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광역공판장(GP)

정진익 농부 / 기사승인 : 2021-02-28 00: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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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나무

1960년대에는 계란 10개랑 돼지고기 한 근이랑 같은 값이었다. 1950년대는 쇠고기 한 근과 같은 값이었다. 지금으로 보면 계란 30구 한판에 4만 원 정도 하는 값어치다. 이 정도면 아무나 못 사 먹는 먹거리다. 이런 계란을 양계농가의 노력과 기술 혁신으로 10분의 1 가격에 사먹고 있다. 노지에 방목하던 형태에서 케이지라는 공장식 축산을 한 덕분이다. 소비자도 선택의 한 축이고 정부도 그런 농장에 대규모 지원을 해준 당사자다. 그런데 지금의 계란 문제를 오로지 농가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 


바깥세상은 코로나19로 시끄럽지만 양계농가는 조류독감으로 시끄럽다. 계란 값 폭등만 나오지 이유에 대해서 무관심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선별포장업도 한몫을 했다. 선별포장업이란 계란이 금이 갔다든가 이물질이 묻었다든가 계란 속에 핏덩이가 있는 혈란을 선별하는 제대로 된 시설을 말한다. 여기에 해썹(HACCP) 인증까지 받아 안전한 계란을 포장하려고 만든 제도다. 원래 농민들은 광역공판장을 만들어 계란을 그곳에서 위생적으로 처리하면 상인들이 경매를 통해 사가는 농산물 도매시장과 소 돼지의 도축장 개념의 공판장을 원했다. 이것은 소비자의 안전 요구와 농민들의 판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렇게 가닥을 잡다가 최근 들어 예산 문제로 농가가 선별포장업을 하고 국가가 지원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가장 큰 차이는 운영의 주체가 국가인가 개인인가 하는 것이다. 인건비 지원 없이 시설 지원만 한 것이 선별포장업인 것이다.


문제는 개별 농가가 선별포장업을 농장에 개설하면 필연적으로 외부 계란이 들어 온다는 것이다. 계란 생산이 일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 조류독감의 주요 원인이 선별포장업이라 보는 이유다. 전에는 상인들이 개별적으로 포장하면서 농장에 계란이 들어오는 것이 없었는데 지금은 포장해서 상인들에게 주게 돼 있어 여러 계란이 농장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계란에 국한해보면 관리 주체가 농림부와 식약처로 이원화돼 있다. 계란 껍질의 산란일자 농장번호를 찍고 관리하는 주체는 식약처고, 이력번호는 농림부가 주무부처다. 작은 계란 하나에 이렇다 보니 식약처 직원이 농장에 들어오는 사태가 벌어진다. 방역으로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계란은 농산물이다. 이는 닭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같이 다뤄져야 한다. 계란의 안전성도 당연히 확보해야지만 닭의 질병 역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종합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생산되자마자 값이 떨어지고 심지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쓰레기가 되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판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계란을 1주일만 상인이 안 가져가면 그냥 망한다. 보관할 창고도 없다. 매일 알을 낳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약자일 수밖에 없다. 배추밭을 갈아엎는 것을 방송에서 본다. 계란은 사료비 같은 생산비가 많아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래서 광역공판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그만 슈퍼도 광역공판장 사이트에서 주문하고 배송만 받으면 된다. 유통권력을 농민에게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계란 등급제가 우리나라에서 시행되지 못하는 이유도 공판장이 없기 때문에 품질등급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소규모 상인들이나 소비자의 선택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쇠고기 돼지고기는 물론 하다못해 배추도 상중하가 있지 않은가? 계란 상표는 있어도 등급분류는 거의 없는 건 이 때문이다.


생산된 계란을 농장과 완전히 분리해 질병에서 보호하고 양계농가의 판로 문제와 거대 유통의 횡포에서 벗어나는 광역공판장이 축산물 중에 계란만 유일하게 없다. 이번 울산 농산물 도매시장에 울산계란광역공판장을 기대해본다.


정진익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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