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임을 책임진다는 것

송영주 심리상담사/미술치료사 / 기사승인 : 2021-02-26 00: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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쏭쏭샘의 심리로 마음 들여다보기

한 40대 중반의 여성이 상담실로 왔다. 결혼 생활을 15년 정도 한 주부였으며, 전문직으로 파트타임의 자신의 일을 갖고 일을 하고 있던 분이었다. 중학생 아이가 한 명 있었으며, 현재 남편이 이혼을 말해서 그 충격으로 상담실을 찾게 됐다. 


이 여성의 남편은 40대 중반으로 자수성가를 한 사람이었고, 현재까지는 자신의 생각대로 일을 잘 해오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일이 잘 되지 않고, 부동산과 부채로 인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다가 자신이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한 것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남편은 인생의 우선순위가 돈이었으며 그것으로만 자신을 입증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그리고 열등감도 심해 자신의 과거나 가족사에 대해 아내에게조차 말을 하지 않고 방어하고 살아온 사람이었다.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돈에서조차 마음대로 되지 않자 아내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자신의 스트레스를 아내에게 풀었던 것이다. 게다가 남편은 돈을 벌기 위해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지 않았고, 가사에 있어서는 돈을 통제함으로써 자신이 필요한 것에만 투자하고 아내의 소비를 통제했다. 양육에 있어서도 돈은 통제하고 시간과 양육의 질에 대해서는 아내가 혼자서 다 감당하며 15년을 살아온 것이었다.


아내는 결혼 생활 동안 남편의 열등감과 방어 그리고 자신의 그림대로 되지 않을 때의 강박과 히스테리를 알고 있었으나, 자기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고통을 알기에 자신의 아이에게는 그런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 지금까지 참고 버티며 살아왔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과 부채에 관계된 일은 남편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난 뒤의 결과이며 자신은 무관하다는 생각에 억울함과 불안감, 분노를 느꼈다. 지금 일어난 일이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아내의 억울함과 분노는 지금까지 자신이 마음대로 해놓고 살아온 남편이 이제야 공동 책임을 말하며 자신에게 헌신을 요구한다는 것에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고생한 것에 대해 남은 것이 없어서 허무하고, ‘지금까지는 내가 모든 것을 감당했으니 이제는 네가 해라’라는 것이 남편의 요구였다.


아내는 남편의 요구에 따라 생활비를 감당하기로 했고, 그 밖의 양육비, 교육비, 부동산, 부채에 대해서는 서로 의논해서 지출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향후 1년을 살펴보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 가정의 폭탄은 지속되고 있으며, 향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서로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사례를 접하면서 결혼에서의 책임감, 양육에서의 책임감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일단 아내는 자신의 결혼에서 공간(집)과 돈에 대한 책임을 남편에게만 돌리고 있었다. 남편이 그것을 해주길 바랐으며, 그런 마음으로 그 울타리 안에서 자신의 세상과 아이를 키우고 싶어 했다. 남편은 자신이 아내에게 울타리를 만들어주고는 싶었으나 그 방식이 아내와의 대화나 의논, 협의가 아닌 자신만의 그림과 방식을 가지고 합의 없이 지금까지 진행해왔다. 그러다 보니 상황이 좋을 때는 괜찮았으나 그렇지 않을 때는 서로 맞춘 적이 없으므로 혼자만 행동하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이다.


지금이라도 남편이 아내와 목표와 역할을 협의해 맞추고 서로가 도와준다면 좋은 결과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남편이 상담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 어떻게 될지는 상담자인 나로서도 미지수이고 안타까운 부분이다.


가정에 울타리를 치고 구성원을 보호하는 남편과 그 울타리 안에서 남편을 섬기고 아이를 양육하는 책임을 가진 아내는 서로가 원하는 삶의 그림을 함께 얘기하고 나누고 협의해 가정을 이끌어 가야 한다. 그런데 이 부부에게는 대화와 협의의 과정, 목표를 맞추는 과정이 없었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서로의 과거를 얘기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보다는 자신을 방어하기 바빴기 때문이며,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생각과 가치관의 오픈을 통한 비교 그리고 용기 있는 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대화가 없는 경우에는 이렇게 서로가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남편은 아내를 보호(육체적으로는 공간과 먹거리를 통해 보호하는 것, 정신적으로는 비난하고 판단하지 않는 것, 아내의 마음을 챙기는 것)하고 존중(생각의 다름을 인정하는 것, 거절할 권리를 주는 것, 당연시 여기지 않는 것, 생각이 달라도 비난하고 평가하지 않는 것)해야 하며, 아내는 남편을 섬기고(깨끗한 공간과 편안한 안식처의 제공) 따르고 자신의 본분(남편의 생활과 일상의 먹거리와 마음을 챙기고 아이들을 건강하게 양육하는 것)을 다하는 것 그리고 그 어떤 순간에서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과 부부가 됨을 선택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송영주 심리상담사/미술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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