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자립생활이 이뤄지는 포용 사회

김종훈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 / 기사승인 : 2021-02-26 00:00:22
  • -
  • +
  • 인쇄
장애인권

길거리에서 휠체어를 타고 있거나 흰지팡이를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본적이 있는가? 가끔 보이기는 하지만 자주 눈에 띄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울산에는 약 5만1000여 명(2021년 기준)의 장애인들이 살아가고 있으며 이는 울산시민 전체 인구의 약 5% 정도다.


과거의 장애인복지 정책은 장애인을 무기력한 존재로 인식하고 이들을 보호해 주기 위해서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대규모 시설을 지어서 집단적으로 살아가는 시설 정책 또는 장애인이 가진 장애를 의료적, 재활적 관점으로 치료를 통해서 회복하기 위한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장애인복지 정책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갈 수 없는 사회는 실패한 사회로 인식하고 이들이 장애를 가진 상태로 그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환경과 제도를 만들어 지역 안에서 자립생활이 이뤄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울산이라는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도 보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주거, 교육, 이동, 노동, 돌봄, 여가, 문화 등 모든 분야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를 개별적으로 하나, 하나 살펴보고 문제점과 대안을 마련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필자는 종합적인 계획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싶다.


우리나라는 법체제가 참으로 잘 돼 있다. 장애인 관련 법도 장애인복지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등등. 이 밖에도 너무나 많은 개별법이 존재하고 이들 법률에서도 장애인에 대한 권리와 국가의 책임을 많이 언급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장애인 관련 법이 존재하지만 장애인의 삶은 그리 녹록지 않다. 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포괄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울산시에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울산광역시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가 제정돼 있다. 조례 제5조에는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을 위해 3년마다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울산시는 조례가 제정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기본계획을 수립한 적이 없다. 그나마 지난해 장애인단체와 장애인 당사자들의 강력한 요구로 울산시는 울산발전연구원에 ‘울산광역시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실태조사’를 의뢰했고 조사연구가 마무리됐다. 


어떤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그 사안에 대한 명확한 현황과 문제점을 먼저 파악하고 이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한 후 실현 가능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이고 광범위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일하는 울산시 관련 공무원의 노고가 매우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없이 주먹구구식의 대안 마련은 행정력 낭비이며 장애대중의 체감 정도는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2021년 현재 울산시에 거주하는 장애인들은 집 밖에 나와 이동하는 데 힘들어하고,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이용시간이 부족해 힘들어하며, 부족한 편의시설로 먹고 싶은 음식을 사 먹는 것이 아니라 들어갈 수 있는 식당에서 판매하는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장애를 가진 사람 이전에 한 사람의 존엄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보편적인 삶을 박탈당하고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 존재함을 우리는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이 이루어지는 포용 사회’라는 캐치프레이즈는 문재인 정부의 제5차 장애인 정책 종합계획의 최종 목표다. 현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장애인복지정책의 방향과 발맞춰 울산시도 탁상공론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깊은 고민과 노력으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울산광역시장애인자립생활 기본계획’을 수립하기를 기대해 본다.


김종훈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

 

[저작권자ⓒ 울산저널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종훈 울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센터장
뉴스댓글 >

오늘의 울산 이슈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정치

+

경제

+

사회

+

PHOTO 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