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원칙을 지키는 일, 공정한 세상으로 가는 길

심규명 변호사 / 기사승인 : 2021-06-28 00: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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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유쾌한 반란이다. 밋밋하게 흘러가던 게임이 시간이 지날수록 판이 커져 갔다. 뻔한 승부에 곁눈짓하던 관중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관중은 약자 편이던가. 치고받는 잔펀치들이 현란하기만 하다.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흥밋거리를 제공한다. 그들만의 리그가 모두의 관심사가 됐다. 


게임 이야기가 아니다. 이준석 이야기이다. 0선 36세의 청년이 정치판을 갈아엎었다. 사무실, 조직, 문자메시지가 없는 3무 선거로 승리를 만들었다. 수억 원이 들어가는 선거판에서 고작 3000만 원이 전부란다. 전문 선거꾼들은 할 말을 잃고 머쓱해 한다. 연령파괴, 서열파괴에 구경꾼들은 신이 났다. 


그런데 기분이 개운치만은 않다. 이웃집의 문제이긴 하지만 왠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강 건너 불 구경하듯 느긋하게 관전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강 건너 불길이 곧 강을 건너 옮겨붙을 기세이다. 불길이 번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녹록한 문제가 아니다. 무엇을 바꾸고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뭐가 문제인지 뒤돌아봐야 한다.


이준석의 키워드는 공정이다. 낯설기만 하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대선 슬로건 중의 일부이다. 늘 공정한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해 왔다. 공정은 우리의 키워드였다. 내 공을 빼앗긴 느낌이다. 내 것을 돌려달라고 할 수도 없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기억이다. 판을 키우기 위해 북한을 초대했다. 다행스럽게 북한이 호응해 준다.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내친김에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선수 구성이 끝난 상황이었다. 결국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 중 몇 명을 제외시켰다. MZ세대는 분노했다. “올림픽만 바라보고 개고생을 했는데 이게 뭐냐”는 말에 공감했다. 분노가 점점 커져 갔다. 그러나 평화라는 대의 앞에 공정의 외침은 찻잔 속의 태풍처럼 잦아들었다. 화해 모드는 남북대화, 북미대화로 이어졌다. 그리고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압승했다. 여자 아이스하키 문제는 세계평화라는 대의에 묻혀 잊혀 갔다.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정규직화는 또 어떤가. 신자유주의는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그만큼 고용이 불안했다. 그리고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바로잡고자 했다. 그 첫 삽이 인천국제공항공사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공사의 정규직은 신의 직장이다. 수년을 공부해도 들어갈까 말까다.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정부로서는 선의로 시작한 일인데 야속하기만 했다. 양극화 해소라는 명분 앞에 공정은 왜소한 모습일 수밖에 없었다.


공정의 문제가 전면에 드러난 것은 조국 사태다. 국가보안법으로 구속까지 된 서울대 법대 교수. 검찰개혁의 적임자임에 틀림없다. 밥그릇을 지켜야 할 검찰이 반발하는 것은 상수다. 그러나 밥그릇을 지킨다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밥그릇을 지키려면 조국을 몰아내면 된다. 그 명분이 공정이다. 표창장, 인턴의 문제를 제기하며 공정을 이야기했다. 한쪽은 검찰개혁에 사생결단하겠다고 한다.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 결국 검찰개혁의 명분에 공정의 훼손은 불가피한 선택이 됐다. 


김학의 법무부차관은 별장 파티를 연상시킨다. 불법의 온상이다. 그는 법망이 좁혀오자 해외 도피를 선택한다. 출국장에서 검찰이 그를 막았다. 출국금지가 돼 있지 않는 그를 불법적으로 체포한 것이다. 큰 불법을 일소하기 위해 작은 불법을 저질렀다. 큰 불법을 막기 위해 작은 불법에 관여한 인사를 승진까지 시켰다. 공정의 문제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정치의 본질은 분배다. 가치판단의 문제다.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선택에서 공정은 늘 뒷자리로 밀려났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정치. 그러나 납득은 할 수 있어야 한다. 공정을 지키면서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은 불공정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이준석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공정의 가치를 지켜야 한다. 그러려면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다시 서는 길이다. 


심규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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