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 갑질로 거리로 내몰리는 자영업자 더 발생하지 않아야”

이기암 기자 / 기사승인 : 2019-08-14 19: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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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건물주의 무리한 월세 인상으로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내몰리게 된 김은희 씨 ⓒ이기암 기자

 

[울산저널]이기암 기자= 월세 인상 문제로 건물주와 세입자가 다투다 망치까지 휘두른 ‘궁중족발’ 사건. 이 사건 이후 국회에서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한다는 내용의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이뤄졌다. 당시 큰 이슈를 낳았던 ‘궁중족발’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2009년 세입자인 김 씨가 족발가게를 열 당시 건물 임대료는 보증금 3000만 원, 월세 약 263만 원이었다. 그런데 새 건물주인 이 씨가 건물 인수 후(2015년 12월) 보증금 1억 원, 월세 1200만 원을 제시하면서 건물주와의 분쟁이 시작됐다. 임대차보호법이 바뀐 지금도 여전히 월세와 권리금을 둘러싼 건물주와의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마음으로는 하루에도 수십 번 망치를 들었다 놓는다며 실제로 망치만 휘두르지 않았지 서울 궁중족발 사건과 똑같은 건물주 갑질로 인해 하루아침에 거리로 내몰렸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영업자 김은희 씨를 울산대학교 바보사거리에서 만났다.

Q. 지난 번 시청 기자회견에서 새 건물주가 무리한 보증금과 월세인상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간 경과를 말해달라.

20대 후반, 건물주가 직접 가게를 운영하겠다고 해 영업 시작한 지 2년 만에 권리금과 시설비를 몽땅 날려야 하는 일을 겪은 적이 있었다. 그래서 가게를 얻어 영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건물주의 성향이었다. 권리금 없이 쫓겨나는 일을 혹시나 또 당하는 건 아닌가 건물주와의 문제는 제일 두렵고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내 나이 4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 또다시 대출을 받아 무작정 다시 시작하기도 힘든 시기에 권리금 십 원 한 푼 없이 건물주에게 쫓겨나는 일을 당하고 말았다. 내가 운영하던 가게의 건물은 울산대 바보사거리 최고의 자리에 위치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업종이 들어와도 장사가 잘되지 않아 세입자가 자주 바뀌었고 2013년 가게 계약을 할 당시에도 1년 가까이나 가게가 비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가게가 비어 있었기 때문에 이전 건물주 최모 씨가 친절했던 거 같다. 4년 계약하고 재연장도 당연히 가능하다는 건물주의 호의적인 모습에 그 말을 믿고 대출까지 받아 권리금 1억3500만 원에 시설비 포함 2억을 투자해 2013년 10월 계약을 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바보사거리 인근에서만 15년 휴대폰 영업을 해왔고 정직하게 영업을 해왔기에 단골손님들은 잊지 않고 찾아주었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 거리(상권)가 살고 건물의 가치가 상승될 만큼 늘 손님이 붐비는 가게가 됐다. 그런데 2016년 영업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느닷없이 건물주가 바뀌었다. 바뀐 건물주는 울산 각 구에 대형으로 휴대폰 매장을 (20여 군데) 운영하는 휴대폰 업계 재벌로 세입자 휴대폰 가게가 장사가 잘된다는 것을 알고 건물을 통째로 인수한 것이다. 그때부터 마음고생이 시작됐고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두려움으로 영업에 전념할 수 없어 당연히 영업실적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Q. 시청 기자회견에서 보증금 4000만 원에 월세 350만 원인 가게의 월세를 보증금 3억에 월 1000만 원으로 터무니없이 요구하면서 세입자끼리 거래되는 권리금 회수 기회마저 빼앗기고 임대차보호법 5년을 악용해 쫓겨났다고 억울하다고 주장했는데?

내가 운영하던 가게는 장사가 잘 됐기 때문에 가게를 탐내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권리금 3억을 주겠다며 가게를 넘길 마음이 없냐는 제안도 있었지만 연세 많으신 부모님, 치매를 앓고 있는 동생, 어린 조카까지 7인 가족의 생활을 책임지던 유일한 생계수단으로 장사를 그만둘 형편이 되지 않았기에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물주가 바뀌고 불안한 마음에 결국 가게를 넘기기로 마음먹게 됐다. 장사가 잘 되는 가게였기에 신규 세입자를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고 2016년 11월경 권리금 2억을 주고 인수하기로 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건물주는 보증금 3억에 월세 1000만 원을 요구하며 신규 세입자와 만남조차 거절했다. 당시 터무니없는 월세에 대해 부당하다고 생각해 부동산에 조언을 구하니 내가 운영하는 가게는 환산보증금이 초과돼 건물주가 마음대로 월세를 올려도 법의 보호를 못 받는다고 했다. 환산보증금이란 보증금+(월세x100)으로 환산보증금을 초과하는 상가 세입자에 대해서는 건물주가 보증금과 월세를 올리는 데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다. 2016년 당시 울산 환산보증금은 2억4000만 원으로 내 가게의 경우 보증금 4000만 원+월세 350만 원X10을 합산하면 총 3억9000만 원으로 2억4000만 원을 초과해 법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2018년 울산 환산보증금을 3억9000만 원으로 인상하는 법 개정이 있었다. (지금은 보호가능하다고 함)

