝까지 가서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 관행을 해결하려고 한다. 실제로 사업주, 본사의 경영책임자에게까지 책임을 물어야 중대재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험하다’는 인식이 중요

교육, 훈련, 안전조치 필요

 

전주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지금은 주간연속2교대제로 변했지만 현대자동차가 주야맞교대 근무를 할 때 노동자들에게 야간근무가 발암물질이라고 할 정도로 위험한데 왜 계속해왔냐고 물었는데 자신들은 한 번도 야간노동이 위험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답변했다. 마찬가지로 김영균 노동자 사망사고가 나서 발전소에 들어가 하청노동자들에게 컨베이어벨트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움직여서 위험한데 왜 그 밑에서 작업하냐고 물었는데 이 작업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왜, 회사에서 이 작업을 하라고 했으니까 위험한 일에 설마 우리를 그렇게 몰아넣겠는가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게 기억이 난다. 

 

현장에서 위험하다는 인식을 먼저 하는 게 중요하다. 어떤 작업들이 위험한지, 위험하면 어떤 안전조치가 뒤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과 훈련과 인식이 필요하다. 단지 교육 훈련만이 아니라 조치가 필요하다. 대안이 없이 위험하다는 인식은 할 수가 없다. 어떤 작업들이 위험하다면 이런 조치가 있겠구나라는 것들이 시야 안에 들어와야지만 노동자들은 그것이 위험하다고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한다. 

 

위험하다는 인식의 불평등

원하청 공동 안전근로협의체

 

가령 원청의 정규직 노동자가 어떤 위험한 작업들이 있을 때 자기가 작업하지 않고 노동조합에 전화한다거나 아니면 이게 위험하다고 알릴 때 그것은 내가 그것을 알릴 수 있을 때 해결 가능하고 나에게 불이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조치를 하는 거다. 

 

그런데 하청노동자들은 그렇게 못한다. 그것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불평등하게 할당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책이나 조치가 공평하고 고르게 분배되고 있는가라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원청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당장에 할 수 있는 두 가지를 제안한다면 일단 원하청 공동 산보위나 원하청 공동 안전근로협의체를 구성하는 게 굉장히 중요할 것 같다. 공공부문에서는 원청 사용자, 하청 사용자, 원청노동자, 하청노동자가 참여하는 원하청 공동 안전근로협의체에서 하청노동자들이 자기 위험에 대해서 분기별로 이야기하게 돼 있다. 원하청 공동 산보위로 제도화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4자 협의체를 구성하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 안에서 작업중지권에 대한 문제든 위험성 평가에 대한 문제든 직접적으로 노동자 당사자가 제도적인 울타리 안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부문이 그렇게 시행하고 있으니 중대재해 사업장들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대중공업처럼 중대재해 사고가 빈번한 사업장에서 전향적으로 기업 차원에서 검토했으면 좋겠다.

 

정기적으로 <산재백서> 만들어 배포해야

창사 50주년, 중대재해 없는 원년이 되길

 

두 번째는 노동조합에서 작성한 사고조사서, 안전공단에서 작성한 재해조사의견서, 사측에서 작성한 사고조사서를 봤는데 특히 안전공단과 회사에서 작성한 사고조사서는 재발방지 대책보다 사고 원인이 굉장히 부실하게 작성이 돼 있다. 굉장히 표면적이고 기술적인 수준에서 사고 원인이 작성돼 있다. 그나마 중대재해심의위원회 제출용으로 작성하기 때문에 재발방지 대책들이 굉장히 자세하게 나열돼 있는데 사실 더 중요한 것은 사고 원인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기 때문에 이 분석들을 충실하게 수행했으면 좋겠다. 

 

정기적으로 <산재백서>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연구팀이 2014년 이후 35건의 사고조사서를 <산재백서>처럼 만들고 있는데 사실은 현대중공업 기업이 해야 할 일이다. 언젠가 현대중공업이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던 자료 중에 <산재백서>를 제작하겠다는 약속도 있었는데 이행됐는지 안 됐는지 모르겠다. <산재백서>를 구할 수가 없어서 작성되지 않았다고 일단 판단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산재백서>를 만들어서 현장에 작업반장이나 관리자 라인, 노동조합, 노동자들에게도 배포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고가 발생했는지 알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는 빠른 시일 안에 꼭 현대중공업이 전향적으로 검토해서 실행했으면 좋겠다. 

 

이종호=현대중공업이 내년에 창사 50주년이다. 세계 최대 조선소로 성장했지만 그 이면에 많은 노동자들이 산재로 사망했다. 내년 창사 50주년이 되는 그해만큼은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한 건도 없었으면 좋겠다. 울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현대중공업에 바라는 소망 중의 하나다. 적어도 내년에는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없는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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