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백] 오색팔중산춘, 언제까지 엉터리 정보 확대재생산할 것인가?

정우규 (사)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이사장 겸 대표 / 기사승인 : 2022-03-30 00:00:36
  • -
  • +
  • 인쇄

홍보에만 급급, 엉터리 정보 확대재생산

3월 말에서 4월 초가 되면 울산시청 정원에 임진왜란 때 약탈당했다 396년이 지나 겨우 꺾꽂이 묘 하나 얻어다 심어 놓고 세계 유일의 다섯색깔여덟겹동백이 피었다고 야단법석을 떠는 이이 벌어진다. 울산동백 오색팔중산춘(五色八重散椿)을 국내로 들여온 것은 약탈당한 유전자 자원을 찾아왔다는 차원에서 잘한 것이고 의미도 있다. 그찾아오는 데 고생도 했고 예산도 들었고 대대적인 행사와 홍보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자랑만 하고 떠들기만 했지 울산을 대표하는 신품종 동백을 육종했다든지 디자인이나 브랜드를 개발해 이익을 창출했다는 기사는 본 적이 없다. 매년 되풀이되는 개화 소식, 가끔 있는 공연과 행사 소식, 잘못된 내용에 대한 칼럼 등을 보거나 들었을 뿐이다.


필자가 보고 들으면서 거북한 것은 갖다 심은 지 30년이 된 지금에도 이름, 약탈된 시기, 한국에 처음 들여온 사람과 장소, 진위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이 끝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원인은 오색팔중산춘에 관해 제대로 고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낯내고 홍보하는 데만 신경을 썼고 지금도 홍보에만 급급하다 보니 엉터리 정보를 확대재생산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심은 지 30년이 됐는데도 기관의 홍보물과 학자들의 논문에서조차 그 이름의 의미대로 풀어 주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읽는 동화책에서까지 잘못 쓰여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의 머리는 하얗고 깨끗한 백지와 같다. 그래서 한번 황칠(낙서)이 되면 지우개로 지워도 흔적이 남는다. 처음 본 기억이 평생 남아 있을 수도 있다.


작년 10월 중순 서울에 계신 울산 출신 학자분한테서 전화가 왔다. 울산동백을 가져온 30주년 행사에 초대돼 갔다 왔다면서 지금 독일 사람과 시가 태화강국가정원 설계 용역 논의를 하고 있는데 울산의 환경 생태, 울산의 고유 식물, 조경 문화 등과 관련된 기고와 조언을 해 주면 좋겠더라고. 내가 웃으며 30주년은 2022년 5월 27일로 아는데 무슨 꿍꿍이가 있어 7~8개월을 당겨 하는지 모르겠고, 기고하거나 조언을 원하는 관계자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 울산시청에 심은 울산동백. 자료사진.

여러색겹꽃피기흩지기동백

오색팔중산춘, 울산동백.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이름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아는 사람도 잘 없는 것 같다. 품종의 특성도, 이름의 의미도, 약탈된 장소와 시기도, 일본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등 유명한 나무들도, 이들을 모델로 한 예술 작품이나 상업적 브랜드도, 국내에 들여온 시기와 들여온 사람도 어느 하나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는 것 같다. 심지어 진위 논란까지 물어보는 인사가 있었다. 올해는 시청 정원에서 꽃이 피고 각종 언론과 홍보물에 잘못된 정보가 바로 잡혀 나가기를 바라면서 우선 오색팔중산춘이란 이름의 의미와 국내로 가져다 심은 시기부터 짚어 보고자 한다.


오색팔중산춘은 이제 희귀동백도 아니다. 20여 년 전부터 시중에 판매도 되고 있다. 대만, 중국, 미국에도 재배되고 있다. 울산동백은 약탈된 400주년에 가져온 것도 아니고 최초로 가져온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다섯 색깔 여덟 겹 동백도 아니다. 꽃이 핀 동백을 직접 관찰하면 다섯 색깔 여덟 겹 동백이 아닌데 다섯 색깔 여덟 겹 동백이라고 하니 잘못됐다는 민원도 생기고 진위 논란도 생기는 것이다. 필자는 오색팔중산춘의 이름에 대해 지난 28년 동안 민원에 대한 자문요청의 답변서, 단체의 소식지, 동인지, 특강, 보고서 등을 통해 여러 부류의 인사들에게 또는 관계자들에 직접 여러 번 알리고 건의도 했다. 그런데 개선된 것은 시청의 안내판 문구를 수정한 것밖에 없다.