Q. 건물주의 무리한 월세 인상으로 신규 세입자와의 계약이 힘들었을 텐데?

그렇다. 건물주가 인상을 요구하는 월세의 금액을 알고서는 새로운 세입자를 다시 구할 수도 없었기에 계속 영업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2017년 최초 계약 기간이었던 4년째 되던 해 건물주는 가게를 비워달라 요구해왔고 나는 임대차보호법으로 5년 영업을 이어오던 중 2018년 울산 환산보증금 인상 법 개정과 2017년 전국적으로 이슈가 됐던 궁중족발 사건을 계기로 5년에서 10년으로 바뀐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가게는 소급적용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환산보증금 인상 법 개정으로 건물주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할 거란 생각으로 또다시 어렵게 세입자를 구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여전히 높은 금액(보증금 1억에 월세 800만 원에 매년 5% 인상)을 요구하며 또다시 신규 세입자를 거절했다. 건물주에게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다. 제발 가게 계약이 될 만큼만 임대료를 인상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건물주는 삼산동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 상호를 얘기하면서 ‘삼산동도 다 그냥 나간다’며 터무니없는 임대료를 요구해 어렵게 구한 두 번째 세입자와의 권리금 계약마저 파기됐다. 그렇게 건물주는 임대차보호법 5년을 악용해 결국 권리금 십 원 한 푼 받지 못하고 쫓겨났다.

Q. 바보사거리 인근 건물들의 보증금, 월세와 비교해 건물주가 유독 월세를 올린 이유는?

내 가게의 평수는 17.8평으로 인근 비슷한 평수 기준 보증금과 월세의 평균 시세는 보증금 4000만 원에 월세 250만 원 수준이었다. 사실 기존 월세도 비싼 편에 속했다. 그런데 이번에 건물주가 요구하는 월세는 한마디로 그냥 나가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명도소송에서 건물주 한 씨는 자신도 휴대폰 사업을 하기 위해 건물을 인수한 것인데, 임대차보호법 5년이 지났는데 우리가 안 나가고 버티고 있어서 재산권 침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처럼 새로운 세입자에게 적합한 금액을 제시했다가 계약이 성사가 되면 자신의 목적대로 건물 가게에서 장사를 할 수 없으니 터무니없는 월세를 요구하며 방해했던 것이다.

Q 권리금 회수방해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 중이라 들었는데?

상가법 10조의4에는 건물주가 특별한 사유가 아니면 세입자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 이렇게 명시된 이유는 세입자에게 권리금이란 재산을 불리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다시 재개하기 위해 필요한 삶의 밑천이기 때문이다. 건물주는 ‘터무니없는 월세를 올리기로 한 적이 없다’며 신규 세입자를 만나주지도 않았다. 또 임대 기간 동안 월세를 동결해주었는데 오히려 세입자가 건물주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고 있다고 말한다. 건물주는 권리금을 약탈하기 위한 온갖 거짓말과 술수를 부리고 있다. 7월 23일 변론기일에 건물주와의 통화 내용과 문자 내용을 증거로 제출했고 세입자가 의뢰한 권리금을 산정하기 위한 권리금 감정평가가 법원으로부터 받아들여졌다. 현재 감정평가 비용 650만 원을 마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지금까지 가게를 지키려 애쓰다가 결국 강제집행까지 진행됐다. 세입자로서 어떤 생각이 드는가?

우리 자영업자들의 괴로움과 억울한 일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장사가 안 돼서 망하기도 하지만 장사가 잘 되는 자영업자들은 건물주에게 가게를 빼앗겨서 망하기도 한다. 임대차보호법에 임대료 상한선이 정해져 있음에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건물주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쫓겨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부당한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 자영업자들은 일부 몰지각한 건물주의 노예로 살아가면서 급기야 건물주에게 권리금마저 약탈당하고 쫓겨나도 ‘억울하다’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물론 착한 건물주도 있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건물주의 갑질로 생계를 위협받고 거리로 내몰리는 세입자들이 정말 많다. 건물주와 세입자와의 문제를 단순히 ‘건물주 잘못 만나 재수가 없었다’는 식의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갑질로서, 심각한 사회구조적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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