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과 그 단상

이영두 울산대학교 전기공학부 연구교수 / 기사승인 : 2021-06-29 0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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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자연과학

일상이 가상으로 녹아들고 있다. 최근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가상현실이라는 개념적 표현을 실제적 구현으로 대체하며 그 사회적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다. 가상과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그리고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는 플랫폼 서비스로 구현된 3차원의 가상 세계를 뜻한다. 피부에 와닿는 메타버스의 대표적 사례는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진행된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 콘서트다. 게임 유저들은 이곳에서 실제 콘서트를 즐겼다! 이러한 메타버스의 기저기술 가운데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디지털변환(digitization)이다. 디지털(digital)은 연속된 값을 사용하는 아날로그(analog)와 달리 띄엄띄엄 떨어진 값을 사용하는 데이터 구현 방식을 의미한다. 무한을 포함하는 아날로그의 세계를 담아낼 수 없어 유한의 세계로 추상화시킨 것이다. 데이터는 실세계의 흔적으로서 마치 풍경의 스냅샷(snapshot)처럼 순간을 포착한다. 이 데이터가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로 변환되는 것이 디지털변환이다. 

 

▲ 진공관 ©위키피디아

실제 디지털이란 용어가 가진 의미보다 0과 1로 이뤄진 데이터라는 의미로 디지털은 알려져 있다. 이는 3차 산업혁명을 기점으로 일상의 도구로 자리 잡기 시작한 디지털 컴퓨터, 보통 우리가 컴퓨터라고 부르는 기기의 데이터 표현 방식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0과 1 사이에는 무한개의 숫자가 자리한다. 이 끝없이 풍부한 수의 세계에서 왜 0과 1, 2개의 숫자만 선택하게 된 것일까? 그것은 ‘단순함’이 가지는 힘 때문이다. 0과 1은 값으로서의 의미뿐만 아니라 상태로서의 의미도 갖는다. 없다와 있다. 낮다와 높다. 변하지 않았다와 변했다… 무수히 많은 상반의 세계를 담고 있다. 이 단순함이 ‘시작’과 ‘도전’의 가능성을 계속해서 열어가는 능력으로서 그 힘을 가진다. 디지털은 단순함이 중첩이라는 과정을 통해 끝없이 ‘복잡함’으로 수렴해 가는 훌륭한 길이라는 것을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만물은 수로 이뤄져 있다”고 한 피타고라스의 말을 따르듯, 계산기라는 기본적인 정의를 갖는 컴퓨터가 세상의 모든 것을 0과 1의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고 연산함에 있어 8비트(bit)에서 16비트, 32비트, 64비트…의 0과 1이라는 숫자의 중첩을 통해 계속해서 아날로그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 집적회로(중앙처리장치) ©위키피디아

디지털 세계의 언어인 0과 1을 구현하기 위해 초창기에 사용된 것은 진공관(vacuum tube)이다(그림1 참조). 진공관은 진공 속에서 전자의 움직임을 제어함으로써 내부의 분리돼 있는 단자들을 연결하는 스위치 기능이 있다. 단순하게 보면 스위치가 열려 있는 상태면 0을, 닫혀 있는 상태면 1을 나타내는 것이다. 최초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범용 컴퓨터로 알려져 있는 에니악(ENIAC, 1946년)의 경우 1만7468개의 진공관을 이용했는데 무게가 약 30톤, 약 20평의 면적을 빽빽이 채우는 거대한 시스템이었다. 진공관은 1947년에 발명된 반도체인 트랜지스터(transistor)의 출현과 함께 대체됐다. 트랜지스터의 장점은 소형화와 저전력 동작으로 현재는 작은 칩에 수십억 개에 이르는 트랜지스터가 집적된다(그림2 참조). 덕분에 우리는 에니악과 비교할 수 없는 연산 능력을 가지면서도 작은 주머니에도 넣을 수 있는 컴퓨터인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디지털변환은 일상을 계속해서 가상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의 일상이 달라지고 어제와 오늘의 일상이 달라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거대한 파고 속에 일상은 조용한 듯하지만 도도하게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때에 디지털이 가진 변화의 지향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구현되는지, 어떤 결과물로 우리 일상에 들어오고 있는지 등을 점검하는 것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종속성을 벗어나 삶의 진화로서 디지털 기술을 건전하게 도구화하는 길일 것이다. 


이영두 울산대학교 전기공학부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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