오색팔중산춘의 처음 이름은 장명춘(長命椿)이었다. 십유도명소도회(拾遺都名所圖繪)에도 그렇게 기록돼 있다. 현재도 오색팔중산춘, 오색팔중소산춘, 散り椿, 산춘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오색은 정통적 색인 오방색(靑紅黃黑白)도 다섯 가지 색도 아닌 홍도백(紅桃白) 3색이 기본색이다. 그리고 흰 바탕과 복숭아색 바탕에 홍교(홍색 세로무늬), 홍색과 복숭아색 꽃잎에 백복륜(흰갓테무늬) 등이 있다. 팔중은 겹꽃 또는 반겹꽃이란 뜻이다. 울산동백의 꽃잎은 15~25장으로 3~5겹이고 수술이 정상적으로 생식할 수 있어 씨가 열린다. 8겹이면 5×8로 꽃잎이 40장 이상이고 수술이 없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런 꽃을 천중(天重)이라고 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학술 용어로 팔중을 semiduble(반겹), 천중을 duble(온겹)이라고 한다. 오색팔중산춘을 우리말로 옮기면 ‘여러색겹꽃피기흩지기동백’이다. 필자가 처음 그리고 혼자 번역해 쓰고 있는 이름이다. 학문에서 사실은 옳고 그름의 문제이지 다수결이 아니다.

사실 고증이 먼저였어야

필자는 일본의 지장원(地藏院)을 비롯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오색팔중산춘, 타조춘, 그리고 나라 백호사(白毫寺) 오색춘(五色椿), 경도 등지원(等持院) 유락춘(有樂椿) 등도 주일 대사관의 문화교육 담당 영사와 오세현 박사(전 주일 교육관)의 협조를 받아 직접 조사했다. 또한 울산에서 오색팔중산춘이라고 알려진 동백도 조사했다. 그 결과 시청의 의회 건물 화단과 각 구·군청 및 문화예술회관 등의 정원에 울산동백이라고 심겨 있거나 상계동 고 이진원 씨 정원의 울산동백은 나무의 형태, 가지의 굵기와 처짐의 정도, 잎의 뒤틀림과 톱니의 모양, 꽃피는 시기, 꽃의 크기와 색깔의 농염, 세로줄 무늬의 모양과 색깔 등에서 울산동백과 차이를 보여 오색팔중산춘으로 감식할 수 없었다. 여러 장소에 설치된 안내판 내용도 틀렸다. 다섯색깔여덟겹동백으로 보도된 언론기사도, 학자의 논문, 작가의 저서도 잘못 쓴 것이다. 울산에서 2021년 12월 31일 중구문화원에서 발행한 <눈물로 피었다 지는 동백>의 오색팔중산춘의 설명도 잘못이다. 그 외에도 내용 속에 잘못된 설명이 여럿 발견되고 있다.


임진왜란 때 일본이 약탈해 간 동백을 제일 먼저 보고 언급한 인사는 1763년 통신사 일행으로 갔던 이언진이고 글은 ‘해람편’으로 추정된다. 연암이 소설 <우상전>을 집필할 때 이미 태워버린 이언진의 시문을 재수집해 옮기면서 ‘해람편’을 잘못 옮겼는지 내용이 사실과 반대로 “동포들의 코를 베어 욕보였으며 척촉(躑躅)과 동백(冬柏)을 삼한(三韓)에 옮겨 심었다”로 수록돼 있을 뿐이다. 1966년 이휘재 저 <한국동식물도감> 화훼류 편에는 울산동백이 장명춘과 오색팔중의 산춘으로 수록됐다. 울산동백을 국내에 처음 들여다 심은 곳은 1988년 완도 푸른농원(김해식)이라고 한다. 필자가 농장에 찾아가 봤다. 크기는 시청의 울산동백과 비슷하다. 울산에도 고 김웅 작가의 수필 <오색팔중산춘>(1993)에 5~6년 전에 들여와 재배하다 울산동백 관련 xxxx위원회에 500여 주를 몽땅 팔았다는데 “책임지고 잘 보존하겠다던 xxxx위원회 사람들의 약속과는 달리 그 동백의 묘목은 그날 후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수필 <오색팔중산춘>에 실린 내용대로라면 김웅 작가가 제일 먼저 가져왔을 수도 있다.


울산동백을 가져올 때 레드 카펫을 깔았다는 얘기도 있고 헌다회도 한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탓할 것은 아니나 사실의 고증이 먼저였어야 했다. 홍보를 우선하다 보니 울산시민은 물론 국민 상당수를 바보로 만들어 버렸다.


잘못된 정보의 확대재생산이 심각하다. 바로 잡는 데 얼마만 한 세월이 걸릴지 모른다. 잘못된 점을 지적도 하고 건의도 했다. 바로 잡히지 않는다. 시청과 교육청 관계자들은 잘못된 것을 빨리 바로 잡아 줘야 한다. 모 모 교수와 모 단체 국장이 평했듯이 필자가 한 일이 “초등학교 5학년 방학 과제 한 것도 믿어야 합니까?”, “소설 쓰나?”라는 말을 들을 만큼 “가치도 없는 것”일지 모른다. 진짜로 초등학교 5학년 과제 한 수준이고, 소설을 썼고, 가치도 없으면 개망신을 당하든 언급할 필요가 없지 않는가! 그런데도 필자에게 여러 가지 관련 기사와 책에 소개된 내용도 보내주고, 의문스러운 내용과 진위 논란까지 물어보고 민원에 관한 자문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있다. 고맙게 생각한다.

울산 동백섬(목도)엔 가장 크고 나이 많은 동백이 산다

중국의 초기 기록에 동백이 외국에서 들어왔다 하여 해석류(海石榴)로 기록돼 있다. 학자들이 갯석류, 바다석류로 번역하고 있다. 세상에 갯석류, 바다석류라는 식물은 없다. 해석류는 동백을 부르던 중국 이름이다. “해석류는 신라에서 왔다”, “세상에 드물고 귀하다” 등의 기록도 있다. 일본이 동백 문화의 발상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이 해석류를 수에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그런데 강총의 해석류 시가 수대에 일본이 동백을 보냈다는 기록보다 먼저 나타난다. 당송팔대가 가운데 동백에 관한 시를 쓰지 않은 사람이 없다.

 

▲ 울주군 온산읍 동백섬(목도)에 핀 동백꽃 ⓒ이종호 기자

일본은 동백 이름 쓰바키의 어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동백의 어원은 ‘도바기’로 정리되고, 일본의 동백 이름 쓰바키는 고대 한어 도바기가 쓰바키로 변천한 것으로 증명된다. 일본의 동백기름 짜는 기술도 삼한에서 들어간 것으로 보는 설명도 있다.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다화(茶花) 타조춘(佗助椿, 와비스케동백)도 유래의 몇 가지 설 중에 임진왜란 때 울산에서 가져왔다는 설(中村恒雄, 1972)이 있다. 일본의 <백춘도(百椿圖)>라는 동백화집에 조선춘과 고려춘도 그림으로 그려져 있다.


이런 점에서 울산은 세계 동백 문화의 발상지라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리지와 지도에 동백도란 이름으로 처음 기재된 섬이 울산의 동백섬이고 현재 동백섬다운 유일한 섬이다. 가장 크고 나이 많은 동백도 울산의 동백섬에 살아있다. 동백의 유전자원 보존과 문화의 계승 발전 및 브랜드 개발 등 활용도 필요하다. 이 문제는 다음 기회에 소개하기로 한다.

 

▲ 굴뚝에서 연기를 뿜어내는 석유화학 공장들에 둘러싸인 울산 동백섬(목도) ⓒ이종호 기자

정우규 박사, (사)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이사장 겸 대표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정우규 (사)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이사장 겸 대표 정우규 (사)한국습지환경보전연합 이사장 겸 대표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